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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S

The Top 30 Albums of 2014: #15 -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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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ake jaw"
15
WHITE LUNG
DEEP FANTASY
(domino)
미국 인디록의 첫번째 르네상스인 1980년대 초반 대거 등장했던 일련의 레전드급 포스트펑크록 밴드들은, 30년을 훌쩍 넘긴 오늘날에도 메인스트림(mainstream)과 대중영합주의(populism)를 거부하는 후배 인디 펑크록 밴드들의 롤모델과도 같은 존재로 아직까지 남아 있다. 또한 조악한 저예산 프로덕션이 '기믹'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던 그때 그시절 궁여지책으로 사용됐던 로파이(lo-fi)와 월오브사운드(wall of sound)는, 메인스트림 밴드들과 맞짱뜨기중인 오늘날 인디 밴드들에겐 더없이 소중한 비밀병기로서 격상되어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최소한의 디테일 스튜디오 작업까지 깡그리 무시되는 풍토는, 다양한 소리들을 효과적으로 담아내는 데 태생적 한계점을 분명 지니고 있는 저예산 프로덕션 환경에서 조금 위험스러운 경향인 것만은 사실이다. HUSKER DU 이후 수많은 레전설 펑크밴드들이 악기사운드와 노이즈들의 아날로그 상호충돌에 의한 시너지 효과를 이용하여 다이너마이트급 폭발력을 음악 안에 장착시켜냈지만, 오늘날 빈티지 오마쥬 후배 펑크록 밴드들에 의해 맹목적 진리처럼 여겨지는 '뭉개짐'과 'raw'의 대충주의 프로덕션은 '준치는 많아도 월척은 보기 힘든' 현 인디 펑크록씬에서 개성/정체성 뚜렷한 거물이 '가뭄에 콩나듯' 배출되는 가장 큰 원인으로 보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캐나다 밴쿠버산 혼성 노이즈펑크(noise punk) 밴드 WHITE LUNG의 세번째 스튜디오 앨범 [Deep Fantasy]는 로파이의 순수성, 월오브사운드의 시너지, 그리고 스튜디오작업에서의 디테일 미덕까지 모두 갖춘, 현대 인디 펑크록 앨범 프로덕션의 모범과도 같은 작품일 것이다. 이 앨범을 프로듀싱한 캐나디안(Canadian) 제시 갠더(Jesse Gander)는 이미 이 동향 밴드의 이전 앨범들([It's the Evil (2010)], [Sorry (2012)])을 모두 프로듀싱한 전력이 있는 인물. 하지만 본작 [Deep Fantasy]에서 그는 로파이 프로덕션 하에서 행할 수 있는 최상의 프로듀싱 센스를 발휘, 캐나다 인디 펑크록 역사에 길이 남을 최고 퀄리티의 스튜디오 앨범을 뽑아내는 저력을 과시한다. 특히 청일점 기타리스트 케네스 윌리엄(Kenneth William)에 의해 '자행되는' 걸출한 기타 플레이는 이번 앨범에서 프로덕션 효과를 제대로 본 대표적인 파트로 꼽힐 것이다. 그는 디스토션(distortion), 쟁글(jangle), 퍼즈(fuzz), 트레몰로(tremolo) 등 다양한 형태의 기타웍을 적용, 트랙의 코스 변화에 맞춰 '깃털처럼 가볍게', '송곳처럼 날카롭게', 혹은 '해머처럼 묵직하게' 자유자재로 구사하는데, 갠더의 스튜디오 역량에 의해 기타의 톤 밸런스가 기막히게 잡혀지면서 시종일관 굉장히 깔끔하면서도 자신감에 차 있는 연주 사운드를 리스너의 헤드폰으로 전달하는 데 성공한다. 뿐만 아니라 여성 보컬리스트 미쉬 웨이(Mish Way)의 앵그리걸 보컬은 전작보다 윤기, 파워, 존재감이 훨씬 넘쳐흐르고 베이스-드럼의 리듬 유닛 역시 전작에서 다소 느꼈던 빈약함을 전혀 노출시키지 않는다. 그동안 이곳에서도 'Honorary Mentions' 리스트 등을 통해 '적당히 괜찮은(80/100)' 빈티지 오마쥬형 펑크록 앨범들(1 - 2 - 3)을 종종 소개한 바 있다. 하지만 비범(+85?)하게 대접받은 앨범은 손에 꼽을 정도인데, 필자 기억으론 WHITE LUNG과 같은 밴쿠버 출신 펑크록 밴드 JAPANDROIDS의 [Celebration Rock]이 그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것 같다. 이 앨범도 아주 훌륭한 프로듀싱이 인상적이었는데, 우연의 일치인지 [Celebration Rock]의 메인 엔지니어/프로듀서 역시 바로 제시 갠더였다는 사실!


"nolan"
14
BEN FROST
A U R O R A
(mute / bedroom community
)
축구가 아닌 핸드볼이 국기이며 유럽에서 누드모델 구하기 가장 어렵다(이 나라에선 한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다. 인구 30만 -.-)고 알려진 세계 최북단 섬나라 아이슬란드는, 천혜의 자연경관과 바이킹-베오울프(영화 '베오울프와 그렌델' 역시 아이슬란드에서 올로케 촬영되었음)-사가(Saga), 그리고 '얼음영토'라는 간지나는 국가명까지 더해져 일종의 '신비로움' 패키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아우라를 뽐내왔다. 그래서일까. 어느땐가부터 이 나라는 전세계의 예술가들로부터 자신들의 예술혼을 마지막으로 불태우기 위한 '엘도라도' 쯤으로 여겨지고 있는 듯하다. 쇼팽에 관해 불세출의 해석력을 보여줬던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Vladimir Ashkenazy)가 고향 러시아를 등지고 자신에게 남은 음악적 역량을 기꺼이 모두 다 바쳤던 그곳. 세계 최남단 도시 호주 멜버른 출신의 실험주의 음악가 벤 프로스트(Ben Frost)는 자신의 기존 음악관에서 벗어나 예술가로서 좀더 자유로운 길을 걷기 위해 돌연 세계 최북단 국가 아이슬란드로 거취를 극단적으로 이동한 '제2의 아슈케나지'와도 같은 인물일 것이다(아슈케나지와 프로스트 둘다 아이슬란드 시민권을 취득). 2005년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카비크로 이민을 떠난 그는, 이후 아이슬란드 예술인들과 다양한 콜라보 활동을 보여주면서 자국 호주에서의 활동시절보다 훨씬 더 높은 세계적 인지도와 예술적 평가를 받게 된다. 특히 아이슬란드 천재 작곡가 다니엘 비야르나손(Daniel Bjarnason)와 함께 제작한 타르콥스키 감독 영화 '솔라리스'의 오마쥬 앨범 [Sólaris (2011)]으로 '2011년 최고의 모던 클래식 앨범'이라는 격찬과 함께 전세계 실험음악팬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으며, 2012년에는 아프리카 콩고공화국에 기거하며 아일랜드 출신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리처드 모스(Richard Mosse)와 함께 비디오 인스톨레이션 작품을 제작하여 세계최고의 순수미술 페스티벌인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Architecture of Loss (2012)]로 국내에도 다소 알려진 아이슬란드 현대음악가 발게어 시거르손(Valgeir Sigurðsson)과 함께 익스페리멘탈 레이블 Bedroom Community를 2006년 설립하여 아이슬란드 실험음악의 대부가 되기 위한 초석을 깔았던 프로스트의 새앨범 [A U R O R A]는, 앞서 언급했던 리처드 모스와의 비디오아트 작업을 위해 콩고공화국에 체류했을 당시 자신의 애플 랩탑을 통해 설계했던 사운드 프레임들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초현대문명과 단절된 아프리카의 오지에서 이 기인은 어떤 명상에 빠져들었던 것일까. [A U R O R A]는 여지껏 프로스트가 보여줬던 음악 중 가장 괴팍하면서도 기상천외한 사운드스케잎이 응축된 작품으로 손꼽힐 것이다. 컨템포러리/모던 클래식 음악에 한창 깊이 함몰되어 있는 프로스트이지만 [A U R O R A]에서 그는 오랜만에 자신이 디제이/로커로서 예전에 몸담아왔던 모든 '천박한' 장르들(펑크록, 헤비메틀, 인더스트리얼, 레이브, 트랜스)을 몽땅 쏟아부으며 새로운 형태의 '호전적' 미니멀리즘 사운드를 느닷없이 완성시켜낸다. 무정부주의와 살육으로 얼룩진 아프리카 콩고공화국에서 얻은 야수적/폭력적 기운과 오로라와 온천으로 대변되는 아이슬란드에서 얻은 초자연적/명상적 기운을 100% 순도로 생성→융합시켜 팀 헤커, 크리스티앙 페네스 등 기존 익스페리멘탈 노이즈 음악가들과는 차별화된, 파격적인 형태의 벤프로스트표 탈장르 신씨사이저 소나타를 거하게 창조하게 된 것!


"daughters"
13
WILD BEASTS
PRESENT TENSE
(
domino)
역사적으로 타의에 의해 '김미 쪼꼴렛'과 AFKN이 일상의 한 부분이야만 했던 대한민국은 그동안 필요이상으로 대중예술의 모든 흐름들이 미국 편향적이었다. 팝음악 역시 그랬다. 영국과 미국은 20세기 중반 이후부터 줄곧 세계 팝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양대산맥이었지만, '미국 인베이젼(invasion)'에 성공한 비틀즈, 레드 제플린, 듀란듀란, 오아시스급 거물 이외 미국 빌보드 챠트에 오르지 못한(혹은 '않은') 영국 거장들에게 대해선 상대적으로 무심/무지했었다. 영국식 영어 엑센트에서 우러나오는 오묘한 멜로디와 훅이 미국식 영어와 빌보드 음악에 태생적으로 익숙해왔던 우리의 정서에 살짝 미스매치된다 하면 지나친 비약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ROXY MUSIC의 위대성에 대해서는 국내 어느 누구도 제대로 언급하지 않았고, THE SMITHS의 앨범은 90년대 중반까지 국내에 단 한장도 라이센스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폐쇄적 문화예술 시스템 하에서도 '새로움'에 대한 광범위한 탐구욕과 뜨거운 열망만큼은 언제나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국민들. 필자는 얼마전 성황리에(?) 끝마친 WILD BEASTS의 내한공연을 지켜보면서 예상치를 언제나 뛰어넘는 국내 음악 덕후들의 성원에 마음 속으로 경의를 표했다. 왜냐면 지금 소개될 잉글랜드 켄들 출신 쿼텟 WILD BEASTS야말로 현존하는 영국산 글로벌 인기 록밴드들 중 '미국풍'과 가장 동떨어진, 가장 '영국적인' 음악 스타일을 표방하는 밴드이기 때문. 빌보드 챠트에서는 네임벨류에 비해 성적이 신통치 않았던 스콧 워커(Scott Walker), ROXY MUSIC, THE SMITHS 등의 UK 레전드들이 구사했던 귀족풍 멜로디 화법에 골고루 영향을 받은 WILD BEASTS의 로킹 스타일은 록스피릿 본연의 '거침', '경박스러움' 과는 정반대의 '부드러움', '차분함', '고상함', '글래머러스함', '럭셔리함'을 아주 찐하게 흘려왔다. 게다가 데뷔 앨범 [Limbo Panto (2008)]에 보여줬던 오묘한 복잡성(앤드류 로이드 웨버풍 뮤지컬 음악, 아프리카 음악, 스코틀랜드 쟁글팝, UK 포스트펑크의 퓨전 어프로치)은 [Two Dancers (2009)], [Smoother (2011)]를 거치면서 정돈된 아트웍으로 변모, 본작 [Present Tense]에 이르러 가장 안정감 넘치면서도 아이덴티티 뚜렷한 WILD BEASTS풍 아트록(art rock) 멜로디를 이룩해낸 것. 영국을 대표하는 아트록 밴드로서 캐나다 밴드 ARCADE FIRE와 양대산맥을 이루게 된 이들은, 최근 영국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화(Americanized)' 되어가는 동년배 영국 밴드들(특히 ARCTIC MONKEYS)에 대해 디스에 가까운 우려를 표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미국의 아티스트들의 '신비주의'에 쉽게 빠져들곤 하지만, 우린 영국의 풍경/모습들에 관해 표현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을 뿐 우리가 속하지 않은(미국적인) 것들에 관해 창작할 마음은 없다. THE SMITHS가 줄곧 그래왔기 때문에 세계인들은 그들의 음악을 신비롭고 이국적으로 여겼으며 급기야 초창기에 활동했던 고향 클럽까지 성지순례하듯 방문하고 있지 않는가. 우리가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고향인 미국 뉴저지에 관심이 가는 것과 똑같이 말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뉴저지'란 곳이 우리의 인생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brando"
12
SCOTT WALKER + SUNN O))) 
SOUSED
(4ad
)
'드론둠(drone doom)'으로 불리기도 하는 드론메틀(drone metal). 용어 그대로 기타, 베이스, 신씨사이저 등의 악기에서 생성된 피드백과 노이즈 등의 '드론(drone)' 사운드가 '헤비메틀(metal)'과 접목된 퓨전음악 장르를 일컫는다. 이곳에서도 드론메틀/드론둠 밴드가 한차례 소개된 바 있다. 바로 커트 코베인 다큐멘터리에 항상 등장하는 '절친' 딜런 칼슨(Dylan Carlson)의 EARTH가 대표적인 드론메틀 성향 밴드라 할 수 있는데, EARTH는 시간이 갈수록 드론둠 스타일에서 포스트메틀와 익스페리멘탈록쪽으로 변신하고 있는 터라(사실, EARTH의 근작 [Primitive and Deadly (2014)]는 스토너메틀이 가미된 평범 하드록+포스트록 앨범이었다) 이들을 '드론메틀의 모범답안'으로 들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보인다. 그렇다면 해답은 의외로 아주 간단하게 나온다. 적어도 '드론메틀/드론둠의 창시자' SUNN O)))가 아직 건재하는 한 말이다.  SUNN O)))는 실험적인 헤비록 밴드들이 많이 나오기로 유명한 미국 시애틀에서 스티븐 오말리(Stephen O'Mally)와 그렉 앤더슨(Greg Anderson)에 의해 결성된 메틀 듀오로, 특히 그렉 앤더슨은 오늘날 실험적인 헤비메틀 밴드들을 가장 많이 배출중인 메틀 레이블 Southern Lord의 주인장이기도 하다. 1998년 SUNN O)))의 결성과 동시에 설립된 Southern Lord는 곧 SUNN O)))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이 두 존재의 공생관계는 언제나 끈끈해왔다. 실제로 SUNN O)))는 BORIS, ULVER 등 당대 최고의 익스페리멘탈 메틀 그룹들을 레이블로 직접 끌어들여 최고의 콜라보 앨범을 완성시키는 등 Southern Lord의 실험정신이 오늘날 헤비메틀/인디록계에서 정상급으로 자리잡도록 '레이블의 얼굴'로서 지속적으로 리드해왔다. 지난 [Monoliths & Dimensions (2009)] 앨범에서도 유명 아방가르드 바이올리니스트 에이빈드 강(Eyvind Kang: 한국계 맞다)과 멋진 협연을 보여주는 등 상이한 캐릭터의 뮤지션들과도 멋진 콜라보레이션을 보여줘온 SUNN O)))이지만, 이번에 들려온 스콧 워커(Scott Walker)와의 콜라보 소식은 '콜라보 귀재' SUNN O)))의 골수팬들에게도 다소 놀랍게 들려질만한 뉴스였다. 스콧 워커라면 누군가? 43년생 동갑내기 존 덴버, 배리 매닐로 등과 함께 한때 이지리스닝 팝 싱어송라이터로 영국내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분 아니던가? 하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바리톤 음성과 갱스부르 스타일의 이지적 가사들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면서 오늘날 칠순이 넘은 나이에 후배들로부터 아트팝(art pop), 바로크팝(baroque pop)의 대부로 추앙받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세월을 역주행하듯 2000년대에 들어 아트음악 레이블 4AD(ㅎㄷㄷ)와 파트너쉽을 맺으며 완전 회춘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워커옹이기에, 아들뻘되는 아트메틀 밴드 SUNN O)))와의 콜라보는 메틀리카와 루리드 콜라보만큼 어색한 듯 하면서도 뭔가 야릇하게 매치되는 바가 있었다. SUNN O)))가 4AD와 스콧 워커에게 초빙되어 피처링 밴드 형식으로 참여한 [Soused]는, 지옥의 심연만큼 깊고 어두운 SUNN O)))의 메틀 사운드와 죽음에 대해 묵시록적으로 속삭이는 듯한 스콧 워커의 바리톤 보컬/가사가 예상을 깨고 극악의 조화를 이루는 이 시대 최고의 콜라보레이션 앨범인 것이다. 앨범에 대한 더이상의 묘사는 불필요하다. 일단 듣고 느껴보라. 이들이 펼쳐내는 부조화 하모니의 비장함과 파격미를!              


[Salad Days] (풀 앨범)
11
MAC DEMARCO
SALAD DAYS
(captured tracks
)
순싯간에 'Captured Tracks 레이블의 간판'이자 '칠링(chill) 인디음악의 거장'이 되어버린 마크 디마르코(Mac DeMarco). 요 1~2년 사이에 한껏 격상된 네임벨류 덕분에 최근에는 머나먼 안드로메다 왕국의 일처럼 여겨졌던 '내한공연'까지 성사되어 케이팝에 학대받는 국내 음덕들의 심금을 달래주기도 했다. 데뷔앨범 [Rock and Roll Night Club]에서 어설픈 글램 기믹으로써 '데이빗 보위되기'를 키취스럽게 도모했던 그의 객기는 [2]에서 시골뜨기 신세로 전락, 컨트리록 그루브와 소박하게 하나가 되며 뮤지션으로서 전성기에 들어서게 된다. 하지만 2012년 연속적으로 쏟아낸 두 장의 걸출한 앨범 제작과 이어진 장기간의 월드투어, 그리고 고향 캐나다 몬트리올을 떠나 뉴욕 브루클린으로 애인과 이사를 하는 등 다사다난한 와중에 그가 가졌던 심정들이 외부에서 보여지는 것만큼 그리 긍정적이거나 희망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더이상의 음악적 변화를 이루기엔 심신이 너무 지쳐있었다"는 디마르코의 코멘트처럼, 물흐르듯 여유넘치게 연주되는 컨트리록풍 슬라이드기타와 나긋나긋한 템포/무드 하에서 속삭이듯 낭만적(구닥다리 낭만주의라는 게 함정이지만)으로 불러제껴대는 재즈 스캣풍 보컬 등 2년만의 신작 [Salad Days]에서 외견상으로 보여지는 혁신적인 음악적 변화는 [2]와 비교할 때 크게 없어보인다. 그러나 '힙스터 천국' 브루클린에서 제2의 인생을 펴고자 한 '외국인' 디마르코의 꿈이 '인구의 반은 기본생활조차 어렵다'는 뉴욕의 암울한 현실 앞에서 산산조각이 난 듯, 본작 [Salad Days]에서 읊조려내는 그의 소리들은, 낭만적, 풍류적 미덕이 허무주의와 궤를 같이 하며 넘실댔던 [2]에 비해 훨씬 더 현실적이고도 냉소적으로 들려진다. 선입견 때문일 수도 있겠으나, 자기만 믿고 이국땅에까지 따라온 오랜 여친을 비자문제로 떠나보내야만 하는 현실을 목전에 둔 디마르코가 자신의 브루클린 골방(브루클린/힙스터의 현실에 관한 자세한 리뷰는 '귀족 뉴요커' 줄리언 카사블랑카즈의 글에서 참고하시라)에 쳐박혀 DIY 정신으로 눈물을 머금고 만든 [Salad Days]의 심상은 사실 처연함과 우울함 그 자체다. 2013년 시카고에서 열렸던 피치포크 페스티벌 스테이지에서 캠퍼스 커플 여친과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던 또다른 '팔불출'(홍대에서 좀 떴다고 난봉질해대는 '무늬만 인디' 허접들은 절대 이해못할 일이겠지만, 서양 인디씬에서는 팔불출이 의외로 많다) 디마르코의 후질근한 모습(동영상 참조)을 일단 두눈으로 먼저 스캔하고서 이 앨범을 들어보라. 그렇다면 뉴욕의 쪽방에서 바퀴벌레처럼 인생을 영위중인 그의 처절한 사투가 아주 생생하게 전해질 것이리라. '집 나오면 고생한다'는 말에 다시한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앨범.       
30-26   25-21   20-16   15-11   10-6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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