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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5 22:59


"human sadness"

스트록스(THE STROKES)의 리더로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쥴리언 카사블랑카스(Julian Casablacas)가 '뉴욕 힙스터'들을 대표하는 아이콘..............? 이라는 말을 예전부터 국내에서 간혹 듣곤 했는데, 만약 뉴욕시 일대에 퍼진 모든 '아웃사이더 워너비' 짝퉁들까지 '뉴욕 힙스터'란 하나의 용어로써 뭉뚱그려 다스려진다면 분명 브루클린 힙스터들은 분노의 난리부르스를 출 것이니, 적어도 '뉴욕 힙스터'라는 용어만큼은 아주 조심스럽게 쓰여져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통상적으로 '세계의 중심' 맨해튼 섬에 퀸즈(한국인들이 바로 이 지역 끝자락에서 '코리안 게토'를 형성중임), 브롱크스, 브루클린 등의 로컬 지역들까지 포함시켜 '뉴욕'으로 칭하는데, 그중 힙스터 헤게모니가 긍정적으로 통하는 지역은 남동쪽(로어이스트사이드) 맨해튼 지역, 그리고 그 곳에서 다리 건너 바로 위치해 있는 브루클린 지역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로어이스트사이드 맨해튼과 브루클린에서도 이 '힙스터 정서'는 서로 미묘하게 다르다. 로어이스트사이드 맨해튼은 브루클린 힙스터들 사이에서 '짝퉁'으로 통하는 '맨해튼 힙스터'들이 대거 몰려있는 지역이다. 서울 D등급 수준의 원룸 아파트라도 월세 가격이 2백만원을 훌쩍 넘기는 게 다반사인 맨해튼 지역이거늘, 아무리 힙스터스러운 우중충함이 짙게 드리워진 로어이스트사이드 지역이라 하더라도 허접 아파트의 월세 가격은 왠만한 서비스 종사자들의 풀타임 월급 수준 혹은 그 이상이다. 희안하게도, 낙후된 모습으로 옛 명맥을 유지중인 재개발급 다운타운 클럽/가게들 옆에는 된장남녀들의 데이트 장소로 적격인 고급 레스토랑과 술집들 또한 빼곡히 자리하고 있어서, 중상층으로서의 생활 수준도 유지하면서 아웃사이더 가오도 동시에 잡고픈 셀럽 레벨의 '부유한' 뮤지션들(예- 모비, 리버스 쿼모, 라나공주, 제임스 이하, 션 레넌, 그리고 줄리언 카사블랑카스)을 위한 아지트로서는 그야말로 최적의 조건을 갖춘 지역이기도 하다. 

이 로어이스트사이드 맨해튼 지역 외곽에 놓인 다리들만 건너면 '인디 음악의 성지'로 불리는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 지역이 바로 자리하고 있다. '원조 뉴욕 힙스터'를 자칭하는 브루클린 힙스터들의 아지트가 대규모로 몰려있는 윌리엄스버그 지역은, 수직상중중인 아파트 시세와 점점 맨해튼(=럭셔리)화되어가는 지역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뉴욕 힙스터' 혹은 '오리지널 힙스터'를 상징하는 성지로서 여전히 굳건하게 자리매김중이다(뉴욕의 인디미디어가 윌리엄스버그 거주민 스카이 페레이라와 맨해튼 거주민 라나공주를 극명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도 이 오묘한 지역적 텃세에서 기인하는 바가 분명 있다).

하지만 여기엔 윌리엄스버그 등 일부 금싸라기 지역을 제외한 '소외된' 브루클린 지역에 살고 있는 속칭 '힙스터 거지'들이 브루클린 힙스터들의 80% 이상을 차지한다는 불편한 진실도 함께 있다. 치안이 '포기된' 지역에서 특별한 직업이 없이 기초연금이나 실업자연금으로 살면서 몇십만원짜리 골방 사글세를 내기에도 빠듯하지만, 자판기 과자 부스러기와 함께 당근을 지하철 안에서 깎아먹으며 공짜 인디록 콘서트나 일렉 파티에 파이팅 넘치게 뛰어다니는 그런 젊은이들... 이들은 맨해튼 힙스터와 함께 윌리엄스버그 힙스터까지 도매급으로 '짝퉁/귀족 힙스터'로 부르곤 하는데, 어찌보면 이들이 제대로된 힙스터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힙스터는 사회적 루저다!'라는 부정적 고정관념이 바로 이들을 두고 세워진 것이기도 하기에...(예를 들면 홍대 클럽을 기웃거리다 남의 테이블에 놓인 술이나 토닉워터를 슬쩍 훔쳐 먹는 허우대 멀쩡한 얼치기들이 바로 여기에 비견될 수 있겠다) 

너무 잡소리가 길어졌다... 

적어도 뉴욕 지역 안에서는 '힙스터'라는 아웃사이더 특권의식에 대한 시선들이 이런저런 연유에 의해 복잡하게 얽혀있는데, 바로 지금 소개할 '네츄럴본 뉴요커' 줄리언 카사블랑카스야말로 이러한 논쟁에서 영원히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 중 한명일 것이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맨해튼의 고급 사립학교에서 교육받은 '네츄럴본 뉴요커' 귀공자께서 이끄는 간지 모던록 밴드를 메이저 레이블에서 그냥 가만히 내버려둘리 있었겠으랴. STROKES는 짧은 클럽 라이브 활동 기간을 거쳐 대형 메이저 회사 RCA와 바로 계약을 맺고 데뷔앨범 [Is This It (2002)]과 함께 초고속행보를 하게 된다. 초기 STROKES의 매력은 음악 그 자체보다 '스타일'에 더 크게 있었다. STROKES가 튀어나올 당시에도 펑크록 스타일의 젊은 모던록 밴드들은 인디와 메인스트림을 가리지 않고 MTV와 인터넷을 통해 마구 쏟아져나오고 있었지만, 루리드를 연상시키는 무관심증 아트보컬과 뉴욕적 풍미를 자아내는 개성만점 송라이팅 능력, 여기에 뉴욕 패셔니스타 느낌의 쿨한 비주얼까지 모두 겸비한 '레알 뉴요커' 쥴리언 카사블랑카스와 STROKES의 내/외적 매력은, 후질근(인디)하거나 훼이크(메인스트림)스러운 로커들이 난무하던 그때 그시절 록씬을 평정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었다. 

그러나 '성공한 뉴요커 매력남'으로서 당연한 수순이던가. 그럴싸한 고급 파티들이 꼬리를 무는 뉴욕 음주가무 세계에 빠져 살던 동료 앨버트 해먼드 쥬니어(Albert Hamond Jr.)는 '약쟁이'라는 오명과 함께 일찌감치 유체이탈, 그리고 카사블랑카스 역시 알콜중독(그리고 '떨' 역시 한몫했을 것이다)에서 오랫동안 정신못차리고 있다보니 밴드의 존재감은 록씬에서 이내 급격히 추락해버렸다. 몇 년간 앓던 심각한 뇌졸중(영어로 'stroke') 증세에서 겨우 정신을 차리고서 선보였던 지난 두 장의 앨범([Angles (2011)]와 [Comedown Machine (2013)])은 STROKES의 옛 명성을 회복하는 데 크게 역부족이었지만, 어쨌든 결혼과 득남 등을 통해 심리적인 안정을 찾았는지 그는 한때 완전히 잃어버린 것만 같았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대중들에게 다시 보여주기 시작한다. 그리고 올해,  

"블랙 플래그세바스챤 텔리에의 퓨전이다!" 

...라는 호기넘치는 발언과 함께 두번째 솔로 프로젝트이자 자신의 밴드 THE VOIDZ와의 첫번째 풀렝쓰 작품 [Tyranny]를 내놓게 된 것이다. [Tyranny]는 서두에서 지루할 정도로 늘어놨던 '힙스터' 정체성에 대한 의문들로 얼룩진, 라나공주의 데뷔앨범 이후 간만에 보는 문제작(?)으로 기록될 것이다. 인디적 느낌을 잔뜩 노린 듯한 로파이 음향과 함께 물신주의와 매스미디어에 대한 불만과 냉소들을 가득 담은 이 앨범은, 댄디한 로어 맨해튼 귀족 힙스터가 뜬금없이 브루클린 힙스터 스타일의 거지 펑크로커 모드로 전환하여 음악적 돌파구를 새롭게 모색하고자 한 작품에 다름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인디 노스텔지아'를 달래기 위해 줄리언 카사블랑카스가 직접 설립한 인디 레이블 Cult Records에서 앨범이 제작되었으니, 인디로의 귀의를 도모하려는 카사블랑카스의 열망을 정당화하기 위한 외형적 구색들은 [Tyranny] 안에서 비로소 모두 갖춰진 셈이다.

결론부터 먼저 얘기하자면, [Tyranny]는 실망스럽다. 물론 재활용 가치가 있는 '물건'들도 드문드문 보이지만 누군가가 '이 앨범은 쓰레기'라고 콕 찍어 쏘아붙여도 할말 없을 정도로 전반적으로 풍기는 냄새는 꽤나 '쓰레기스럽다'. 가장 쓰레기같은 트랙은 뭐니뭐니해도 싱글컷된 로파이 개러지 펑크록 넘버 "Where No Eagles Fly"가 아닐지. 뜬금없는 VIOLENT FEMMES풍 베이스 선율에 맞춰 블랙 플랙과 초기 SST 레이블풍 펑크록 사운드로 엉성하게 훑어내는 이 곡에선 더도덜도 말고 카사블랑카스의 객기에 가까운 스크리밍 보컬이 최대 하일라이트. 트랙의 중간부분부터는 드러머의 킥드럼이 배경 사운드의 템포에 엇박자를 타며 두들겨지는 웃지못할 장면도 연출된다. 물론 엉성하고 컬트스러운 모습이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봐줄 수는 있겠다. 왜냐면 이들의 눈뜨고 봐주기 민망한 저예산 뮤직비디오를 보면 정말 그렇게 느껴지니까. 이 트랙 이외에 '약 빨고 만든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트랙들이 수록된 열 두개의 곡들중 상당수다. 최근 징 박힌 검은 가죽 재킷을 자주 착용하고 공연중인 카사블랑카스의 숨은 헤비메틀 본능이 꿈틀거리는 듯한 "Business Dog"에서는 오직 그만이 만들어낼 수 있을 법한 '아날로그 키보드'와 '제멋대로 보컬' 간에 상큼하게 펼쳐지는 로킹 앙상블을 무의미한 헤비메틀성 샤우팅과 디스토션 기타 코드웍으로써 이내 지워버리는 악수를 두기도 한다. 게다가 피드백 소리를 안주삼아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술주정하듯 처연하게 주절대는 클로징 트랙 "Off to War..."는 거의 조크에 가까운 곡. 

퇴폐적인 로파이 개러지록 무드(언더그라운드적인 맛을 내기 위해 100% '의도된')와 정신없이 바뀌어대는 전개/흐름에 완전 압도된 메탈틱한 기타리프들과 레트로풍 신쓰리프들이 시종일관 귓가를 대책없이 맴도는 [Tyranny]는, 거의 [Angles]의 재판이라 해도 될만큼 다수의 '엉망스런 퀄리티'의 곡들로 얼기설기 짜맞춰져 있다. 정말이지 약을 빨면서 스튜디오에 들어갔던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계속 불러일으킬만큼...  

하지만 초기 STROKES 시절 카사블랑카스가 보여줬던 그만의 탁월한 음악적 센스와 톡톡 튀는 감수성은, 당황스럽고 어수선한 전체적 분위기 속에서도 드문드문하게나마 [Tyranny] 안에서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긴 하다. 그중 가장 결정적인 면죄부가 되어주는 트랙은 바로 11분 분량의 대곡 "Human Sadness"가 아닐지. 헤비메틀/펑크록과 익스페리멘탈리즘/카오스 미학에 관한 탐욕은 이 곡에서도 여전하지만, 감수성 터지는 보컬과 멜로디감 넘치는 기타/신쓰 솔로리프가 거칠고 혼란스러운 드러밍/굉음들과 함께 아주 적절하게 섞여들 때 연출되는 '기대치 못한 장관'은 꽤나 깜짝 놀랄만한 수준의 것이다. 또한 팝보컬과 닌텐도풍 8비트 사운드와의 다크하면서도 달콤한 앙상블이 가장 심플한 코스를 타고 벌어지는 오프너 "Take Me In Your Army"와 11번 트랙 "Nintendo Blood" 역시 리즈시절 카사블랑카스가 과시했던 천부적인 송라이팅 능력과 음악적 센스를 기존의 카사블랑카스 스타일과는 다른 형태로써 만끽할 수 있어 꽤나 흥미로웠던 곡들.

그렇다 해도 [Tyranny]이 메인스트림 씬에 대한 염증과 STROKES 시절의 영욕들을 떨쳐버리고 뮤지션으로서 본격적인 새출발을 하고자하는 카사블랑카스의 의욕이 그닥 완성형으로 아웃풋되지 못한 작품인 것만은 어쩔 도리가 없는 현실이다. 뉴요커 속물들과 여전히 친목을 도모중인 맨해튼 '귀족 힙스터'가 브루클린 '거지 힙스터' 모드로 탈바꿈하려는 행동 자체도 예술윤리(??? ㅋㅋ)적으로 그닥 자연스럽지는 않을 터이지만, 가장 결정적인 패착은 솔로 데뷔 망작 [Phrazes For The Young (2009)]의 팝 속물주의를 털어내고 개러지펑크, 인더스트리얼, 아방가르드록, 노웨이브(no wave) 등의 인디 하위장르들과 진심으로 자웅동체화하려는 섬세한 노력의 과정들을 이번 앨범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전반적으로 '실험정신'에 따른 코스의 변화는 매 곡마다 잦지만 그 코스와 코스 사이를 잇는 트랜지션은 별 개연성 없이 어색하게 이뤄질 뿐이며, 몇몇 곡들은 그저 로파이 필터링, 인더스트리얼스러운 아날로그 전자 굉음, 헤비메틀/펑크스러운 꿱꿱거림에만 의존할 뿐 아무런 음악적 이야기도 담지 않은 채 허접한 완성도를 마치 '자랑하듯' 여과과정 없이 드러낸다. 모던록, 신쓰음악, 트렌드에 대한 비상한 센스를 가지고 있는만큼 아방가르드록, 개러지펑크, 노웨이브 등의 하위장르 양식들을 카사블랑카스 스타일에 좀 더 맞춰 성의있게 퓨전화한다면 의외로 근사한 사운드가 나올 수도 있을 터, 그렇기 때문에 "Human Sadness"나 "Nintendo Blood"같은 숨은 보석들이 더 아깝게 느껴지고 또한 앨범으로서 [Tyranny]의 가치를 평가절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더 안타까울 뿐이다. 


RATING: 58/100

written by B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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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asdedeux 2014.11.26 13:37  Addr  Edit/Del  Reply

    힙스터 스케치가 일품이네요 ㅋㅎ. 일리있는 리뷰. 정말 human sadness 말고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