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2012.06.09 04:33


'펑크'가 뭔지 대충 개념 정도라도 잡을 수 있는 민간인들이 통상적으로 떠올리는 펑크의 보편적 이미지는 어떤가. 과격함, 호전성, 폭력성, 아나키즘, 허무/염세주의, 약물... 물론 모든 펑크 음악이 그렇다는 건 아니겠지만, 실제로 앞에 열거된 저 멘붕 유발 관념들을 미학적으로 승화시킨 최초의 음악 조류가 바로 펑크였다는 점은 대중음악사적으로 분명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원조 펑크로커들의 대거 궤도이탈(사망 등등)과 함께 펑크의 본의는 뭇지마 일탈과 비행을 일삼는 극악 아웃사이더 훌리건들(혹은 스트리트펑크 같은 극하위장르)의 부조리 메니페스토에서나 현재 제대로(?) 보존되어 있을 뿐... 대처리즘-레이거노믹스의 정치적 악령도 이미 20여년 전에 사라지고 쁘띠 브루주아들에게까지 개인주의와 물질주의가 만연된 현세에서 닭벼슬머리에 징박힌 가죽잠바를 입고 "우린 펑크야!' 라고 외쳐대는 양아치들이 거리를 배회하는 모습을 본다면 이건 정말 오대양 육대주를 가리지 않고 뒤에서 짱돌로 써커펀치를 날려서라도 철저히 응징해야 한다(따라서 과거 골수 인디였든 뭐였든 RANCID는 반양아치였으며 더 나아가 '웨스트코스트 셀레브리티' BLINK 182는 인간쓰레기로 취급받아도 시원찮을 것이다).

캐나다 밴쿠버 출신의 인디 펑크록 듀오 JAPANDROIDS의 데뷔앨범 [Post-Nothing (2009)]은 그해 최고의 펑크록 앨범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는 (개인적으로는 90년대 ERIC'S TRIP 이후 간만에 접했던) 캐나다산 로파이 인디록 걸작이었다. 헤비메틀 드러밍과 트레몰로피킹-퍼즈/디스토션 기타, 그리고 겸허한 아마추어 애티튜드 달랑 세가지 만으로도 하드함과 소프트함의 경계를 넘나드는 양질의 노이즈펑크음악을 선보였던 당시 이들의 족적은, 비록 대중적 스포트라이트는 (당연) 없었으나 모든 비주류 노이즈록-로파이인디-기타록-펑크록 팬들의 관심을 한데 모으고도 남을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임팩트 컸던 데뷔 앨범 이후 3년 만에 드디어 선보인 서퍼모어 앨범 [Celebration Rock]은, 족보에 관한 역사적/윤리적(?) 관념과 인식 없이 중구난방으로 남용되는 펑크(punk) 음악의 씁쓸한 현주소를 비웃기라도 하듯 2012년 현재 펑크음악이 진정으로 담아내야 할 모든 조건들을 독창적인 JPNDRDS식 방법론으로 완벽하게 제시해주는 기념비적 작품이다. SONICS 시절의 60년대 미국 개러지록(garage rock)을 듣는 듯 칙칙하면서도 상승감 넘치는 아날로그 분위기 속에서 쉴새없이 터트리는 JPNDRDS식 펑크 소리들은 70년대 중반 STOOGES의 프로토펑크(proto punk)에서부터 90년대 중반 인디 펑크록까지를 이 앨범 안에서 아주 능숙하고도 자연스럽게 포괄하여 아우르는데, 여기에 로파이-노이즈펑크-네오싸이키델릭-슈게이징-익스페리멘탈록의 기타쏘스와 보컬 감수성까지 적절하게 믹스하면서 펑크곡조를 싫어하는 이들도 쉽게 빠질만큼 입체적인 매력를 지닌 아트펑크(art punk)음악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Celebration Rock]이 이뤄낸 가장 큰 업적은 펑크 정신의 태생적 모토이자 이데아인 '가식/군더더기 없이 솔직한 자기표현'을 시대윤리에 맞게 아주 겸허한 자세로 구현했다는 점에 있다. 물론 JAPANDROIDS 역시  많은 동년배 펑크/인디기타록 밴드들처럼 GUIDED BY VOICES와 SUPERCHUNK, FUGAZI 등 70년대 레알펑크 제너레이션 못지않게 와일드한 감성을 자랑했던 90년대 미국 인디(포스트펑크)록 밴드들을 1순위로 경배하고 있는 듯하다. 여기에 6-7-80년대 개러지/프로토펑크/레알펑크의 신화들까지 마음 한구석으로 더불어 찬양하지만, 선배들에 대한 이들의 존경심은 과거의 추억으로만 여길 뿐 앨범 안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즉, 지 감정에 못이겨 캐오바하며 펑크의 번드르르한 외형만을 시대착오적으로 따라하는 요즘 아둔패기 짝퉁 펑크 로커들과 달리 감정의 과잉이나 동요 없이 열정과 절도의 균형감각과 시대적 양심에 의거한 펑크(punk) 그루브와 클라이맥스 멜로디훅을 기타 한대와 드럼 한세트만으로 이루어진 단촐한 미니밴드 포맷으로 35분 동안 논스톱 생산해내는 JAPANDROIDS의 기특한 모습은 펑크밴드로써의 태도 관점에서 바라볼 때 머리숙여 경의의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노이즈와 퍼즈/디스토션이 난무하는 복고풍 인디펑크 기타리프 메들리와 MOTORHEAD의 헤비메틀이 울고 갈 만큼 스피디하게 조여드는 드러밍 난타의 대향연이 아름다운 기타 솔로프레이즈, 센티한 보컬멜로디 등과 수시로 맞물리며 형성되는 이율배반적 하모니는, 기존의 현대 팝펑크 음악을 능가하는 캐취감과 더불어 선배 인디펑크 레전드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 음악적 독창성까지 동시에 연출하는 기염을 토한다.     

[Celebration Rock]은 서른 줄을 넘긴 왕년 오덕후 음악팬들의 심금을 울려줄 '그때 그 시절'의 노스텔지아와 추억의 파편들이 고스란히 모여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90년대 '완전' 인디 레이블에서 영세하게 발매된 펑크록 7인치 도넛츠 앨범의 레플리카(replica)를 의도한 듯한 앨범 재킷을 보라. 뚝배기 안경에 소심하게 다리를 모으고 앉아있는 저 아저씨들의 모습에서 우린 서두에서 필자가 뜬금없이 분개했던 그 짝퉁 펑크 양아치의 모습 따위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뭔가 생활고에 찌들렸거나 생업에 지쳐 있는 듯한 전형적인 30대 아저씨의 초상? 그러나 이들도 양아치짓에 탐닉하는 십대 시절엔 CLASH나 DEAD BOYS의 가오를 흉내내며 펑크음악을 가열차게 연주했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십대 시절의 가오를 순수하게 부릴 처지도 패기도 반항심도 남아 있지 않겠지만, 소싯적을 추억하노라면 하물며 팔순 할배도 흥에 겨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거늘 서른 초중반이 된 이 두 명의 평범한 백인 아저씨들이 과거에 들었던 록음악들(탐페티부터 모터헤드까지)을 회상하며 '다시 한번 놀아보듯' 연주하는 록 에너지의 파워와 스트럭쳐는 기대치를 훨씬 상회하는 응집력과 에너지를 발산한다. 또한 허세끼를 걷어내고서 무리하지 않으면서 펑크/인디록의 본질에 '자기 주제에 맞게' 접근하고자 하는 이들의 '힘빠진 듯하면서도 진심어린' 펑크 애티튜드는 현세의 어느 펑크록 음악보다 훨씬 더 진솔하면서도 성숙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클로징 트랙 "Continuous Thunder"의 피날레에서 정신없이 터져나오던 펑크조의 강렬함과 오버랩되어 잔잔히 소리내다 사라지고 마는 불꽃놀이 음향으로 덧없는 인생에 대한 가슴뭉클함까지 선사하는 이 앨범을 듣고 있노라면 악덕 판매를 일삼다 망한 상X레코드에서 주문/구입했던 SUPERCHUNK의 CD를 들으며 누가 보든말든 "Fishing"을 버스 안에서 악지르며 불렀던 십대 시절 추억들이 불현듯 마음 한편을 건드리곤 한다. 비단 필자뿐만 아니라 아직도 인디록과의 물아일체가 가능한 30대 아저씨-아줌마라면 누구라도 마치 로커가 된양 펑크음악에 맞춰 신나게 몸과 머리를 쳐흔들던 그 때 그 시절의 기분에 감상적으로 젖게 만드는 음악이 바로 이 앨범이 아닐까. 한물가기 시작하는 (왕년 록 오덕후) 인생들의 마지막 한량잔치이자 공감의 장으로 기억될 [Celebration Rock]은 각 곡의 디테일해 관해 구차한 언급이 불필요할 정도로 컨셉과 일관성, 그리고 (펑크 본연의) 순수한 모멘텀과 이에 상응하는 따뜻한 인간미까지 완벽하게 지속시켜낸 이 시대 최고급 레벨의 인디 펑크록 명반인 것이다.  

RATING: 90/100

written by BKC

'REVIEWS > ALT & IND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SKY FERREIRA: Ghost EP (2012)  (6) 2012.10.24
MUSE: The 2nd Law (2012)  (19) 2012.10.11
JAPANDROIDS: Celebration Rock (2012)  (15) 2012.06.09
SWEET BILLY PILGRIM: Crown and Treaty (2012)  (5) 2012.05.19
SILVERSUN PICKUPS: Neck of the Woods (2012)  (6) 2012.05.14
THE SHINS: Port of Morrow (2012)  (7) 2012.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