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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op 30 Albums of 2014: #25 -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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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udang"
25
FATIMA AL QADIRI
ASIATISCH
(hyperdub)
뉴욕 브루클린에 거점을 둔 여성 비주얼 아티스트 겸 음악 프로듀서 파티마 알 카디리(Fatima Al Qadiri)는 아프리카 세네갈 태생의 쿠웨이트 아랍인으로, 걸프전쟁으로 한창 홍역을 치렀던 쿠웨이트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뒤 유럽 등지를 떠돌다 2000년대 말 미국 뉴욕에 정착하여 종합 아티스트로서의 커리어를 계속 쌓고 있는 중이다. 서양에서 제조된 케미컬 '알약'과는 차별화된, 아프가니스탄 '오가닉' 아편과도 같은 이국적 마력(魔力)을 흘리는 그녀의 전자음악은, 수없이 쏟아지는 요즘 인디 음악들 중에서 가히 독보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011년, 파티마는 얼터에고 AYSHAY(이곳에서도 '우연찮게' 언급이 된 바 있다)의 이름으로 [WARN-U], FATIMA AL QADIRI의 이름으로 [Genre-Specific Xperience] 등 두 장의 EP 앨범을 동시에 선보이며 인디팬들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유년시절 선물로 받은 카시오 키보드의 오묘한 음질에 매료되었던 그녀는, 카시오 빈티지 건반들을 이용하여 아랍음악과 앰비언트, 신쓰팝의 유니크한 랑데뷰를 이 두 EP 앨범에서 이뤄냈던 것. 2014년 내놓은 대망의 첫번째 정규앨범 [Asiatisch]에도 서남아시아풍 전작 EP들처럼 앨범 타이틀 '아시아'를 상징하는 이국적(동아시아적/중국적) 바이브들이 시종일관 '오묘하게' 넘실댄다. 베리얼풍 다크 신쓰 추임새에 맞춰 양금(중국에서 'yangqin'으로 불리는 그 악기) 타격 프레이즈를 카시오 키보드로 미미킹한 "Shanghai Freeway", 시네이드 오코너의 원힛원더 "Nothing Compares 2 U"를 중국 베이징 출신 쿼텟 NOVA HEART의 리드싱어 헬렌 펑(Helen Feng)이 북경어(Mandarin)로 개사한 피처링 보컬이 인상적인 "Shanzhai" 등 '아시아 전통문화의 중심' 중국이라는 하나의 테마에 포인트가 맞춰진 다양한 시도들은 앨범 내내 리스너의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시킨다. 앞서 언급된 "Shanghai Freeway"처럼, 중국의 전통 아우라를 자아내는 단아한 카시오 키보드 프레이즈와 UK 개러지의 원시적 텍스쳐를 연상시키는 거친 신씨사이저 추임새의 양극단 사이에서 이뤄지는 오묘한 다크 건반 하모니가 이번 앨범에서 특히 일품인데, 이는 첫번째 풀렝쓰 앨범을 위해 'UK 개러지 명문'이자 '베리얼의 베이스캠프'인 실험 일렉 레이블 Hyperdub을 자신의 파트너로 돌연 선택한 파티마의 결정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대목. 이전 작품들을 회고해볼 때 새로운 시도를 위해 파티마가 정한 메인 테마가 이슬람문화가 아닌 중국문화라는 점이 조금은 의외지만, "쿠웨이트인도 아시아입니다."라고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아시아대륙의 일원으로서 아시안게임에도 참가하는 '서남아시아인' 파티마의 동아시아화는 개연성이 아예 없어보이진 않는다. 따라서 파티마의 이번 '중국 테마'는 리버스 쿼모의 일본어 앨범처럼 서양인들에 의해 자행되는 일련의 심심풀이성 오리엔탈리즘 뻘짓과 달리 봐야 할 부분이며, 음악 자체만 보더라도 [Asiatisch]는 정규앨범으로서 흠잡을 데 없는 독창성, 퀄리티를 갖춘데다 '실험음악' 답지 않게 난해한 표현법 없이 쉽고 재미있게 리스너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이지리스닝' 기능성까지 동시에 탑재되어 있는 수작이다.


"untitled b1"
24
KASSEM MOSSE
WORKSHOP 19
(workshop
)
옛 동독의 '예술의 도시' 라이프치히에 거점을 두고 있는 'KASSEM MOSSE' 군나르 벤델(Gunnar Wendel)은 독일 언더그라운드 테크노/하우스 씬에서 잔뼈가 굵은 프로듀서 겸 디제이로서, 10년 남짓의 프로 활동기간 동안 유수의 명문 일렉 레이블들을 통해 미니앨범, 컴필레이션, 콜라보 앨범 등 다양한 제작 활동에 가담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Workshop 19]이 벤델이 내놓은 첫번째 풀렝쓰 앨범이라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KASSEM MOSSE'라는 이름을 여기저기서 접해왔던 일렉 애호가들에게는 꽤나 놀랍게 여겨질 지도 모르겠다. 독일 현존 최고의 미니멀 하우스/테크노 레이블 Workshop의 19번째 시리즈 주인공이 된 그의 풀렝쓰 앨범에는 Kompakt 레이블의 리즈시절부터 명맥을 잇고 있는 독일 미니멀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진수가 절절히 담겨 있다. 미니멀테크노(minimal techno)의 간소한 비트+배경사운드 포맷을 기반으로 하되, 딮하우스(deep house: 건반 추임새)와 테크하우스 (tech-house: 테크노+하우스 짬뽕 그루브)와의 공생도 수시로 도모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 앨범의 매력은 바로 벤델만이 갖고 있는 특이한 아날로그 감수성에 있다. 빈티지 드럼머쉰/신씨사이저로 일렉 특유의 추상적인 사운드스케잎을 굉장히 맛깔나게 그려냈던 3트랙 슬로템포 하우스 싱글 [Workshop 12 (2011): 1 - 2 - 3]의 간결하면서도 날카로운 '손맛'도 인상적이었지만, 이번 [Workshop 19] 풀렝쓰에서 벤델에 의해 능수능란하게 전달되는 아날로그 하드웨어 특유의 '온기'는 테크노/하우스 장르의 기계적 냉기를 압도하며 앨범 전체를 '작가' 벤델의 숨결과 손길이 깃든 한편의 휴머니즘 작품으로 완벽하게 승화시킨다. 특히 초기 싱글 "We Speak to Those"처럼 UK 개러지 느낌의 raw한 킥드럼과 불규칙한 베이스 질감을 예민하게 응용하는 그의 노련한 비트 감각은, '차갑고 몰인간적인 기계 사운드를 아날로그적으로 감성화'시키는 이번 앨범의 목표 실현을 위한 필살기로서 앨범의 적시적소에 광범위하게 쓰여지고 있다. 결국, 테크노와 하우스 문맥을 미니멀리즘, 실험주의, 아날로그의 정신에 입각하여 재해석하고자 한 '작가' 벤델의 창작 필로소피는, 재미성, 다양성, 독창성, 인텔리정신, 휴머니즘이 모두 구비된 생애 최초 풀렝쓰 앨범 [Workshop 19]에서 비로소 완벽하게 준수되고 있는 것! 다소 주춤하는 추세였던 베를린 엘리트 하우스/테크노 씬이 부활의 기지개를 펴는 듯한 느낌을 (작년 DJ KOZE의 앨범에 이어) 제대로 선사하는 Workshop 레이블 역대 최고작.    


"guts"
23
GAZELLE TWIN
UNFLESH
(
anti-ghost moon gay / last gang)


[To Be Kind] (풀 앨범)
22
SWANS
TO BE KIND
(
mute / young god)
평생 아웃사이더 간지를 보여줄 것만 같았지만 나약하고 초췌한 말년 모습으로 팬들의 마음을 슬프게 했던 루 리드(Lou Reed)와 쟈니 캐쉬(Johnny Cash)처럼, 장발에 매서운 눈매를 하고서 일렉 기타를 후려갈리던 '아웃사이더 음악의 거장' 마이클 지라(Michael Gira) 역시 어느덧 이순(耳順)을 넘기고 얼굴에 깊게 패인 주름살을 드러내며 30여년 음악인생의 황혼기를 서서히 맞이하고 있다. 1982년 결성이래, 13년간의 활동 중단(1997~2010), 지라의 카리스마 여성 파트너 쟈보우(Jarboe)의 탈퇴, 최악의 메이저 레이블 망작([The Burning World (1989)]) 참사 등 부침이 다소 있었던 지라의 밴드 SWANS. 하지만 2010년 지라 중심으로 밴드가 재편성된 이후 8~90년대 리즈시절에 뒤지지 않는 족적들을 연이어 남기며 미완성된 '백조의 신화' 책을 다시 펼쳐 에필로그를 거하게 써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비범함'으로 점철된 마이클 지라의 음악인생에 있어서 마지막 기념비와도 같은 작품이 될 [To Be Kind]는, 트랙들의 천차만별 길이(5분~34분)에 개의치 않고 원숙하게 그려내는 네러티브도 일품이지만, 무엇보다 구상되어진 네러티브/스토리를 위해 블루스, 포크, 펑크록(결성 초기에는 포스트펑크 밴드였다!), 노이즈, 드론, 로큰롤, OST, 인도음악 등 다양한 음악 소스(source)들을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미니멀하게 응용해내는(우연적인 기타 피드백 소리 하나만으로도 그림이 척척 그려진다) 지라의 노련함이 가히 압권인 앨범이다. 전작 [The Seer (2012)]와, 연이어 터진 대박 거작 [To Be Kind]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다. '지라의 신비주의와 실험정신은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 것인가?' 대중과의 타협으로 아주 단순하게 귀결되기 마련인 '록 (rock music)'이란 포맷 안에서 아웃사이더 태도, 컬트주의, 실험정신을 이렇게 지속적으로 작렬시키는 독종은 흔치 않다. KILLING JOKE쟈즈 콜먼(Jaz Coleman)이 영국에서 그런 '위인'의 위치에 있다고 한다면, 미국에선 단연 마이클 지라를 꼽아야 하지 않을까?   


"wilkie"
21
ROMAN FLÜGEL
HAPPINESS IS HAPPENING
(dial
)
괴상망쯕한 일렉트로니카 데뷔앨범 [Ro 70 (1995)] 이후 어느덧 '프로' 데뷔 20년차가 된 독일 다름슈타트 출신의 프로듀서 겸 디제이 로만 플뤼겔(Roman Flügel)은 독일 일렉트로닉 씬을 오랫동안 이끌어온 베테랑 마이스터지만 그동안 동년배 영-미 음악인들에 비해 합당한 명성을 얻지 못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너무 여러가지 닉네임(RO 70EIGHT MILES HIGHSOYLENT GREEN, ROMAN IV, TRACKS ON DELIVERY 등등)으로 바꿔가며 활동해왔기 때문이 아닌가도 싶지만, 어쨌든 본명 'Roman Flügel'을 고수하며 활동을 펼치기 시작한 2010년대 이후부터 그는 비로소 전세계 일렉트로닉 팬과 미디어들로부터 '하우스 장인'으로서 뒤늦은 주목을 받게 된다. 특히 2011년 학구적 딥하우스(deep house) 레이블로 명망이 높은 독일 Dial Records와 환상적 궁합을 보여줬던 풀렝쓰 명작 [Fatty Folders]의 순도 100% 아날로그 사운드는, 번잡하거나 요란하지 않은 튠과 템포로써 리스너의 댄스 욕구를 냉정하게 부추키며 90년대 초-중반 UK 앰비언트 하우스의 원시적 그루브를 제대로 구현해냈었다. 전작 [Fatty Folders]에 이어 Dial 레이블과 또다시 궁합을 맞춘 2014년 신작 [Happiness Is Happening] 역시 90년대 초-중반 IDM/앰비언트풍 UK 하우스 음악에서 즐겨 듣곤 했던 아날로그 드럼머신 비트와 빈티지 신씨사이저 멜로디의 질퍽한 기운들이 앨범 면면에 넘실댄다. 그러나 복고풍 그루브와 비트 생성에 방점을 두었던 전작에 비해, [Happiness Is Happening]에서는 독창성(identity)과 창작성(creativity)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카멜레온'이란 플뤼겔의 별명에 어울리는 다양한 문맥/장르 실험들이 주된 포인트를 이룬다. 하우스의 기반하에 7~80년대 KRAFTWERK와 롤러스케이트 디스코에서부터 21세기 UK 개러지와 일렉트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 소스들을 폭넓게 등용하여 자신만의 아날로그 하우스 스타일을 학구적으로, 냉철하게 구현해낸 이 앨범을 듣노라면, 마치 고장난 7~80년대 중고 빈티지 하드웨어들을 직접 수리해 자신의 최신형 맥에어 랩탑에 연결시켜 금테안경 낀 두눈을 반짝이며 진중하게 마우스클릭질을 하는 '마이스터' 플뤼겔의 모습이 눈앞에서 그려지는 듯 하다. 앞서 소개된 카셈 모세(KASSEM MOSSE)의 음악도 그렇지만, 로만 플뤼겔의 단아하면서도 섬세한 독일식 하우스 음악은, 디터 람스(Dieter Rams), 질 잔더(Jil Sander) 등으로 대변되는 독일 미니멀리즘 프로덕션의 냉철한 감성을 음향적으로 가장 잘 반영하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30-26   25-21   20-16   15-11   10-6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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