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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ARCTIC MONKEYS: Suck It And See (2011)

브릿팝의 사망 이후 STROKES와 KILLERS의 미국산 원투 펀치에 뺏겼던 모던록의 주도권을 다시 가져오기에는 LIBERTINES, RAKES 등의 신진 UK 세력들도 역부족이었던 2000년대 초, ARCTIC MONKEYS라는 정규 앨범 한 장 낸 적 없고 라이브 경력도 변변찮은 초짜 밴드의 데모 트랙들이 마이 스페이스를 통해 인터넷 네티즌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져 버리고 급기야는 Domino 레이블과의 계약 후 2005년 후반기에 발표한 싱글 "I Bet You Look Good on the Dancefloor" 가 순싯간에 영국 차트를 쓸어버리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이듬해 1월 두번째 싱글 "When The Sun Goes Down" 역시 챠트 1위, 그리고 첫번째 정규 앨범 [Whatever People Say I Am, That's what I'm Not (2006)] 마저 발매와 동시에 앨범 챠트 1위... 영국 인터넷 음악 마케팅의 첫번째 대박 수혜자 ARCTIC MONKEYS은 이렇게 BLUR, OASIS등이 주도한 브릿팝 인베이젼이 완전 땅에 묻혀버린 2000년대 영국 음악씬을 다시 새로 우뚝 솟게 만들 구세주로 추앙받으며 혜성과도 같이 UK씬에 등장했다.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될만한 UK밴드에겐 음악성에 관계없이 언제나 확실하게 힘을 실어주는 NME의 전폭적 지지 속에서 그 옛날 BLUR/OASIS의 확고부동했던 모습처럼 현재까지 대형 밴드로써의 위용을 당당하게 유지 중이다. 

이번 네번째 정규 앨범 [Suck It And See] 역시 NME의 변함없는 아가페적 사랑 속에서 절찬리에 홍보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쉽게도 이번 앨범은 그들의 브리티쉬 로큰롤 리바이벌 역정에 있어서 오점으로 남겨질 만큼 네임밸류에 걸맞지 않은 평범한 작품 완성도를 드러내고 있다. 팝적 취향인듯 하면서도 살짝 이질적인 라인으로 빠져 버리는 절묘한 멜로디 센스, 에너제틱하면서도 절도있는 밴드의 연주 실력 등은 데뷔 앨범 시절부터 꾸준하게 지켜져 오고 있는 ARCTIC MONKEYS 식 로큰롤의 기본 덕목들이지만, [Suck It And See] 에서는 이 두 가지 커다란 필수 규범들의 강제성이 희미해진 듯 이질적인 냄새를 살짝 걷어낸 멜로리 라인에서는 말랑말랑한 포스트-비틀즈식 브릿팝 멜로디의 기운들이 지나치게 넘쳐나고, 거칠면서도 에너지 충만했던 트윈 기타의 리프/스트로크와 리듬 파트의 비트 그루브는 어느새 TEENAGE FANCLUB이나 KEANE처럼 너무 정제되고 깔끔하게 나열되어 있는 혁신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마 데뷔 앨범 [Whatever People Say I Am, That's what I'm Not] 이후 발표된 ARCTIC MONKEYS 앨범들을 스킵하고 막바로 [Suck It And See]을 접하는 리스너들에게는 깜짝 놀랄만큼 부드럽고도 다소곳한 사운드 텍스쳐로 가득차 있지만, 사실 이들의 골수팬들조차도 [Whatever People Say I Am, That's what I'm Not]에 수록된 11곡 중 버리는 카드쯤으로 무시했던 온순모드 트랙 "Riot Van" 의 느낌이 오늘날에 이르러 ARCTIC MONKEY의 메인 사운드로 특화되어버릴 줄 누가 예상했을까. 이러한 변화가 설령 '진보/성숙된 ARCTIC MONKEYS식 싸운드' 로 옹호될 수도 있겠지만, STROKES 못지 않은 그루브감과 에너지, BEATLES와 KINKS를 계승하고자 하는 순수 브리티쉬 로큰롤 정신, 대중성과 뭔가 엇박을 이루는 듯 뻔뻔함과 대범함으로 일관된 연주 태도 등이야말로 초기 ARCTIC MONKEYS가 그 어떤 브리티쉬 밴드 세력들과 차별성을 이루었던 가장 기본적인 방정식이었다는 점은 분명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Suck It And See]은 VACCINES, WHITE LIES 등 어설픈 UK 포스트펑크 아류들이 최근 들고 나온 신보들보다는 확실히 우위에 설만큼 양질의 UK 기타 록 앨범인 것만은 의심의 여지 없는 사실이지만, 나긋나긋한 무드와 그저그런 연주 응집력으로 일관한  '그냥 GOOD' 레벨 퀄리티의 별 세 개짜리 얼트/인디 록 앨범들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싸운드를 NME에게 10점 만점 받은 전력도 있는 나름의 거물 밴드 ARCTIC MONKEY의 앨범에서 듣는다는 것 자체가 그다지 아름다운 경험은 아닐 것이다.

이렇듯 BEATLES의 [White Album] 이후 가장 성의없게(?) 만들어진 듯한 앨범 재킷 디자인만큼이나 [Suck It And See]은 ARCTIC MONKEYS가 고유하게 지니고 있는 에너지와 감각의 반 정도도 쏟아붓지 않은 듯 김빠진 싸운드로 무덤덤하게 일관되어 있다. 한때 STROKES의 영국식 카운터파트 쯤으로 불리웠던 그들이지만 2011년 올 한해만큼은 역시 물렁한 새앨범으로 팬들을 실망시켰던 STROKES와 함께 손잡고 동시에 같이 뒤로 한번 크게 나자빠진 형국이 되어 버렸다.

RATING: 60/100

written by Byungkwa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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