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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op 30 Albums of 2014: #20 -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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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eri Lares] (풀 앨범}
20
VALERIO TRICOLI
MISERI LARES
(pan)
일렉트로닉의 실험주의를 표방하는 독일 베를린 레이블 PAN에 있어서 이탈리아 팔레르모 출신 사운드 아티스트 발레리오 트리콜리(Valerio Tricoli)는 상징적 존재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인물일 것이다. 트렌드에 절대 굴하지 않는 무한대 실험정신 자체만으로도 'PAN의 얼굴'로서 단연 칭찬감이지만, 무엇보다 아날로그 기기들을 이용하여 극도로 난해한 사운드스케잎을 군더더기 없이 깔끔명료하게 그려내는 솜씨는 '실험성'과 '독창성'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워(해야) 할 PAN 소속 아티스트들의 실험본능을 옆에서 꾸준히 자극시키기에 충분한 것이다. 테크노 DJ 출신이지만 익스페리멘탈 음악에도 비상한 관심을 보여왔던 PAN 레이블 주인장 빌 쿨리가스(Bill Kouligas)가 특별히 트리콜리를 점지(?)하여 그와 단둘이서 콜라보 제작한 카세트 테잎 앨범 [Split (2013): 구하기 쉽지 않다...]는 레이블에서 트리콜리의 입지를 방증하는 대표적 사례인데, 또한 2011년 트리콜리가 네덜란드 출신의 실험주의자 토마스 안커슈미트(Thomas Ankersmit)와 함께 제작한 풀렝쓰 앨범 [Forma II] 역시 그해 이곳 리스트에서 눈물을 머금고 누락시킬만큼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줬던 PAN의 역대급 익스페리멘탈 명반이었다. [Forma II]의 마스터링은 바로 2년후 그해 최고의 PAN 레이블 앨범이자 그해 최고의 익스페리멘탈 앨범으로 꼽혔던 [Traditional Music of ... (2013)]을 만든 라샤드 베커(Rashad Becker)가 맡았었다. 그런 그 역시 인터뷰에서 '[Forma II] 제작과정을 통해 익스페리멘탈리즘에 대해 비로소 눈을 뜨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으니, 트리콜리의 존재가 갖는 직간접적 시너지는 레이블 내에서 분명 크다고 할 수 있는 것. 2014년 발표된 트리콜리의 생애 두번째 솔로 풀렝쓰이자 PAN과의 데뷔 솔로 풀렝쓰 [Miseri Lares]는 여러모로 콜라보 앨범 [Forma II]와 비교가 되는 작품이다. 즉 [Forma II]에서는 정적인 패턴의 사운드 디자인이 일괄적으로 담겨있는데 반해, [Miseri Lares]에서는 전자적으로 발진되는 음향을 음소재로 하여 음악화시키는 모듈라 신씨사이저 특유의 변칙적/우연적 특성이 자유분방하게 활용되어 훨씬 더 감각적, 역동적, 드라마틱한 사운드 디자인이 구현되어 있다. 인디음악계에서 나름 알려진 인물들을 굳이 끼워맞춰 비유하자면 [Forma II]는 오런 앰바치(Oren Ambarchi)풍, [Miseri Lares]는 크리스티앙 페네스(Chiristian Fennesz)풍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레복스(ReVox) 테잎 레코더로 채집된 잡스러운 음향들을 아날로그 신쓰음향과 함께 꼴라쥬화하여 현실에 대한 분열의 아이러니를 영화적으로 그려내는 트리콜리의 솜씨는, 오히려 인디음악 카테고리를 벗어나 이태리계 대선배 테잎 작곡가 뤽 페라리(Luc Ferrari) 선생을 연상시키는 新 뮤직 콩크레트 모던클래식 거장 풍모에 더 가깝게 보여지기까지 한다. 2014년 최고의 사운드아트 앨범. 


"faith og x"
19
INGA COPELAND
BECAUSE I'M WORTH IT
(self-released
)
러시아 사마라(Samara) 출신의 여성 음악가 잉가 코플랜드(Inga Copeland)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러시아인' 이라는 '센' (? 보드카/뽄드중독자 천국 러시아의 위엄) 백그라운드와, 약쟁이처럼 뭔가 얼이 잔뜻 빠진 듯한 말투로 인해 이 분의 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이 때문일까. 영국이 자랑하는 외골수 장인 딘 블런트(Dean Blunt)와 함께 괴상망쯕한 부조리 악몽들을 음향화했던 일렉트로닉 듀오 HYPE WILLIAMS에서 '리더' 블런트를 제외한 코플랜드의 순수 역량이 과연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마음속으로 의문부호를 달곤 했다. 2012 KEFKRIT 리스트에서 7위에 올려놓았던 명작 [Black Is Beautiful (2012)]에서조차 특유의(?) 얼빠진 나레이션 보컬 이외 그녀의 기여도는 필자에게 상당히 모호하게 느껴졌으니... 오랜 음악동반자인 '영국인' 딘 블런트는 솔로앨범 [The Narcissist II (2012)]와 [Redeem (2013)] 등을 연이어 내놓으며 솔로이스트로서 승승장구중이지만, 이에 반해 글로벌 대도시 런던에서 '외국인' 신분으로 힘겹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해지는 잉가 코플랜드의 '홀로서기' 이후 음악적 행보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다분했다. 게다가 10분 분량의 솔로 소품 [Don’t Look Back, That’s Not Where You’re Going EP (2013)]를 발매했던 소속사 Hippos In Tanks 마저 재정난으로 잠정 휴업중이니, 이번 셀프릴리즈(!) 데뷔 풀렝쓰 앨범 [Because I'm Worth It]과 함께 이뤄진 그녀의 컴백은 인디음악팬들에겐 꽤나 놀라운 뉴스였던 것. 코플랜드의 데뷔 앨범은 로파이와 비현실성이 극도로 강조되었던 딘 블런트와의 'HYPE WILLIAMS' 콜라보작업에 비해 훨씬 더 현실적이고 명료한 비트와 멜로디튠이 인상적인데, 특히 얇게 흐느적대는 건반 멜로디에 맞춰 다양한 피치와 디스토션으로써 앰비언트 사운드스케잎 속에서 청아하게 공명되는 킥드럼+베이스 음향은 매 트랙마다 리스너의 귀를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파고든다. 코플랜드의 이번 앰비언트+베이스 미니멀리즘 앙상블은 '불명확성'과 '지리멸렬함'으로 대변되는 HYPE WILLIAMS의 음악 필로소피와는 차별성을 둔, 즉 다소 '폐쇄적인' HYPE WILLIAMS식 포스트모던 실험주의를 뛰어넘어 SHACKLETON식 UK 베이스(UK Bass) 음악과 연계성을 띈 어프로치까지 융통성 있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트립합 디바 보컬을 도축하려는 듯 훅 자체를 철저하게 말살시킨 그녀의 아방가르드 보컬 역시, 마리아 미네르바(Maria Minerva)를 연상시키는 듯 하면서도(특히 #7 "Inga"를 들어보라) HYPE WILLIAMS가 아닌 'COPELAND'라는 새로운 독자적 음악 행보가 막 시작된 [Because I'm Worth It]의 '추상음악세계'에서도 여전히 핵심적 매력 요소로서 빛을 발하고 있다. 보컬과 베이스의 '구체적인' 음향을 양대 메인 소스로 사용하면서도 HYPE WILLIAMS와 [Black Is Beautiful] 시절의 부조리 풍모를 잃지 않은 [Because I'm Worth It]은, 2013년 '아무도 예상치 못한' 최고의 셀프릴리즈 앨범 반열에 오를만한 퀄리티를 뽐내는 작품이다. 즉, 앨범 제목 그대로 그녀는 진정 '가치 있는' (worth it) 분이었던 것. 그동안 몰라봐서 ㅈㅅ.     


"war paint"
18
EX HEX
RIPS
(
merge)
17
JOHNNY JEWEL 
THE OTHER SIDE OF MIDNIGHT
(self-released
)
2014년 말, 이탈로디스코(Italo Disco)와 신쓰뮤직(synth music) 전문 레이블 Italians Do It Better 창립을 주도했던 마이크 시모네티(Mike Simonetti)가 결국 자신의 레이블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떠나는 비운을 맞이했다. 프로페셔널 디제이이자 프로듀서이기도 한 시모네티의 탈퇴 이유는 아주 간단명확했다. "언젠가부터 이 레이블은 A부터 Z까지 모두 쟈니 쥬얼(Johnny Jewel)에 관한 것이 되어버렸다." Italians Do It Better의 창림 멤버이자 단독 CEO, 그리고 CHROMATICS, SYMMETRY, GLASS CANDY, DESIRE 밴드의 리더인 하드코어 일벌레 쟈니 쥬얼(Johnny Jewel)이 연이어 보여준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행보들은 음악계에서 유례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테지만, 양아치끼와 지적인 면모를 겸비한 이 희대의 카리스마는 어쨌든 이러한 음악외적 이슈들에 아랑곳 않고 특유의 지칠 줄 모르는 음악 활동들을 매년마다 쏟아내고 있다. 곧 다가올 발렌타인 데이를 즈음하여 릴리즈될 예정인 CHROMATICS의 새 풀렝쓰 앨범 [Dear Tommy] 작업으로 바쁜 2014년을 보냈던 그는, 비록 정규앨범 발매는 없었지만 새 음악에 계속 목말라 하는 팬들을 위해 자신의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 이하 '싸클') 페이지에 DESIRE, CHROMATICS, GLASS CANDY 등의 미공개 트랙들을 주기적으로 업로드하면서 지난 한해 동안 팬들과도 꾸준한 소통을 해왔다. 그런데 이 '싸클' 트랙들은 그냥 '구색갖추기' 나 '전시용'이 아닌, 미디어와 평론가들까지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굉장히 흥미로운 어프로치들이 담긴 양질의 미공개 트랙들이었다. 그중 지난 12월 9일 본명 '쟈니 쥬얼'의 이름으로 업로드된 31분짜리 대곡 "The Other Side of Midnight"의 전자음 파노라마는 그가 펼친 2014년 '싸클 activity'중 최고의 클라이맥스였다. 칠순이 넘은 할아버지 수리공을 찾아가야만 제대로 고칠 수 있다는 구형 소련제 발진기를 즐겨 사용하는 아날로그 신씨사이저 오덕의 본좌('껍데기'로 위장된 그의 신씨사이저 기기를 드라이버로 뜯어 무시무시한 내부를 구경할 수 있는 날이 과연 올까?)답게 31분의 풀렝쓰 수준 분량 동안 서슬 퍼런 복선들로 가득찬 호러/스릴러 네러티브를 오직 신씨사이저 하나만으로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따라서 [Drive OST]와 SYMMETRY 프로젝트의 연계선상에서 바라봄직한 "The Other Side of Midnight"은, 크리스토프 코메다의 영화적 라이트모티브, 다프네 오람의 발진음 실험주의, 클라우스 슐츠의 향정신성 최면술, 그리고 '21세기인(人)' 쟈니 쥬얼 특유의 세련된 신쓰 감각 등이 황금비율로 어우러진 '2014년 최고의 신씨사이저 트랙(? 하지만 앨범 분량이라 리스트에 포함시켰다)'이다. 


"puma walk"
16
SLACKK
PALM TREE FIRE
(local action
)
구린 마이너 서브장르였던 그라임(grime)은 2000년대 들어 UK 개러지의 대유행과 함께 DIZZEE RASCAL, WILEY, SKEPTA부터 ZOMBY, WEN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랩퍼-프로듀서들을 양산하며 예기치 못한 전성기를 덩달아 구가하게 된다. 지금 소개할 잉글랜드 리버풀 출신의 프로듀서 'SLACKK' 폴 린치(Paul Lynch)는 엄밀히 말하자면 정통 그라임 아티스트로 볼 순 없는 인물이다. 워낙 비주류권에서 돌던 분인지라 일부 미디어에서는 그를 신인급으로 취급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했었는데, 허나 그는 'PATRICE & FRIENDS'라는 이름으로 이미 세 장의 풀렝쓰 앨범을 발매한 중고신인 프로듀서인 것. 특히 두번째 풀렝쓰 [Cashmere Sheets (2011)]는 그해 최고의 풋웍(footwork) 앨범으로 다수의 미디어로부터 선정되기도 했을 정도였는데, PATRICE & FRIENDS는 그라임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80년대 부기펑크(boogie funk)와 소울이 합성된 하이브리드 풋웍 계열의 음악을 주로 했었으니, PATRICE & FRIENDS 시절의 유머넘치는 풋웍 음악과 비디오를 기억하는 분들은 분명 '심각한' 이번 그라임 풀렝쓰 앨범에 대해 다소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오랫동안 그라임 전문 해적라디오/믹스테잎 사이트 Grimetapes를 운영하면서 그라임 음악의 시크릿팬임을 온라인을 통해 자처해온 경력의 소유자라는 사실. 비록 프로페셔널 프로듀서로서 적지 않은 기간 동안 활약해온 폴 린치이지만, 이번 SLACKK의 첫번째 풀렝쓰 정통 그라임 앨범 [Palm Tree Fire]는 여러모로 '그라임 오덕'인 그의 음악 커리어에 있어서 가장 결정적인 터닝포인트라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Palm Tree Fire]는 필자가 여지껏 들었던 그라임 성향의 풀렝쓰 앨범들 중 '최고레벨'이라고 평할만한 작품이다. [Palm Tree Fire]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 극히 단순한듯 하면서도 복잡하게 얽혀있는 비트 조합에 있다("Three Kingdoms"처럼). 스네어 드럼 소스 하나만 심플하게 사용하여 PATRICE & FRIENDS 시절부터 다져놓은 불규칙 스타카토 비트 감각을 자유자재로 뽐내는 폴 린치의 손맛은 단연 갑. 여기에 구석기시대 8-비트(bit) 아날로그와 80년대형 카시오 디지털이 혼용되어 옛날 자메이카 댄스홀 디제이(deejay) 음악을 연상시키는 질박한 싼마이 무드를 끊임없이 흘리는 신씨사이저 플레이 역시 그라임의 근원(origin: 자메이카)과 근본(fundamental: 2000년대 초) 탐구에 무엇보다 충실하고자 한 이 앨범의 의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마치 클래식 싱글인 MUSICAL MOB의 "Pulse X" (2002)나 WILEY의 루키시절 작품들처럼 미니멀한 비트 조합에 충실하면서도 '새로움'에 대한 탐구 의욕이 충만했던 2000년대 초 '그때 그 시절' 그라임의 'raw'한 열정이 다시 느껴지는 작품이라고나 할까?  
30-26   25-21   20-16   15-11   10-6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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