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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31 03:33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 위치한 로큰롤 명예의 전당 25주년 행사를 기념하는 공연이 2009년 10월 29일과 30일 뉴욕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성대하게 벌어졌었다. U2, 패티 스미스(Patti Smith) 등 수많은 록 레전드들이 양일간에 걸쳐 주옥같은 히트 명곡들을 연주하며 역사적인 순간을 빛냈었는데, 그중 가장 화제가 되었던 순간은 바로 루 리드(LOU REED)와 METALLICA가 함께 무대에 올라 명곡 "Sweet Jane"을 연주하는 장면이었다. 록에 포스트모더니즘과 미니멀리즘 미학을 적용시킨 최초의 인물인 루 리드, 그리고 미니멀리즘에 반하는 복잡한 테크닉과 시끌벅쩍한 음향과잉의 대표 장르 헤비메틀을 계속 주도해온 METALLICA, 이 두 상극의 레전드가 동시에 무대에 올라 루 리드의 명곡 "Sweet Jane"을 5분 동안 같이 연주했다는 사실은 분명 일회성 치고는 꽤나 쇼킹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드러머 라스 울리히의 헤비메틀성 오픈 하이햇 타격음이 귀에 거슬리는 것 빼고는 나머지 멤버들은 원곡자 루 리드를 존중하는 심정으로 성질 팍 죽인 배킹 연주를 유지하며 나름 듣기 거북하지 않은 하모니를 연출해냈었는데, 루 리드의 등장과 연주 직후 시점에서 일부 (생각있는) 관중들로부터 터져나온 야유 정도쯤은 당시 이들의 조인트 gig가 일회성임을 감안했을 때 충분히 무시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일회성 헤프닝이 아니었다. 올해 초 METALLICA의 기타리스트 커크 해밋이 기자회견에서 '루 리드와 메틀리카의 콜라보 앨범 제작이 5월경 시작될 것' 이라는 코멘트를 남기면서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합작 프로젝트는 놀랍게도 루 리드의 제안에 의해 성사된 것이라고 하는데, 올해 5월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메틀리카 전용 스튜디오에 10여일간 공동 레코딩 작업이 이루어졌으며 지난 9월 27일 첫번째 싱글 "The View" 발표에 이어 대망의 첫번째(이자 마지막에 될 게 자명한) 콜라보 앨범 [Lulu]를 내일 정식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 앨범에 대해 과도하게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이 주위에 꽤 많이 보이는 듯 한데, 루 리드의 미발매 트랙 10곡으로 채워진 더블 앨범 [Lulu]는 루 리드와 메틀리카의 공동 편곡과정을 거쳐 완성된 작품이지만 불행하게도 '루 리드'와 '메틀리카' 라는 거대한 네임벨류에 걸맞지 않는 안습수준의 퀄리티를 심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앨범에서 첫번째로 싱글커트된 "The View"를 일단 살펴볼까. 처음 이 싱글을 유튜브를 통해 듣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루 리드의 읊조리는 보컬이 메틀리카 특유의 헤비 배킹 사운드와 상상이하로 부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중반부에서 메틀리카가 터트리는 헤비 그루브만큼은 꽤 들을만 하지만 극상반된 보컬 스타일을 지닌 루 리드와 제임스 헷필드의 주고받기식 보컬 라인은 너무 어설픈 하모니의 극치일 뿐만 아니라 라스 울리히의 과도한 심벌 타격과 커트 해밋의 살벌한 리듬 기타 배킹 역시 루 리드가 '읊조림' 하나만 가지고 간단히 커버할 수 없을 만큼 헤비메틀 특유의 거칠고 남성적인 텍스쳐가 너무 크게 배어있다. '이보다 더 안 어울릴 수 없는' 불협화음 향연의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미니멀배킹에서 빛을 발하는 루 리드와 헤비배킹에서 빛을 발하는 메틀리카의 물과 기름격 음악 캐릭터를 프리프로덕션 과정에서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의욕만 앞세워 레코딩을 10일만에 끝내버린 패착의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재앙의 전조는 이미 싱글 "The View"의 발표 시점에서 이미 예견된 바였지만, 막상 앨범의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The View"가 최고 퀄리티의 트랙이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나머지 대부분의 곡들은 더 처참한 불협화음의 몰골을 앙상하게 드러내고 있다. 가령 "Pumping Blood" 트랙만 봐도 그렇다. 사악한 코드웍에 이어 아밍과 피드백으로 떡칠하는 커크 해밋의 기타, 육중한 투베이스킥과 심벌의 난타로 노익장(?)을 과시하는 라스 울리히의 드러밍에 압도적으로 짖눌려 "피가 솓네~" 를 애처롭게 외쳐대는 루 리드의 모습이란, 마치 왕년에 잘나갔던 칠순 노친네를 스튜디오에 모셔놓고서 자기 멋대로 희롱해먹는 못된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는 듯하여 참으로 심기가 불편하다. 

루 리드다운 단순한 기타 코드웍과 질주감 넘치는 읊조림이 빛을 발하는 "Iced Honey"가 루 리드의 팬이라면 그나마 들을 만한 트랙일텐데, 라스의 심벌질과 제임스 헷필드의 배킹보컬 역시 이 곡에서도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모양새를 갖추곤 있으나 메틀리카의 제멋대로식 메틀 배킹이 이 곡에서만큼은 마치 명예의전당 콘서트 당시 "Sweet Jane" 연주처럼 꽤 적절한 수준으로 제어되고 있어 루 리드 특유의 스트레이트한 에너지를 메틀식으로 느껴보는 데 무리가 없는 완성도를 보여준다(하지만 이러한 테크닉 절제 모드는 반대로 메틀리카 골수팬들에게 몸사리기 인스트루멘탈쯤으로 여전히 폄하될 것이다). 즉, 루 리드를 살리려면 메틀리카의 연주본능을 죽여야 한다는 등식이 성립되는데, 그렇다고 역으로 메틀리카의 헤비 스타일을 섯불리 부각시킨다면 앞서 언급한 "The View"나 "Pumping Blood"처럼 루 리드의 읊조림은 코미디로 들려질 터. 이는 결국 [Lulu]가 루 리드 스타일을 흠모하는 매니어들과 메틀리카의 스타일을 흠모하는 매니어들의 구미를 동시에 만족시킬만한 퓨전적 완성 가능성이 태생적으로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관적 전략없이 일대일로 어설프게 섞어보려는 콜라보 퓨전 어프로치 역시 바로 "Cheat On Me" 같은 트랙에서 저질스럽게 드러나 있는데, 명색은 11분에 달하는 대곡의 형상을 갖추었지만 "Why do I Cheat on me (왜 나 자신을 속이는 거지?)" 를 교차적으로 연발하는 루 리드와 제임스 헷필드의 밋밋한 보컬 라인은 루 리드 특유의 냉소적인 기운이나 절제미가 녹아나지도, 그렇다고 "Fade to Black", "The Unforgiven"에서 보여줬던 메틀리카 특유의 허무주의적 느낌도 살려내지 못한 쓰레기 발라드 변주곡 정도로 또 그렇게 매듭지어진다. 

비록 메틀리카 팬들에게는 여전히 최악의 트랙 중 하나로 평가받겠지만 개인적으로 [Lulu]에서 그나마 들을 만한 곡으로 앨범 클로져 "Junior Dad"(플레이어 참조)를 감히 꼽고자 한다. 루 리드의 시적인 가사가 이번 앨범 중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을 발하는 트랙이기도 한데, 루 리드가 읊조림과 베이스 보컬을 번갈아 취하면서 풍겨내는 낭만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무드는 그의 팬이라면 모처럼 만족스럽게 감상할 수 있을 종류의 것이다. 특히 자기세계로 한참 빠져드는 루 리드의 보컬 라인에 메틀틱한 목소리를 무리하게 뒤섞지 않고 리듬기타리스트로써 사이드에서 묵묵히 기타만 후려주는 제임스 헷필드의 절제력 역시 이 곡에서만큼은 마땅히 칭찬받아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또한 메틀리카는 백밴드로써 "The greatest disappointment..." 를 반복하는 루 리드의 우울한 읊조림에 발맞추어 퓨너럴 둠(funeral doom) 메틀의 절망적 슬로우 무드가 듬뿍 녹아난 배킹 연주를 반복적으로 루핑하면서 EARTH식 포스트메틀의 새로운 느낌을 연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8분이라는 긴 시간을 할애하며 앰비언트적 드론음악으로 매조지되는 이 곡의 아웃트로 부분은, 메틀리카가 몸을 섞고 있어 여전히 논란의 소지는 있지만 스포트라이트에서 비켜선 행보를 걸었던 루 리드의 최근 솔로작품들(특히 다크 앰비언트 성향의 실험작 [The Creaton of Universe (2008)] 앨범)을 기억하고 있다면 이 실험적 어프로치가 크게 생소하거나 불쾌한 체험으로 여겨지진 않을 것이다.

[Lulu]의 모든 곡들이 루 리드의 주도하에 쓰여진 것들이기에 메틀리카는 이번 콜라보 작업에서 자신들의 음악적 영향력을 50:50로 행사할 수 없는 숙명을 근본적으로 떠안아야만 했다. [Lulu]가 메틀리카 자신들의 정식 디스코그래피에 올라가게 될 정규 앨범이 아니라면 50:50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음을 낭비하여(특히 라스 울리히의 융통성 제로 드러밍은 심히 유감이다) 루 리드 음악의 '연약한' 텍스쳐를 건드리는 것보다 차라리 "Junior Dad"에서처럼 루 리드의 캐릭터를 살려내기 위해 뒤로 확실히 빠져주면서 새로운 형태의 메틀 사운드스케잎을 조성하는 데 더 포커스를 맞추기만 했어도 크게 나쁘지 않은 결과물을 얻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시도들이 결국 자존심 강한 메틀리카에겐 손해보는 장사일 수도 있겠지만 이번 앨범의 안타까운 퀄리티를 생각할 때 두 노장 레전드집단의 풍모도 동시에 한껏 살려내면서 한편의 거대한 서사시를 완성해낼 키워드로 작용할 수도 있었던 "Junior Dad"식 작업 밸런스가 앨범 전체적으로 확대되지 못한 점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살아있는 레전드들의 콜라보 앨범으로 크나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Lulu]를 바라보는 심정들은 음악취향에 따라 분명 천양각색일 것이다. 일단 영국 클래식 록 잡지 Mojo는 이 앨범을 '내추럴한 야성미가 느껴지는 쇼킹한 앨범' 으로 격찬을 했으며 미국의 롤링 스톤지 역시 비슷한 논조로 상당히 호의적인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Lulu]는 엉성함과 부조화가 너무 짙게 드리워진 '올해 최악의 앨범' 부류로 분리되어져야 한다고 본다. 루 리드와 메틀리카를 동시에 좋아하는 매니어 중 한 사람으로써 이 둘의 '물과 기름' 격 음악적 성향이 쉽게 합치될 것이라는 기대를 애초부터 크게 하지 않았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대가의 대접을 받을 만한 거물들이 뭉쳐 상호간의 음악적 융합을 위해 어떤 불세출의 솔루션을 들고 나올지도 모른다는 조그만 희망도 분명 존재했기에 이번 앨범이 주는 실망감이란 분명 감당키 어려운 것이다. 


RATING: 33/100

written by
 B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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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paklehorse 2011.11.04 23:45  Addr  Edit/Del  Reply

    점수가 후하네요

    • BKC 2011.11.05 11:57  Addr  Edit/Del

      예...예의상...좀 줬습니다 ㅋㅋ

  2. WANG 2011.11.29 14:38  Addr  Edit/Del  Reply

    누가 추천해서 우연찮게 들어왔는데 다른 리뷰들 중에 가장 정확한 리뷰글 같군요.

  3. 툼누씨 2011.12.09 12:02  Addr  Edit/Del  Reply

    ㅋㅋㅋ 룰루비데는 여기저기서 욕먹는군요

  4. 단테 2011.12.09 23:15  Addr  Edit/Del  Reply

    ㅋㅋㅋㅋㅋㅋ

  5. omy 2011.12.13 08:51  Addr  Edit/Del  Reply

    너무합니다 이앨범.. 들은 제가 잘못이죠. ㅋㅋㅋㅋ

  6. 푸른은빛늑대 2012.02.16 07:06  Addr  Edit/Del  Reply

    글쎄요 .. 올리신 저 트랙만 듣고 쓰는건데
    뭐랄까 메탈리카는 Memory Remains의 할머니보컬이 등장하는 순간처럼
    헤비한 인공적사운드(편의상 이렇게 쓰겠습니다) 이후 어느시점 수려하게 살아있는!
    비장하고 아름다운 아르페지오가 흘러나오는 본래 자신들의 음악처럼,
    자신들의 본래 사운드와 그 위로 흐르는 네츄럴한 루리드의 보컬 사이로
    또다른 방식의? 그런 살아 숨쉬는 아름다운 순간을 꿈꾸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스터오브퍼펫의 중간기타솔로가 나오는 순간같은것)
    비록 결과물은 40점일지 몰라도 하던대로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시도를 하고 고민하는 진정성있는 자세만큼은 높게 쳐주고 싶습니다.
    (물론 저 한곡밖에 안들어봐서 다른 트랙들의 퀄리티는 전혀 모르겠습니다만.;;)
    이러한 경향은 Sigur Ros의 음악이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감명?을 준 이후로 두드려졌다고 보는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의 니즈를 SigurRos같은 밴드가
    잘 반영되게 나온 것이겠지요..)
    잘 정돈된 쇼윈도같이 늘 갇혀지고 답답한 도시인로봇같은 삶에 대한
    해방비상구로 자연적이고 네츄럴함을 회복하려는 여러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는것 같습니다.
    (복고음악이 재해석되고 Adele의 리얼한 음악에 사람들이 열광하는것 또한..)
    인디쪽에선 다들 아시듯 Arcadefire가 주목받은 이후로
    그 영향을 다만 보이게든 보이지 않게든
    조금씩이라도 받고 반영한듯한 앨범들이 많이 나오구 있다는게 제 개인적인 생각이구요.
    최소한 메인스트림에 등장하는 밴드들은.
    (꼭 음악적 부분이 아니더라도 정서적으로도..)
    제가 보기엔 다들 이제 챗바퀴돌듯 뭔지도 모르고 사는 삶들에 너무 지쳐서
    진정으로 네츄럴하고 살아있는 순간이 다가와주기를,
    그리고 피노키오가 사람이 되듯
    가짜가 진짜가 되듯
    그렇게 진정 살아 움직이는 현실을 꿈꾸고
    그러한 자연적이고 리얼한 순간 안에서 쉬고 싶고
    또 위안받고 싶어하는듯 합니다.
    (Arcadefire의 생생한 생명력같은.. No Cars Go같은곡.)
    결론적으로 한물간? 밴드인 메탈리카로써도(전 메탈리카 여전히 좋아합니다만)
    저 곡을 들어보니 여러 고민을 한 듯한 흔적이 보여지구요.
    (메탈리카야 원래 새로운시도? 혹은 뻘짓에 용감하게 도전하는
    진정 경계가 없고 관습에 순응하지 않는 초메탈적 마인드를 가진 진정 락커죠..^^;
    깡통드럼얼터너티브앨범의 순간들을 다들 이미 경험하셨듯이 ;;)
    비록 영원히 Metallica가 SigurRos가 될 순 없겠지만(메탈리카는 메탈리카다워야죠..)
    그들의 꺼지지 않는(죽은 인형이 되지 않고 살아 숨쉬려는) 마인드만큼은
    다시 한 번 훌륭하다 생각합니다.

    다음번엔 이런 급진적인? 시도도 좋지만 자신들이 늘 해왔던 음악 안에서의
    진정 살아있는 또다른 새로운 완성을 부디 보여주었으면 정말 좋겠네요..
    다시금 예전처럼 열광할수 있게 말이죠..
    자신을 잃지 않는다는건 언제나 중요한 것이니까요.

    ps. 글을 쓰다보니 의도와 생각을 정확히
    논리정연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허접한 한계에
    심히 자괴감이 드네요 .. 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