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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op Albums of 2013: Honorable Mentions (part 3)


작년 7월 12일에 전격 발매되었던 '알앤비 소울의 황태자' 로빈띠크(Robin Thicke)횽의 6번째 정규앨범 [Blurred Lines]은 발매와 동시에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하고 육백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리는 등, 그야말로 "T.O.P." 즉 2013년 최고의 대박을 친 앨범들 중 하나였다. 미국와 캐나다 국적을 동시에 보유중인 이 LA 출신 알앤비 소울 뮤지션은 그동안 크리스티나 아귈레라, 니키미나즈, 어셔, 50센트, 메리 제이 블라이즈 등과 같은 특급 거물들과 작업을 하면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입지를 굳혀왔으며 "Wanna Love U Girl", "Lost Without U" 등 많은 개인 히트곡들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아마도 대중에게 가장 친숙하게 기억되는 곡은 "The Sweetest Love" 일 것이다). 전반적으로 이전 작품들에 비해서 훨씬 더 와일드해진 느낌으로 다가오는 [Blurred Line]은 소울, 펑크, 힙합, 디스코 장르들이 어우러져 근래 메인스트림 알앤비팝 시장에서 결코 흔치 않은 감각적 그루브와 에너지를 내뿜는 앨범이다. 특히 댄스플로어를 직접 겨냥한 트랙들이 유독 눈에 띄는데, '소울의 대부' 마빈게이성님을 떠올리며 빠렐횽과 함께 만들었다는 리드싱글 "Blurred Lines"을 비롯, 프로듀서로 참여한 팀버랜드횽 특유의 배경리프-목소리-신스사운드가 어우러져 신나는 한바탕 댄스를 부추키는 "Take It Easy On Me",  70년대 비지스 시절의 디스코/소울댄스풍으로 흥겨움을 선사하는 "Ooo La La""Ain't No Hat 4 That" 등 초반부 댄스곡들은 대중에게 쉽게 어필되는 댄스삘 너머로 보여지는 베테랑 힙합 프로듀서들의 원숙한 스튜디오 감각이 크게 돋보이는 노래들이다. 또한 캔드릭라마가 피쳐링해준 "Give It 2 U"와 힙합 댄스장르의 큰 파장을 일으켰던 장본인 윌아이엠횽이 참여한 "Feel Good"는 EDM의 맛까지 살짝 첨가하여 '허연 얼굴의 사나이' 띠크횽의 스타일에 아주 딱 어울리는 소울댄스 분위기가 기막히게 연출된 노래들이다. 이번 앨범 제목 "Blurred Lines"의 뜻은 '모호한 선들', 여기엔 '나이를 먹게 되니 흑백을 가릴 수 없는 애매한 경계(상황)들이 훨씬 더 많음을 항상 깨닫게 된다' 는 띠크횽의 아주 철학적인 생각이 담겨 있다. 이 심오한 제목처럼 '팀버레이크는 명품이고 띠크는 쓰레기야'라는 흑백논리로써 쉽게 깎아내릴 수 없는 띠크횽만의 개성, 감성, 가치, 성과들이 [Blurred Lines]에 지대로 담겨 있으며 띠크횽을 써포트하는 프로듀서들 역시 팀버레이크의 새앨범에 전혀 밀리지 않는 명품 스튜디오 작업 솜씨를 [Blurred Lines]에서 유감없이 보여준다.
  BIG DEAL [June Gloom]


"dream machines"
런던에서 활동중인 혼성 록듀오 BIG DEAL의 두번째 앨범 [June Gloom]은 지난 한 해 동안 개인적으로 가장 즐겨들었던 앨범 중 하나였다. 언제든지 폭발해버릴 것만 같은 우울함을 억누르고 담담하게 읊조리는 듯한 케이시 언더우드와 앨리스 코스텔로의 보컬 하모니. 이와 대조적으로 로킹 에너지와 그루브를 동반하며 적절한 톤으로써 귀를 산뜻하게 자극하는 일렉트릭 기타리프와 드럼비트의 연주 앙상블. 이 두 대조적인 삘들이 결합하여 쓸쓸하면서도 아름답고, 차분히 가라앉은 듯하면서도 묘한 긍정 무드와 상승감이 폭발하는, 그런 이율배반적 심상들이 안정감 있게 공존하는 작품이 바로 이 앨범이다. 'MAZZY STAR 워너비들의 어쿠스틱 포크 연주'를 듣는 듯 했던 2011년 데뷔풀렝쓰 [Lights Out]은 정말이지 앨범 전체를 한번 완청하기조차도 힘든 공허함과 지루함의 메들리 그 자체였던 걸로 기억된다. 그런 의미에서 균형 잡힌 감정/톤이 절도있게 유지된 일렉트릭 트윈기타웍과 혼성보컬 하모니로 수수하게 빛나는 '기타록' 앨범 [June Gloom]의 성공적인 변신은 실로 놀라운 것이 아닐 수 없다. '와! 이건 정말 대박이다!' 라고 탄성을 내지를만한 특이한 어프로치들을 절대 찾을 수 없는 전형적인 B급 팝록(pop rock) 매터리얼로 도배된 앨범. 즉, 아무리 잘해봐야 100점 만점에 80점을 초과하는 점수를 태생적으로 절대 받을 수 없는 그런 류랄까. 하지만 극도로 절제된 스튜디오 공정하에서 포크적인 감수성(데뷔 시절부터 탐닉해왔던)과 솔직담백한 일렉트릭 기타리프(본 앨범의 핵심)가 가진 예민한 질감과 광택들을 모두 살려냄으로써 인디팝/록 계열 중 가장 최고의 가치를 지닌 '80점짜리 앨범'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


"pass the shit"
정신줄 쏙 빠지게 만드는 템포 음악의 진수인 풋웍(footwork)은 '미국 하우스 음악의 성지' 시카고에서 시작된 음악(혹은 스트리트댄스) 장르 중 하나다. 루프로 계속 반복되는 샘플사운드들과, 때론 간결하다가도 돌연 정신없이 쏟아지는 강렬한 비트들이 한데 어우러진 풋웍음악은, 원래 현란한 발놀림을 주무기로 하는 시카고 스트리트댄서들의 퍼포먼스를 위해 만들어진 음악들이 후에 장르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친듯이 스텦을 밟는 흑횽들이 주축이 된 시카고 출신 댄서들은 Clap 소리와 베이스, 그리고 급변하는 템포의 사운드와 비트에서 춤추는 것을 전통적으로 좋아해왔다고 하는데, 근본적으로 댄스 퍼포먼스를 위한 배경음악으로서 만들어지는 음악이라런지 음악 자체만 듣고 있기에는 살짝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소개할 디제이 라샤드(DJ Rashad)는 단순하고 지루한 맛이 있는 기존의 풋웍 음악에 멜로딕한 요소를 적절히 뒤섞어 훨씬 더 풍부한 음악적 표현을 펼쳐내는 비상한 횽님이다. 디제이 라샤드는 90년대 초반부터 디제잉과  프로듀싱을 배우기 시작하여 시카고의 언더그라운드 춤판에 불판을 계속 달구다 최근 영국의 유명 레이블 Hyperdub 레코드와 계약을 맺으며 세계적인 뮤지션으로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작년 초 Hyperdub을 통해 EP [Rollin']와 싱글 [I Don't Give a Fuck]을 먼저 선보인 라샤드횽은, 드디어 지난 10월 생애 최고의 풀렝쓰 거작 [Double Cup]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보통 풋웍 뮤지션들은 비보이팀들과 아예 팀을 이루어서 활동하기도 하는데 라샤드횽 또한 최고의 시카고 풋웍 댄서연합인 Teklife 크루의 초창기 멤버이며(참고로 첫번째 싱글곡인 #7 "I Don't Give a Fuck"의 MV를 보면 시작할때 테크라이프 로고가 찍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풋웍 디제이연합 Ghettoteknitianz를 이끄는 리더이기도 하다. 그는 테크노, 힙합이외에 90년대에 대유행했던 정글(jungle) 뮤직의 광팬이라고 하는데 그러선지 이번 [Double Cup] 앨범에서는 그의 정글브레이크(jungle breaks) 비트취향이 묻어 나오는 모습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연속적으로 울려주는 베이스와 샘플, 그리고 "나는 상관안해" 라는 멘트가 어우러져 풋웍의 긴박한 느낌이 다크하게 전해지는 리드싱글 #7 "I Don't Give a Fuck", 90년대 애시드하우스 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질감의 소리들이 인상적인 #11 "Acid Bit", 그의 풋웍 동지 DJ Spinn과 함께 해선지 다른 곡들에 비해 보컬샘플이 길고 럭셔리하게 등장하는 #13 "Let U No" 등등 [Double Cup]은 수록곡들 하나하나가 앨범 전체의 수준까지 대변할 수 있을 만큼 개성과 완성도가 높은 트랙들로 채워진 앨범이다. '어르신들 앞에서 다리를 흔들면 복달아난다'며 달갑지 않은 시선을 받을 수도 있기에, 우리 모두 적당한 곳을 찾아서 라샤드횽님의 스타카토 비트에 맞춰 다리를 한번 세차게 흔들어보자. 혹시 올겨울의 매서운 추위를 빗겨갈 수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PETE SWANSON [Punk Authority EP]


"punk authority"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출신의 노이즈 듀오 YELLOW SWANS(2001-2008)는 싸이키델릭 드론, 앰비언트 무드, 노이즈 전자음향을 이용하여 굉장히 다크한 사운드스케잎을 추상적으로 그려내던(마치 전성기 Kranky 레이블의 음악 스타일과 흡사하다) 전형적인 '익스페리멘탈' 그룹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정처불명의 노이즈 피드백과 글리취 음향들을 펑크록 연주하듯 과장된 액션으로 난도질한 다음, 일렉음악 제작하듯 흥미로운 샘플들을 그 위에 첨가시켜 '익스페리멘탈리즘'이라는 폐쇄된 프레임 안에서도 나름의 라이브친화적이고 대중친화적인 맛을 제법 낼 줄 아는 친구들이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YELLOW SWANS는 2008년 초 특별한 이유없이 해체를 선언하고, 그룹의 한 축이었던 피트 스완슨(Pete Swanson)은 막바로 뉴욕 브루클린으로 터전을 옮겨와 지금까지 YELLOW SWANS식 실험음악의 제2막을 홀로 우직하게 써내려오고 있다(그 역시 인디예술인으로서의 숙명인 '생계곤란' 때문에 여기저기서 투잡 쓰리잡을 뛰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그런 그가 2011년 발표한 풀렝쓰 데뷔작(기존에 발매된 카세트와 LP의 컴필본에 가깝기에 '데뷔작품' 이라고 말하기엔 뭣하지만) [Man with Potential]은 거친 질감의 갖가지 소음들로 가득찬 메인 프레임 위에 글리취된 클럽테크노풍 4/4 킥드럼비트들을 얇게 덧대어 기존의 아방가르드 노이즈 음악들과 다른 '이지리스닝(???)' 노이즈의 진수를 잘 보여준 명작이었다. 그로부터 2년만에 선보인 피트 스완슨의 최신 EP [Punk Authority]는 '현존하는 노이즈 기반 음악들 중 가장 펑크록적이면서도 클럽스타일(???ㅋ)에 근접한 노이즈'라는 평에 합당한 터프+과격+폭력적이면서도 세련+깔끔한 노이즈 튠과 웨이브로 넘실대는 작품이다. 전작 [Man with Potential]보다 킥드럼비트의 비율을 대폭 낮춤에도 불구하고, 노이즈, 피드백, 글리취사운드들을 훨씬 더 날카롭고 세련되게 커팅해냄으로써 '파워노이즈(power noise)'와 '댄스노이즈(dance noise)'라는 두마리 토끼를 전작보다 오히려 더 확실하게 잡아냈다. 2013년 최고의 노이즈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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