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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S

The Top 30 Albums of 2013: #10 - #6




[The Man Who Died...] (풀 앨범)
10
GROUPER
THE MAN WHO DIED IN HIS BOAT
(kranky)
2011년 이곳에서 [A I A]를 통해 한번 크게 띄운 적이 있었던만큼, 시간관계상 이번에는 '1인 밴드' GROUPER의 리즈 해리스(Liz Harris)에 관한 디테일한 서술을 생략하기로 한다(죄송). '난해함'과 '형이상학'이 필수덕목쯤으로 간주되는 아방가르드 장르에서, 리즈 해리스는 음악에 문외한이라도 충분히 감동 받을만큼 '아름다움'이란 관념을 너무나 쉽게 묘사할 줄 아는 인물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The Man Who Died in His Boat]는 새앨범이 아니라 리이슈 앨범에 가깝다. 2008년 Kranky 레이블을 통해 발표되었던 데뷔 풀렝쓰 [Dragging a Dead Deer Up a Hill]에 실리지 못했던 음원들을 다시 모아 제작된 앨범이 바로 이 작품이기 때문. 지독한 로파이 테잎 잡음과 일렉 기타 노이즈 등의 혼탁한 기운들로 채워졌던 2011년작 [A I A]와는 대조적으로, [The Man Who Died in His Boat]에는 데뷔 앨범 시절 강조되던 정적인 포크 무드와 정돈된 음원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즉, [A I A]가 턴테이블리즘과 익스페리멘탈 기법들이 두루 가미된 아방가르드 지향적 앨범이었다면, [The Man Who Died in His Boat]는 포크록과 드림팝이 적절하게 가미된 팝친화적 앨범에 가깝다. 기타 리프 역시 [A I A]풍 일렉 노이즈/피드백이 아닌 어쿠스틱/클린톤 위주의 조심스럽고 몽환적인 스타일로써 리스너의 심금을 포크스럽게 울리고 있다(마치 '아웃사이더 음악의 거장' 로렌 매저케인 코너스(Loren Mazzacane Connors)의 몽롱한 기타 사운드를 연상시킨다). 비록 수년 동안 묵혀둔 비발매 음원들을 다시 모아 만든 '재활용' 풀렝쓰이지만, 허무주의적 서정성을 자신만의 스타일과 개성에 맞춰 강렬하게 보여주는 리즈 해리스의 내공이 어떻게 쌓여져 오늘날에 이르렀는지를 다시 한번 조망하게끔 해주는 작품인 것. 그러나 이 미공개 앨범은 정규 풀렝쓰라 해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는 게 함정이다. 왜냐면 필자는 처음 이 앨범을 접했을 때 GROUPER의 새로운 스튜디오 풀렝쓰로 완전 착각했었으니...... ㅡㅡ


"blackpool late eighties"
09
JAMES HOLDEN
THE INHERITORS
(
border community)
2010년, 유서깊은 K7 레이블의 DJ 믹스 시리즈 [DJ-Kicks]를 통해 주목받기 시작했던 제임스 홀든(James Holden)의 당시 모습은 영락없는 클럽형 디제이였다. [DJ-Kicks]에서 더 거슬러 올라가 홀든의 초기 앨범들과 맞딱뜨리면 그의 클럽 본능은 더 노골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특히 첫번째 믹스앨범 [Fear of a Silver Planet (2001)]은 아예 '흑역사'라는 생각마저 살짝 들 정도로 100% 클럽지향 믹스앨범이었던 것. 하지만 터닝포인트 역작 [DJ-Kicks] 앨범 속 레고벨트(Legowelt), 루크 애보트(Luke Abbott) 같은 젊은 일렉 명인들의 리믹스 트랙에서 그가 보여준 '심각한' 신쓰 소리들은 현실타협과 거리가 먼, 다분히 '신쓰 오덕'의 기질이 보이는 종류의 것이었다. 특히 포스트록 밴드 모과이(Mogwai)의 명곡 "The Sun Smells Too Loud" 에서 추출된 아날로그 신씨사이저 리프에 전자 비트와 노이즈를 삽입하여 보통이 아닌 아방가르드 본능을 과시한 리믹스 트랙은 앨범의 최대 하이라이트였으니... 홀든의 주무기인 신씨사이저 리프는 잘못 사용되면 쓰레기 트랜스 방향으로 빠질 수 있는 위험이 항상 도사리지만, 그는 신씨사이저를 트랜스적 추임새용이 아닌 실험본능을 댄스뮤직 속에서 실현할 수 있는 무기로 보기 때문에 그의 댄서블 음악들은 신쓰리프가 난무함에도 언제나 풍부한 실험적 어프로치를 위한 가능성이 항상 열려 있는 듯 보였다. 그리고 지난 2013년. 홀든은 7년만에 선보인 두번째 정규앨범 [The Inheritors]에서 십년이 넘는 클럽 디제잉 생활에서 벗어나 갤러리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사운드 아티스트로서의 자격을 취득케 해줄 최고의 익스페리멘탈 음악을 드디어 우리에게 전하게 된다. 신씨사이저 리프와 수제 타악기 비트로 짜여진 앨범 속 미니멀리즘 이중주는, 때로는 바로크 시대의 하프시코드 협주곡처럼 웅장하고 섬세하게, 때로는 팀 해커(Tim Hecker)의 앰비언트 노이즈처럼 기괴한 똘끼가 다분하게 지속적으로 귀를 자극시킨다. [The Inheritors]는 아방가르드적 실험성이 다분하면서도 클럽 날라리끼('캐취감'도 은근히 신경씀)도 살짝 가미되어 있기 때문에, 막스 리히터(Max Richter)나 크라우트록(Krautrock) 등의 '점잖은' 학자풍 음악 일변도인 익스페리멘탈 계열 앨범치고는 대중들에게 어필하는 능력이 아주 탁월하다. '클럽 DJ 베테랑 출신' 앤디 스톳과 함께 이 시대에서 가장 강렬한 대중적 어필능력을 뽐낼 실험주의 일렉음악가의 등장을 알리는 서막과도 같은 작품.


"fall back"
08
FACTORY FLOOR
FACTORY FLOOR
(
dfa)
'이것이 힙스터 왕초의 간지구나'라고 느끼게 해주었던 제임스 머피(James Murphy)의 밴드 LCD SOUNDSYSTEM이 현역 은퇴를 선언한 이후 중심축을 잃어버린 DFA 레이블의 새로운 리더가 출현했다. 바로 영국 런던 출신의 '신쓰록(synthrock)' 트리오 FACTORY FLOOR가 바로 그 문제의 인물들. 이들이 음악을 만들어내는 공식은 야구에서 세이브 투수가 던지는 무대뽀 돌직구처럼 굉장히 단순강직하다. 중남미의 정열적인 트라이벌(tribal) 퍼커션을 연상시키는 드럼 비트와 80년대의 거친 언더그라운드 레이브를 연상시키는 아날로그 신씨사이저 멜로디 사이에서 이뤄지는 오가닉한 조화가 이들이 내세우는 프로듀싱 레파토리의 기본이자 전부. 하지만 이들은 마냥 신나기만 해야 할 레이브풍 단순무식 테크노(테크하우스 삘도 간혹 난다) 공식에 인더스트리얼의 몰인간적 기계소리와 다크 일렉트로의 네거티브 무드 등을 얍삽하게 접목시켜, 극도의 단순성으로부터 가장 복잡다양한 심상들을 불러일으키는 디스코클럽+록클럽 겸용 씬쓰 테크노(synth-techno)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아주 사소하게 흘려버릴 수도 있을 마우스 클릭, 건반 음계, 스네어 비트 하나하나까지 낭비됨 없이 귀에 착착 감겨들 정도로 단순한 레이어링과 절제된 사운딩이 99.9% 완벽하게 효과를 본 '2013년 최고의 신쓰 앨범'이 바로 이 앨범.


"dances II"
07
RASHAD BECKER
TRADITIONAL MUSIC OF...
(
pan)
2012년 '30 리스트'에서 소개되었던 리 갬블(Lee Gamble)의 앨범처럼, 그리스 출신 프로듀서 빌 쿨리가스(Bill Kouligas)가 이끄는 독일 베를린 레이블 PAN은 실험적 일렉트로닉과 사운드아트 팬들의 식욕을 왕성하게 자극할만한 고퀄 앨범 시리즈를 수년째 군계일학급으로 이어나가고 있다. 2013년에도 마찬가지. 앰비언트와 익스페리멘탈의 환상적인 궁합을 보여줬던 RENE HELL의 40번째 시리즈 [Vanilla Call Option]도 추천할만한 수작이지만, 34번째 시리즈 [Traditional Music Of Notional Species Vol. 1]이야말로 명실상부 2013년 최고의 PAN 시리즈 앨범이자 올해 최고의 익스페리멘탈 앨범으로 손꼽힐만한 작품성을 보여준다 하겠다. 이 앨범의 주인공 라샤드 베커(Rashad Becker)는 베를린에서 알아주는 마스터링 엔지니어로서, 베를린 최고의 스튜디오 Dubplates & Mastering에서 주력 멤버로 장기간 활동하며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끝에 마침내 본인 이름이 프린트된 개성만점의 프로듀싱 매터리얼 [Traditional Music Of Notional Species Vol. 1]을 완성하게 된다. 즉, 목소리와 악기소리, 그리고 정처불명의 괴상한 음원들을 노이즈 장르 음악처럼 과격하게 뒤틀고 늘어뜨리면서도 멜로디 위주의 정통 음악(앨범 제목 'traditional music'이 의미심장해진다) 못지 않은 네러티브를 구체적으로 그려내는 기예를 이 앨범에서 선보인 것. 형이상학적인 멜로디를 뿜어내는 알토 색소폰 소리도 베커에겐 '점'일 뿐이고, 공항에서 채집된 무의미한 바람 소리 역시 그에겐 동일한 '점'으로 취급된다. 그리고 이 무수한 점들을 그가 머릿 속에서 구상한 '선(네러티브)'을 따라 적절히 배열시켜 가장 흥미로운 추상음악 앙상블을 '작곡'해낸 다. 악기에서부터 필드레코딩에 이르기까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음원들을 능수능란하게 샘플링하여 빈틈없이 프로듀싱하는 '스튜디오 작업의 귀재' 베커의 감각과 개성이 '난해함'과 '몰개성'으로 상징되는 익스페리멘탈 음악 영역에서 발휘되고 있다는 게 그저 놀라울 뿐이다. 더군다나 이 앨범은 그의 공식적인 첫번째 앨범이라는 사실.


[Sunbather] (풀 앨범)
06
DEAFHEAVEN
DEATHWISH
(
deathwish)
샌프란시스코 출신의 블랙메틀 밴드 DEAFHEAVEN은 프랑스의 ALCEST가 끝내 이루지 못했던 블랙메틀과 슈게이징/포스트록의 완벽한 퓨전을 데뷔앨범 [Roads to Judah (2011)]를 통해 일찌감치 이뤄낸 바 있다. 특히 DARKTHRONE의 사악한 블랙메틀 스피드와  JESU의 몽롱한 슈게이징 무드를 절묘한 타이밍으로 교배시킨 11분짜리 오프너 "Violet"의 드라마틱한 감동은 가히 경악스러운 수준이었으니... 물론 DEAFHEAVEN을 비롯, KRALLICE, LITURGY 등 일련의 젊은 미국 밴드들이 주창하는 '새로운 블랙메틀 접근법'은, 여전히 정통 블랙메틀계로부터 '힙스터들의 뻘짓'쯤으로 폄하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사탄 고스프레의 위선 대신 슈게이징의 초현실적 드라마를 차용하여 세상에서 가장 강렬하고 스피디한 록 네러티브를 거창하게 써내려가고자 한 DEAFHEAVEN의 필로소피는 2013년 앨범 [Sunbather]에 이르러 비로소 활짝 꽃을 피우게 된다. 트레몰로 피킹, 투베이스 킥드럼, 하울링(howling) 보컬 등 '블랙메틀 밴드' 특유의 공격 루트들을 골고루 이용하여 융단폭격하듯 밀어붙이면서도 어쿠스틱과 슈게이징 클린톤 리프에 의한 아름다운 멜로디들을 살벌한 카오스 국면의 적시적소에 가미함으로써 블랙메틀 역사에서 가장 특이한 형태의 사운드스케잎과 이모(emo) 훅들을 터트려내는 개가를 올린다. 극악의 끝을 향해 단숨에 달려가는 듯한 스피드-파워-테크닉의 삼위일체 메틀 퍼포먼스는, 결국 사탄의 품에 안기기 위한 발악이 아닌 'I want to dream!'을 처절하게 외치는 이들의 자폐적 공상과 인간적 고뇌를 생생하게 그려내기 위한 도구적 존재에 불과했던 것이다. 어둡고도 혼란스럽지만 장엄한 스펙타클이 살아 숨쉬는 니힐리즘 드라마를 그려낸 [Sunbather]는, 비록 흑마술적 신화를 숭상하는 순수주의자들의 위세가 아직도 만만찮은 헤비메틀계에서는 '쓰레기'로 취급받고 있지만, 오늘날 '포스트 블랙메틀' 혹은 '힙스터 메틀' 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메틀 경향들에 정통성과 권위를 심어줄만한 음악적 파워와 퀄리티를 탑재한 걸작 메틀 앨범임에 틀림없다.     
30-26   25-21   20-16   15-11   10-6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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