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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S

The Top 30 Albums of 2013: #5 - #1




[Anxiety] (풀 앨범)
05
AUTRE NE VEUT
ANXIETY
(mexican summer / software)
2010년 셀프타이틀 데뷔앨범 [Autre Ne Veut]와 함께 처음 등장한 아써 아신(Arthur Ashin)의 모니커 'Autre Ne Veut' 를 처음 접했을 때 "어디, 유럽 사람인가?"라는 의문이 든 분들도 분명 계셨을 텐데, 사실 '오뜨르네보'라는 프렌치 닉네임의 주인공 아신횽은 뉴욕에서 태어난 오리지널 미국 사람이다. "나는 다른 어떤것도 원하지 않는다" 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Autre Ne Veut는 자신의 집에서 전부 녹음된 데뷔앨범 [Autre Ne Veut (2010)]와 [Body EP (2011)]를 통해 DIY 프로덕션의 진수를 인디씬에서 이미 연거푸 보여준 바 있으며, 이번 두번째 풀렝쓰앨범 [Anxiety]에도 그가 프로듀싱부터 리드보컬까지 전부 담당하면서 인디/알앤비계의 숨은 능력자임을 다시 한번 과시하는 모습이다(다만 이번 녹음은 아쉰횽의 자택이 아닌 오랜 절친 'Oneohtrix Point Never' 대니얼 로파틴의 스튜디오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지난 한 해 동안 세간의 뜨거운 관심과 칭찬을 한몸에 받았던 앨범 [Anxiety]는 엄밀히 따지자면 얼터너티브 알앤비(alternative R&B) 장르쯤으로 분류될 수 있는데, 그간 과하다 싶을 만큼 호평을 받았던 2013년 알앤비 음악들보다 훨씬 진솔하고 딮(deep)한 감정들을 표출해내며, 알앤비계에서 흔치 않은 '원맨 사운드' (물론 Software의 주인장 대니얼 로파틴의 테크니컬 도움을 제한적으로나마 받긴 했지만)라는 점 덕택에 아쉰횽만의 자아와 감성들이 굉장히 독특한 알앤비 어감과 사운드로써 우리에게 전달되고 있다. 앨범 제목 'Anxiety' 를 해석하면 '불안감'인데, 그러한 타이틀과 걸맞게 트랙들 또한 아쉰횽의 내면 속에 잠재해 있는 불안불안한 감정들이 거침없고 꾸밈없이, 'Raw'한 상태 그대로 터져나오고 있는 것. 그가 뛰어난 메소드 연기자인지, 아니면 녹음 당시 내면에 불안감이 정말 폭주하고 있었는지는 사실 본인밖에는 알 수 없으나, 확실한 것은 "Gonna Die" 트랙에서처럼 진짜 나가뒈지고 싶은 아쉰횽의 필사적인 감정들이 리스너에게 굉장히 직설적으로 전달되고 있다는 점이다. 심형래 캐롤의 '달릴까 말까' 와 같은 망설임 전혀 없이 말이다. 럭셔리한 보조를 받으며 가공된 시중의 메인스트림 앨범들과 비교할 때 '원맨밴드' Autre Ne Veut의 역작 [Anxiety]의 완성도와 퀄리티는 가히 경이로움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밤마다 싸늘한 바람이 마음을 스산하게 만드는 이 시점에서, 때로는 깊은 빡침이, 때로는 안구에 습기가 차 오르는 듯한 애잔함이 리스너들을 아주 쉽게 동요시키는 이 앨범을 우리 한번 다같이 감상해보자. 주말에 짝잃은 기러기마냥 외로운 밤을 보내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번 주말에 조용히 각자의 방문을 걸어 잠그고 "I Wanna Dance With Somebody"에 맞춰 처절한 댄스 스텝을 눈물과 함께 혼자서 밟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Yeezus] (풀 앨범)
04
KANYE WEST
YEEZUS
(
def jam)


"who sees you"
03
MY BLOODY VALENTINE
m b v
(
m b v)


"come down to us"
02
BURIAL
RIVAL DEALER EP
(
hyperdub)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크 음악의 화신' 윌리엄 베반(William Bevan)의 음악 스타일을 싫어할 수는 있겠지만,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 그가 지금까지 독창적으로 일궈온 성과들은 '베리얼(BURIAL)풍'이라는 말이 아예 관용어구로써 쓰여지는 현 음악계를 고려할 때 실로 대단한 것들이었다. [Untrue]와 함께 UK개러지/덥스텦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베반이지만, 지난 2012년 선보인 [Kindred] EP를 통해 퇴화기에 들어선 '덥스텦'이라는 허물을 벗고 클럽 디제잉용 음악이 아닌 순수 리스닝용 '예술음악'을 창작하는 데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2013년, 그는 또다른 EP 앨범 [Rival Dealer]에서 독창적인 사운드스케잎과 음악적 안목을 다시 한번 과시하며 단순한 덥스텦 장인이 아닌 음악 마에스트로로의 완벽한 변신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Rival Dealer]는 '덥스텦'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완벽하게 독립돠어 있을 뿐만 아니라 '다크함=베리얼'이라는 기본 공식까지 동시에 초월한 최초의 베리얼 앨범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즉, [Kindred]만 하더라도 우울한 밤의 다크 정취가 짙게 밴 사운드스케잎이 지배적이었다고 한다면, [Rival Dealer]에서는 '밤 ↔ 새벽 ↔ 아침', '밝은 곳 ↔ 어두운 곳' 등의 시공간 이동이 사운드스케잎 속에서 아주 자유롭게 그려지고 있는 것. 물론 'BURIAL 사운드'의 핵심요소였던 싱코페이션/스타카토/투스텦 불규칙 비트와 변조된 보컬 샘플링은 탈덥스텦을 지향하는 [Rival Dealer]에서조차 즐겨 쓰이고 있지만 '덥스텦'이라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미니멀리즘 아방가르드 음악을 듣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앰비언트 프레임 안에서 철저하게 분산되어 있으며, 이러한 사운드 요소들은 '영화적인 플롯과 네러티브의 완성'이라는 이번 앨범의 대의에 어울리게 데이빗 린치의 영화 장면과 안젤로 바달라멘티의 라이트모티브를 동시에 감상하는 듯한 묘한 최면/악몽/환영들을 30여분(3곡x10분)의 앨범 러닝타임 동안 끊임없이 생성시킨다. '다크함'이라는 베리얼만의 관용적 수사법을 초월하여 영화적 모티브에 합당한 최면적 사운드스케잎과 몽환적 여백감을 다양한 방식으로써 표현해낸 희대의 '앰비언트 덥스텦' 걸작 [Rival Dealer]는, 영화적 라이트모티브와 앰비언트가 재즈어법으로 교배된 존 존(John Zorn)의 아방가르드 앨범 [Spillane]이 덥스텦용 하드웨어로 리믹스된 버전처럼 들린다고 표현한다면 조금 지나친 비약일까?


"oneironi"
01
LAUREL HALO
CHANCE OF RAIN
(
hyperdub)
피치포크 5.8점에 빛나는(?) 로렐 헤일로(Laurel Halo)의 2011년 EP 앨범 [Hour Logic]을 KEFKRIT 리스트 상위권에 막무가내로 랭크시킨 이유는 단 하나였다. 듣보 무명 뮤지션의 EP였음에도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이라는 점이 여타 테크노 앨범들보다 훨씬 크게 어필되었기 때문. 물론 EP의 한계(6곡 수록)상 좀 더 넓은 음악 팔레트를 펼쳐보이진 못했지만, 위태위태한 톤을 지탱한 채 이리저리 흩어져 갈피를 못 잡는 샘플들의 난무 속에서 로렐 헤일로의 아기자기한 손맛이 정갈하게 발휘된 [Hour Logic]의 독창적 매력은 그 해 발매된 익스페리멘탈 계열 일렉 EP들 중 가히 으뜸이었다. 이듬해인 2012년, '일렉 프로듀서'가 아닌 '음악가'로서의 포텐을 실험했던 첫번째 풀렝쓰 앨범 [Quarantine]은 음악적인 면모만을 따질 때 여러가지 희비가 엇갈렸던 앨범이었다. 오프라인에서 '일렉트로닉계의 새로운 여신이 등장했다'며 호들갑을 떨었던 필자를 머쓱하게 만들었던 이 앨범은, 짧은 플롯과 기술적 매커니즘에 관한 실험에 집중했던 [Hour Logic]에 비해 문맥과 네러티브라는 서술/서사적 요소에 훨씬 더 크게 집중하여 만들어진 작품이었던 것. 고로 클래식 수련자답게 건반 위주의 플레이가 대거 등장하며, 여성 뮤지션답게 헤일로 자신의 청아한 보컬 재능 역시 한껏 과시되어져 있다. 물론 뮤지끄 콩크레뜨식 테잎 사운드와 샘플 꼴라쥬가 줄리아 홀터식 보컬+건반 아트팝 멜로디 훅 안에 우아하게 섞여드는 모양새는 현대 클래식음악의 아우라까지 자아낼 정도로 꽤나 독특한 감흥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Hour Logic] 이후 샘플 꼴라쥬의 거장 쌍두마차 제임스 페라로, 대니얼 로파틴과 함께 [FRKWYS Vol.7 (2011)] 앨범을 공동제작하며 힙스터 실험주의자 '빅3' 입지를 다져나가기 시작하던 그녀였기에, 인디 실험음악 레이블 Hippos In Tanks에서 UK 개러지 '파워하우스' Hyperdub 레이블로 옮겨와 뜬금없이 선보인 [Quarantine]의 아방가르드팝 사운드는 적잖은 음악팬들을 당황케 할만한 매터리얼이었다. [Hour Logic]과 [Quarantine] 모두 실험주의에 입각해서 창작된 앨범들이지만, '아름다움(美)'의 묘사에 관해서는 약간 다른 방식을 택한다. [Quarantine]이 보컬과 건반의 멜로디 서술을 중심으로 한 '고전적 수법'으로써 '아름다움'을 구체적으로 표현했다면, 희미한 톤을 머금은 불협화음성 일렉트로닉 사운드들로 이뤄진 [Hour Logic]은 미(美)와 추(醜)에 관한 갖가지 관념들을 무작위로 잘게 부수어 뒤섞은 다음, 덩어리로 다시 뭉쳐 '美' 라고 이름표를 붙이는 해체적 수법을 사용함으로써 '아름다움'을 추상적으로 논하고자 했다. 추상적인 음원 덩어리들로 이루어진 신작 [Chance of Rain]은 [Hour Logic]식 방법론으로 회귀하여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비트를 다스리는 태도도 훨씬 더 확신에 차 있고 명품 풀렝쓰 앨범으로서 갖춰야 할 깨알같은 구성미와 독창적인 텍스쳐/사운드스케잎까지 탑재하는 등 두 일렉 EP 전작 앨범들([Hour Logic]와 올해 초 선보였던 4곡짜리 EP [Behind the Green Door])을 훨씬 뛰어넘는 프로덕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Quarantine]의 치명적 매력 소스(source)였던 헤일로의 목소리는 [Chance of Rain]에서 완전하게 배제되는 대신, 두번째 매력포인트였던 그녀의 수려한 건반(재즈 피아노, 키보드, 신씨사이저)플레이는 [Chance of Rain]에서도 아주 적절하게 사용된다. 명확한 루트없이 얄팍하게 연주되는 건반 리프들이 파편처럼 두서없이 흩어진 드럼/테잎 샘플 조각들과 한데 섞여 재즈 즉흥연주의 불규칙 폴리리듬과 디트로이트 테크노(로렐 헤일로의 고향이 바로 디트로이트가 위치한 미시건 주라는 사실!)의 규칙적 4/4 비트를 교차적으로 타며 형성되는 괴상망쯕한 하모니는, 아기자기한 패턴/그루브([Hour Logic])와 엘레강스한 사운드스케잎([Quarantine])을 동시에 뽐내며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로렐 헤일로 뮤직(Laurel Halo Music)'을 독자적으로 탄생시키게 된다. 불협화음과 카오스를 역이용하여 또다른 차원의 하모니와 질서를 구축하는 모습은 죄르지 리게티, 올리비에 메시앙 등과 같은 20세기 후반 모던클래식 작곡가들의 창작 필로소피와 오히려 더 흡사한 면모를 보여주는데(킥드럼이 깡그리 무시된 뮤직 콩크레트+오보에 협연 트랙 "Melt"는 아예 100% '모던클래식' 트랙이다), 비록 테크노 4/4를 타는 듯 하면서도 일렉트로닉의 기계성/규칙성과 상반되는 휴머니즘/우연성에 근거한 프레임웍을 보여주기에 모든 사운드 소스들 하나하나마다 인간의 목소리처럼 귀를 생동하듯 자극하며(고로 헤일로의 보컬은 이번 앨범에서 굳이 필요치 않았던 것) 로렐 헤일로의 성적 아이덴티티에 걸맞게 톤/비트/템포/텍스쳐 모두 '주류(남성)' 스타일에서 벗어난 여성스러운 심리/감수성/섬세함/아기자기함을 '과시하듯' 풍부하게 드러낸다. 이 앨범이 'IDM'이라 해도 좋고, '디트로이트 테크노'라 해도 좋고, 하다못해 '앰비언트 댄스뮤직'이라 해도 좋다. 아무려면 어떤가. 어느 땐가부터 장르의 압박따위는 초월하고서 작업하기 시작한 로렐 헤일로의 음악이 설사 미디어나 대중들로부터 어느 장르에도 끼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녀에겐 독이 아니라 오히려 득이 될 것이고, 더 나아가 이 세상의 모든 장르와 사운드를 해체하여 탈속적인 음악세계를 새롭게 구축하고픈 야욕으로 가득찬 그녀의 궁극적 목표를 실현케 해주는 것이니...
30-26   25-21   20-16   15-11   10-6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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