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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UNKNOWN MORTAL ORCHESTRA: s/t (2011)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결성,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로 적을 옮겨 나름 화려한(?) 쉿게이즈(Shitgaze) 노이즈 팝을 선보였던 THE MINT CHICKS는 주무대 오리건 주와 조국 뉴질랜드의 인디 씬을 꽤 달구었지만 그 지역구 인기를 전국구/글로벌 영역으로 확산시키지는 못하면서 [Screens (2009)] 앨범 발매를 끝으로 해체를 선언한다. 이후 리더 루밴 닐슨은 계속 포틀랜드에 남아 음악을 완전 접고 생업을 위해 풀타임 직장을 다녔지만, 음악에 대한 미련은 떨쳐내지 못하고 이로 인해 생긴 꿀꿀한 기분을 달래보고자 자신의 원룸 아파트에서 4트랙 리코더로 데모 음악들을 심심풀이 차원에서 만들었는데, 주위 지인들로부터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어내면서 급기야는 다시 두 명의 로컬 뮤지션을 즉시 끌어들여 그럴싸한 트리오 밴드로 거듭나게 되었으니 그 이름은 바로 UNKNOWN MORTAL ORCHESTRA.

작년 말에 이미 4개의 트랙이 담긴 7인치 EP를 맛배기로 선보였지만(이 4곡 모두 이 앨범에  또다시 수록되어 있다), 이번 셀프 타이틀 앨범은 U.M.O.의 실질적 데뷔 정규 앨범인 셈이다. 리더 루벤 닐슨이 뉴질랜드 태생이라는 사실이 주는 선입견에서 발동한 연상작용인지는 모르겠지만, [Unknown Mortal Orchestra]는 마치 구석기 시절에나 존재했던 것처럼 현재 모든 주류 음악씬에서 완전하게 사장되어 재발굴마저 요원해진 2-30년 전 키위 로-파이 록 무브먼트 시절 찬란했던 뉴질랜드 인디 기타팝/록의 잔상을 다시 느끼기에 충분한 빈티지 취향이 듬뿍 담겨져 있다. 그들의 로-파이 부활론은 자칫 미국식 쉿게이즈 노이즈 팝 카테고리에 편의상 집어넣어질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미국 쉿게이즈 음악들이 튠이 완전하게 무시된 기타 사운드를 메인 레이어로 사용하고 있는 것에 반해 U.M.O.의 기타 튠은 둔탁한 로파이 음질 속에서 정상적으로 잘 잡혀져 있으며 코드웍과 솔로 리프의 억양도 또렷하고 그 아기자기한 기타 멜로디 라인들 역시 추상적이지 않고 꽤나 대중친화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 맛깔나는 퍼즈+오버드라이브(?) 기타 리프들은 과도하게 왜곡/남발되지 않고 절제된 톤을 유지하며 다른 악기 파트가 숨을 쉴 공간을 충분히 마련해 줌으로써 리스너들이 베이스의 펑키한 피킹과 드럼의 리드미컬한 타격 감촉까지 기타 음색과 더불어 깨끗하게 캐취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

이 앨범의 또다른 포인트는 루밴 닐슨에 의해 리드되는 보컬 파트 멜로디 라인의 기똥찬 캐취(catchy) 감각인데, 노이즈 질감의 무드 속에서 로-파이 스타일 특유의 혼탁한 기운을 머금었지만 팝 센스 하나만큼은 철철 넘쳐 흐르는 보컬 라인은 다소 과장된 어투로 일관할 법도 하지만 다른 연주 파트들처럼 절도있는 포션으로 음악 안에 살짝 '첨가' 시키면서 여타 노이즈 팝 성향의 보컬과는 달리 상당히 개운하면서 똑 떨어지는 맛을 내고 있다.

이렇듯 특징/억양 분명하게 각자의 영역에서 아기자기하게 연주되는 보컬&기타 - 베이스 - 드럼(키보드나 그 외 음향 효과들은 극히 절제되어 있다)의 완벽 록 트리오 유닛은 이번 앨범에서 로-파이성 음악다운 투박한 질감을 유지하면서 타이트한 그루브감을 끊임없이 창출해내고 있다. 오프닝 트랙이자 이 앨범의 실질적 대표곡 "FFunny FFrends" 는 U.M.O.의 음악 성향을 가장 함축시켜 놓은 트랙으로써, 미니멀하게 접근하지만 그 어떤 복잡한 록 사운드들보다 더 강렬하게 파고드는 인디 싸이키델릭 기운과 리듬감, 그리고 축축한 로-파이 음향 사이로 중독성있게 파고드는 팝 센스는 그 예전 TALL DWARFS, THE CLEAN 같은 8-90년대 로-파이 키위 록 선배들이 지구 한 구석탱이에서 조용하게 시작된 로-파이 인디팝 혁명을 다시 환기시키기에 충분한 음악적 깊이를 보여주며, 이번 앨범 수록곡들 중 가장 느릿느릿한 BPM을 보여주는 "Strangers Are Strange" 에서는 슬로 힙합처럼 음산한 비트지만 트위팝 스타일의 귀여운 톤을 유지해내는 U.M.O.식 그루브 내공을 발견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또한 루밴 닐슨의 이전 밴드 THE MINT CHICKS의 흥겨움을 다시 만끽할 수 있는 "How Can U Luv Me" 에서는 오직 루밴만이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강렬한 중독성 인디 팝 멜로디 훅이 베이스-드럼 리듬 파트의 통통튀는 싱코페이션 리듬과 어우러지면서 U.M.O.가 단순히 어렵기만 한 고립형 인디 밴드가 아니라 MTV용으로도 손색이 없는 대중지향성을 가지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시대적으로 앞서나갔지만 지형적 약점(솔직히 오세아니아 꼴창 나라, 럭비와 마누카 꿀 이외에는 그다지 내세울 것 없는)을 극복하지 못하고 조용히 사장된 키위 록의 불씨를 U.M.O.로 다시 되살리고자 하는 루밴 닐슨의 행보는 앞으로도 키위 음악의 전설을 잊지 못하는 매니어들에게 계속 주시할만한 가치가 있을 터이지만,  그가 인터뷰에서 밝힌 학구적 취향들(크라우트 록과 실험음악에 관심이 많다는 식으로 말한 바 있다)을 고려할 때 다음 앨범에도 이런 식의 초간단 미니멀 노이즈 팝의 여운을 다시 만끽할 수 있을 지는 현재로썬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U.M.O. 데뷔 앨범은 MGMT나 CULTS, PSYCHEDELIC HORSESHIT 등의 떠들석한(음악자체 혹은 미디어적으로) 로파이 음악에서 느낄 수 없는 그들만의 깊은 빈티지 취향과 성숙한 음악적 내공을 선사하면서, 동시에 재능 하나만 따지자면 써스톤 무어(SONIC YOUTH)나 파리스 바드완(THE HORRORS/CAT'S EYES) 못지 않은 루밴 닐슨의 음악적 면모를 처음부터 끝까지 논스톱으로 접할 수 있는 숨은 로-파이 명반이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RATING: 84/100

written by Byungkwa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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