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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WOODEN SHJIPS: West (2011)


보수적이면서도 속물주의적인 근성이 남다른 웨스트코스트 지역 중 유별나게 히피적이고 개방적인 풍모를 띄는 도시 샌프란시스코의 록 씬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도시의 분위기만큼이나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수많은 훌륭한 밴드들을 양산해오고 있다. 특히 1960년대말 히피와 약물로 싸이키델릭 음악 열풍이 뜨겁게 불었던 세계적 분위기 속에서 GREATFUL DEAD, JEFFERSON AIRPLANE, CHARLATANS, QUICKSILVER MESSENGER SERVICE, SOPWITH CAMEL, BLUE CHEER 등등 록 역사에 길이남을 싸이키델릭 가라지 록 밴드들이 이 샌프란시스코 베이 록 씬에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여 음악팬들을 미치게 만든 이후, 이 도시는 '그런지의 성지' 라고 불리우는 시애틀과 더불어 '싸이키델릭 성지' 로써 싸이키델릭 매니어들의 마음 속에서 항상 '제2의 고향' 쯤으로 아련하게 자리하고 있다.

4인조 WOODEN SHJIPS는 이러한 샌프란시스코의 역사적 중요성에 대해 가장 잘 인지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출신 싸이키델릭 록 밴드 중 하나로써, 2007년 셀프타이틀 데뷔 앨범을 발매한 이후 매년마다 앨범을 발표하는 근면함을 보여주며 멤버 교체나 음악 노선 변경 없이 꾸준하게 샌프란시스코 로컬 씬을 베이스로 활동해오고 있다. 완전무결한 싸이키델릭 노선을 걷고자 하는 이들의 사운드는 BEAU BRUMMELS같은 가라지 록 스타일의 SF 싸이키델리즘보다는 BLUE CHEER 스타일의 파격적 노이즈가 주를 이루는 SF 싸이키델리즘의 특징을 띈다. 하지만 이러한 노이즈 사운드는 SPACEMEN 3를 연상시키는 현대적 감각의 싸이키델릭 필터링을 한번 거쳤기 때문에 순수주의적 싸이키델릭 록 텍스쳐보다는 DEAD MEADOW나 WARLOCKS 등의 느낌과 비슷한 트랜드적 풍모를 은근히 풍긴다. 게다가 IGGY POP과 SUICIDE의 고전 펑크적 뉘앙스(특히 베이스-드럼 리듬 유닛의 템포가 상당히 흡사하다)와 CAN 같은 트라우트록적인 학구적 해석력까지 덧붙이면서 천편일률적일 수도 있을 음향 스트럭쳐에 듣는 재미를 한층 업그레이드시켜냈다.

그들의 통산 5번째 정규 앨범 [West]의 오프닝 트랙 "Black Smoke Rise" 와 "Lazy Bones", "Looking Out" 은 STOOGIES, SUICIDE, MC5 등의 프로토 펑크 밴드들에서 느껴지는 싸이키델릭한 성분의 엑기스를 잘 뽑아내어 샌프란시스코식 싸이키델릭 풍미 안에 수려하게 믹스시켜냈으며, "Crossing"과 클로징 트랙 "Rising"은 LSD에 취한 듯 끝없이 나른하게 루핑하고자 하는 소닉 붐의 환각적 보컬/기타 음색에 영향을 받은 티가 아주 강하게 배어있다. 또한 BLUE CHEER의 명곡 "I Can't Get No Satisfaction"의 WOODEN SHJIPS식 리메이크를 듣는 듯한 "Home" 에서는 싸이키델릭 무드를 발산하는 해먼드올갠/기타배킹이 전면을 수놓는 가운데 21세기적 인디록 훅의 불씨까지 그 속에서 오묘하게 살려내는 재주까지 과시해낸다.

[West]는 4장의 전작 앨범들처럼 그들의 소시절 싸이키델릭 영웅들을 자기들만의 해석력으로 집대성해낸 앨범이지만, 예전보다 훨씬 현대적이면서도 현실타협적(?)인 프로듀싱으로 완성되어져 있어 이전 앨범들에서 간혹 느껴졌던 지루한 느낌(예를 들면 싸이키델릭 고전이나 골수 포스트-싸이키델릭 밴드들의 트랙에서 흔히 보곤 하는 10분 이상의 엽기 대곡들을 집어넣는 시도- WOODEN SHJIPS의 이전 앨범들을 들어보면 이런 노래들이 꼭 한 곡씩은 있었다)이나 공허한 싸이키델릭 무드 과잉의 위험증상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 특히 기타 리프를 들어보라. 골수 싸이키델릭 밴드 치고는 이펙터/피드백 걸리는 수준도 상당히 절제되어 있고 때에 따라서는 VELVET UNDERGROUND처럼 극미니멀하게 피킹하는 손길을 느낄 수도 있다. 배타적이거나 다이하드 인디취향을 자처하며 골수 싸이키델릭 인디의 구석탱이에서 마냥 짱 박혀 있지 않고  WARLOCKS나 CRYSTAL STILTS처럼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좀더 받고픈 그들의 욕구를 조심스럽게 투영시킨 이 앨범은 분명 안티 싸이키델릭-머쉬룸 음악팬들의 입맛에도 부흥을 할 만큼 친화적이면서도 '감당가능한' 수준의 싸이키델릭 사운드를 발산해낸다.

[West]는 고전 싸이키델릭 영웅들의 사운드를 가벼운 질감으로 파노라마 사진처럼 펼쳐보이는 WOODEN SHJIPS 음악의 기본 루트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는 않지만 안정된 키보드/올갠 리프의 리딩 속에서 정체성을 다잡아낸 보컬라인을 바탕으로 예전보다 친화성을 (드라마틱한 수준은 아니지만) 나타내고자 하는 그들의 의도만큼은 잘 살아있는 앨범이다. 정통 싸이키델릭이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이 앨범부터 맛배기로 시도를 해보라.

RATING: 73/100

written by Byungkwa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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