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S/ALT & INDIE

VIVA BROTHER: Famous First Words (2011)


OASIS가 브리티쉬/잉글랜드 모던록 음악에 끼친 영향력에 관한 평가는 제대로 된 적도 없고 시기상으로도 아직 이르지만(왜냐면 모든 멤버들이 아직은 왕성한 현역활동 중이기 때문에), 분명한 사실은 OASIS의 족적에 따라 90년대 브릿팝의 모든 흥망성쇠가 결정지어졌다는 점이다. [Definitely Maybe (1993)] 발표 당시 이쪽 음악을 들었던 사람들은 생생히 기억하겠지만, 당시 OASIS의 강력한 파급효과는 생소하기만 했던 일련의 브릿팝 밴드들이 유럽 전역과 북미대륙에 연이어 무혈입성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으며 더불어 당시 전세계 대중음악의 헤게모니를 얄팍하면서도 비실비실한 카리스마의 모던록 밴드 세력들이 휘어잡는 이변을 연출하는 과정에서 유럽파 세력의 선봉장이 되는 역할을 충실히 해주었다(사람들이 BLUR BLUR 하는데, BLUR는 영국색이 너무 짙어 OASIS같은 범세계/범대중적 파워는 조금 부족했다).

하지만 OASIS의 음악에는 태생적으로 양날의 검 성향이 분명 존재했다. 역대 모든 영국산 기타 아이콘들을 아우르는 사운드를 종합적으로 구사하는데 능했던 노엘 갤러거의 특출난 기타 감각과는 대조적으로 구구절절하게 (때에 따라서는 지저분하게) 늘어지는 팝 취향은 이들이 RADIOHEAD와는 달리 음악적으로 외줄타기를 할 것이라는 위험성을 항상 내포했고 결국에는 팝 취향의 매너리즘을 극복하지 못하고 그들은 (음악적으로) 추락했으며 우연의 일치인지 브릿팝 세력도 더이상 힘을 실지 못하고 흐지부지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ASIS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은 밴드들은 90년대 말부터 현재까지 영국(과 미국)에서 꾸준하게 나와주고 있는데, OASIS의 두 극단적인 습성, 즉, 특출한 영국음악 인터프리터(interpreter)가 되느냐, 아니면 챠트 지향적인 얼터 팝 로커가 되느냐, 이 두가지 양상으로 분류한다면, KASABIAN이나 ARCTIC MONKEYS처럼 전자적 측면에서 OASIS에 영향을 받은 세력도 있는 반면 바로 (VIVA) BROTHER같이 후자적 입장(달달한 팝멜로디만 내세워 챠트나 흘금거리겠다는 마인드로 OASIS를 탐닉하는) 관점에서 OASIS의 '멘티' 가  되고자 하는 밴드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잉글랜드 슬라우 출신의 4인조 밴드 BROTHER는 로컬 클럽에서 연주하던 중 레코딩한 데모데잎이 운좋게 세계적 거물 메이져 레이블 게펜 레코드(Geffen Records)의 레이더에 걸려들면서 졸지에 그들과 계약을 체결하고 빵빵한 서포트(THE STREETS의 투어서포팅에, 훌륭한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THE SMITHS, BLUR의 대표작을 주조해낸 전설적 프로듀서 스티븐 스트리트까지 영입되는 호사를 누림) 속에서 데뷔 앨범 [Famous First Words]을 1년만에 완성해냈다. 이 앨범을 발표하기 전 이미 3장의 싱글을 내놓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자국 영국챠트에서의 반응이 미지근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호주 밴드 BROTHER가 밴드이름 표절의혹을 제기하면서 소송을 하자 울며겨자먹기로 'VIVA BROTHER' 로 개명을 하는 일까지 발생한다.

아쉽게도 [Famous First Words]는 밴드이름까지 바꾸면서 의욕을 불태운 티가 그다지 드러나지 않는 '김빠진 콜라' 스타일의 메인스트림 로큰롤 팝 형태를 띈다(영국판 MAROON 5 쯤으로 보면 맞는 비유일까). 1번 트랙부터 마지막 10번 트랙까지 그들의 말랑말랑 머쉬멜로우+슈가코팅 록음악은 철저한 챠트공략용이라는 인상이 지배적이지만, 근본적으로 이 앨범을 통해 VIVA BROTHER가 사용한 패턴이나 텍스쳐는 우리가 기본 배경지식쯤으로 인식하고 있는 '상업적 기타팝' 카테고리 음악의 예상가능한 궤도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는, 다시 말해 '뻔하디 뻔한' 스타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며, 이에 비해 그들에 내세우고자 하는 컨셉과 스타일은 놀라울 정도로 불분명하다. 특히 그다지 안정감있는 성량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는 보컬리스트 리 뉴얼의 보이스는 특징없는 논조로 노래마다 다른 브릿팝 보컬리스트의 흉내를 애써 내보지만 짝퉁 이상의 형질로 리스너들의 마음을 적셔주지 못하는데, "David" 에서는 데이먼 알반이요, "Electric Daydream" 에서는 리암 갤러거, "False Alarm" 에서는 릭 위터(SHED SEVEN)가 되어버리는 등 왔다갔다하는 그의 보컬 패턴은 가뜩이나 불안한 형질을 잔뜩 머금은 VIVA BROTHER의 음악 캐릭터를 완성시키는 데 심각한 장애물이 될 뿐이다.

VIVA BROTHER를 무턱대고 'OASIS 따라쟁이' 라고 얘기할 수도 없는 것이, 그들의 UK식 로큰롤에 관한 이해도는 완벽하기는 커녕 수박 겉핥기식으로 흉내만 내는 수준에서 그친다는 인상이 너무 강하다. OASIS 뿐 아니라 하다못해 '재탕 밴드' BEADY EYE 마저도 로큰롤 이해도 만큼은 맥시멈 레벨이건만, VIVA BROTHER의 로큰롤 어프로치는 BLUETONES과 OASIS의 로큰롤 튠을 결합시킨 클로징 트랙 "Time Machine" 를 들어보면 알 수 있듯이 어설프고 굼뜬 억양의 로큰롤 기타리프와 함께 매번 음악 프레임 안에서 힘없이 겉돌기만 반복할 뿐 로큰롤 본연의 에너지와 훅, 창의적인 전개방식이라고는 도무지 보여주지 못한다.

근본적으로 매너리즘에 빠져 끊어져버린 OASIS와 브릿팝의 족적을 자기반성 하나 없이 다시 끼워맞추려고 하는 그들의 행동 자체가 시대상/정서상으로 맞지 않다. 이들이 얼마나 메인스트림을 좋아하느냐(탁 까놓고 얘기하자면 '돈'을 좋아하느냐)의 여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단지 이들의 음악에 정통 UK 로큰롤 팔로어로써 진정성이 있냐는 것이 가장 중요한 팩트일텐데 아쉽게도 이 앨범은 UK 로큰롤 계승의지보다는 단순히 90년대 멤버 자신들이 십대시절 라디오에서 즐겨듣던 브릿팝 스타들(BLUETONES, BLUR, OASIS, SHED SEVEN, CAST)을 흉내내보고픈 마음이 더 컸던 나머지 정작 UK 로큰롤/기타록과 브릿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링크가 되어있는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은 미처 하지 못했고 [Famous First Words]은 이러한 패착으로 말미암아 '올해의 실패작'  부류로 쓸쓸하게 귀결되어버린 것이다.


RATING: 48/100

written by Byungkwan Cho

'REVIEWS > ALT & IND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SOFT METALS: Soft Metals (2011)  (0) 2011.08.04
PICTUREPLANE: Thee Physical (2011)  (1) 2011.08.03
WOODEN SHJIPS: West (2011)  (1) 2011.08.02
UNKNOWN MORTAL ORCHESTRA: s/t (2011)  (3) 2011.07.23
BELL: Diamonite (2011)  (0) 2011.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