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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PSYCHEDELIC HORSESHIT: Laced (2011)


미국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 출신의 노이즈 팝 트리오 PSYCHEDELIC HORSESHIT은 자신들의 음악을 'shitgaze' (대변+슈게이즈) 로 정의내리고, 난잡한 마이크로샘플링 (micro-sampling) 파편들과 신경질적인 패턴의 록 약기 연주 싸운드를 저질 퀄리티의 로-파이 (lo-fi) 프로덕션 체제에서 용융-주조해내는 반(反) 상업적 창작 애티튜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밴드다.

다른 음악 녹음 과정에서 잘려나가거나 버려질 법한 음원의 찌꺼기와 소음들을 한 데 모아 냄비 안에 잡아 넣고 휙휙 저어 끓여낸 잡탕과도 같은 PSYCHEDELIC HORSESHIT의 음악은, 과거 GUIDED BY VOICES, (초기) PAVEMENT, ROYAL TRUX, SEBADOH 등의 선배 노이즈 팝 밴드들이 추구해왔던 DIY 인디 정신과 아마추어리즘을 고스란히 계승하고 있으며, 이번 새 앨범 [Laced] 역시 (의도적) 저예산 레코딩 시스템을 기반으로 PSYCHEDELIC HORSESHIT 고유의 음악적 캐릭터가 뚜렷하게 드러난 인디록 브리콜라쥬의 전형적 형태를 띄고 있다.

PSYCHEDELIC HORSESHIT은 2005년 밴드 결성 이후부터 기본 테마이자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는 '로-파이 미학 구현' 을 이번 [Laced]에서도 굳건히 고수하고 있다. 마치 화장실에 전선줄이 배배 꼬인 소형 마이크와 음성 사서함 녹음기를 가지고 들어가 대충 녹음을 한 듯 조악한 감촉의 음향으로 듣는 이들의 귀를 고의적으로 거슬리게 만드는 데 성공(?)하는데, 그 '화장실 안' 에서 그들이 채집->통합시켜낸 싸운드들은 킹 크림슨 못지 않게 테크니컬하면서도 디테일감이 살아있으며 벨벳 언더그라운드 못지 않게 진지하면서도 미니멀한 감각이 두드러져 있다.

거칠지만 정교하고도 미니멀한 패턴 안에서 인디 포크적 감수성과 펑크적 호전성이 동시에 드러나는 [Laced]는, PSYCHEDELIC HORSESHIT 자신들이 'shitgaze' 라고 아예 드러내놓고 공인하는 'X같은 음악' 성향에 걸맞게 탈구조적 변덕스러움과 잡스러움으로 범벅이 되어 있지만, 능숙하게 처리된 레코딩 작업과 어레인징 덕분에 이러한 혼란감이 하나의 실험적 컨셉트로써 완벽하게 정돈-통합되어져 있어 전체적 음악 분위기가 전혀 산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또한 이번 앨범은 애시드 재즈와 잼 밴드가 혼합된 BLACK DICE 스타일의 장르적 특성 ("I Hate The Beach"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다)에 MY BLOODY VALENTINE 식 슈게이징 싸운드의 멜로디 감각 ("Laced") 까지 아우르고 있는데, 특히 "Revolution Wavers"는 PSYCHEDELIC HORSESHIT의 성향을 가장 효과적으로 읽을 수 있는 트랙으로, MY BLOODY VALENTINE의 [Loveless]에서 즐겨 듣던 그 '일렁이는' 슈게이져 이펙팅, 다채로운 감촉의 필드 레코딩-샘플링 효과음과 드럼 비트가 싸이키델릭 록의 즉흥연주 네러티브 구조 안에서 절묘하게 뒤섞이면서 한 편의 PSYCHEDELIC HORSESHIT식 로-파이 '난장 슈게이징 (=SHITGAZE)' 심포니를 듣는 듯 하다.

다만 "Automatic Writing" 에서 별안간 앰비언트적 어프로치를 들이대는 모습이 조금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Laced]는 전체적으로 일관성있고 목표성 뚜렷한 싸운드스케잎을 시종일관 아주 훌륭하게 유지하고 있다.

다듬어지지 않아 원시음악의 분위기까지 흘리는 드럼 비트와 갑갑한 필터링의 빈티지 신디싸이져 음, 그리고 갖가지 음향적 장난들을 뒤죽박죽 섞어놓은 이 로-파이 난장 록 앨범 [Laced]는, 슈게이징의 달콤한 카라멜 시럽 첨가물 덕분에 멜랑꼴리한 팝 멜로디감까지 추가되면서 동년배 로-파이 노이즈 팝 집단들 (SIC ALPS, EAT SKULL, TIMES NEW VIKINGS, TYVEK 등)과는 또다른 풍미를 한껏 뽐내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앞으로 BECK과 같이 상업적으로 대박 히트를 칠 가망성은 별로 없어 보이지만 '이런 류의 로-파이 노이즈 음악은  절대 귀에 쏙 들어오지 않아!' 라고 투덜대는 사람들에게는 분명 예외의 놀라움을 선사할 앨범이다.

RATING: 80/100

written by Byungkwa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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