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ASIS는 노엘이 먼저냐 리엄이 먼저냐 하는 문제였을 뿐 언젠가 이 둘 중 한명에 의해 밴드가 절단날 것이라는 추측은 이미 [Morning Glory]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나왔었지만, 이러한 불안한 인간관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브릿팝 주역들 중 최장수 밴드라는 타이틀까지 부여받으며 20년 가까이 활동을 유지하는 저력(?)을 과시하였다. 이번 해체가 영구적인지 일시적인지는 시간이 좀 경과해봐야 할겠지만 아무튼 현재 OASIS는 잠시(혹은 영원히) 사라진 상태이고 당분간은 BEADY EYE라는 또다른 형태의 집단이 기존 오아시스팬들의 허전한 마음을 대신 채워줄 것이다.
사실 BEADY EYE는 노엘을 제외한 모든 OASIS 멤버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 남은 멤버들에게 'OASIS' 라는 딱지를 한방에 날려 버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리엄은 OASIS의 한 축을 이루고 있었지만 음악 그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형 노엘에 비해 언제나 초라할 정도의 입지를 가지고 있었다. 도레미 수준이었던 예전에 비해 작곡 실력은 일치월장했지만 언제나 노엘의 권력에 항상 주눅이 들어있었던 터라 BEADY EYE의 결성은 그에게 또하나의 도전과 동기부여의 호재가 될 수 있었으리라. 또한 앤디 벨과 젬 아쳐는 어떤가. 특히 앤디 벨은 노엘이 OASIS를 결성도 하기 전에 이미 록 역사에 길이남을 싸이키델릭 기타록의 한 획을 화끈하게 그어버렸던 인물이었지만 그 브리티쉬 인디의 살아있는 신화께서 후배 밴드에 (돈 때문에) 고개 숙이고 들어가 전공 파트도 아닌 베이시스트로 생계를 잇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었으니... 그에 비하면 젬 아쳐 정도는 애교로 봐 주어야 하나.
리엄과 노엘의 듀오 밴드라는 인식이 강했던 OASIS에서 자신들의 음악적 재능을 완전 묻어버리고 노엘의 예스맨이 되길 주저하지 않았던 앤디 벨과 젬 아쳐의 비굴한 행적은 RIDE/HURRICANE #1과 HEAVY STEREO의 팬들에게 허망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었지만, 어쨌든 이들은 군말없이 노엘의 따까리 짓을 수행하며 밴드의 끝을 같이 하는 노고어린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행인 것은 이들의 기타 실력이 노엘 갤러거 정도는 솔로 배틀 시 버로우 시킬 수 있는 실력을 지닌데다, 두 명 모두 OASIS 합류 직전까지 로큰롤에 대해 이미 자신들만의 독립적인 영역을 계속 개척하고 있던 터라 '노엘 없는 밴드' BEADY EYE에 대한 위험성이나 우려 따위는 전혀 고려할 만한 여지가 없어 보였다.
[Different Gear, Still Speeding] 는 예상대로 리엄-앤디 벨-젬 아쳐의 완벽한 공동 분담 작업 하에서 사이좋게 만들어진 앨범의 형태를 갖추었다. 그러나 이게 왠일인가? 너무 서로간의 눈치를 보면서 보수적인 작업을 한건지, 아니면 어마어마한 수의 OASIS팬들을 고스란히 흡수하겠다는 비즈니스적 의도를 깔고 작업을 한건지 이 앨범은 그야말로 'OASIS VIII'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그것도 [Morning Glory] 수준은 고사하고 대표적 범작 [Standing on the Shoulder of Giants] 보다도 더 김빠진 콜라격의 로큰롤 앨범이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OASIS 역시 'BEATLES의 짝퉁' 으로 비난을 참 많이 받았지만, 정작 노엘이 빠진 BEADY EYE는 OASIS보다 더 노골적으로 존 레논의 비틀즈 음악을 답습하고 있다. 'the roller', 'beatles and stones', 'bring the light', 'for anyone', 'the beat goes on'... 이들 노래가 비틀즈 음악과 굳이 다른 점을 찾는다면 앨범 분위기를 시종일관 주도하는 리엄 특유의 냉소적이면서도 건방진 듯한 보이스 음색. 그리고 그 위에 롤링 스톤스 스파이스가 조금 뿌려졌다는 것 정도? 또다른 존 레논 짝퉁 넘버 'kill for a dream' 은 노엘로부터 경계 해제 / 자유의 몸이 된 두 명의 기타리스트들의 트윈 기타 시스템 치고는 학예회 수준의 답답한 배킹이 실망스럽게 다가 오며, 'standing on the edge of the noise' 은 아예 BEATLES의 'get back' 표절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할 곡이라고 잘라 말한다면 너무 지나친 비약일까.
사실 후천적 학습을 통해 쌓은 리엄의 작곡 수준은 BEADY EYE에서 그다지 기대를 걸어볼 만한 히든 카드가 아니었다. 알만한 사람들은 오히려 십여년 동안 야인 아닌 야인이 되어야만 했던 앤디 벨과 그의 기타 파트너 젬 아쳐가 BEADY EYE에서 자신들의 재능을 뽐내면서 새롭게 재도약을 해 줄지의 여부에 더 촉각이 곤두서 있었을 테다. 개인적으로도 90년대 말 브릿팝의 끝물에서 UK식 로큰롤의 마지막 실험에 몰두했던 이들이 어떤 형태의 변종 로큰롤 혹은 기타팝 싸운드를 보여줄 지 관심이 지대했지만 이들은 처참한 수박 겉핥기식 짝퉁 로큰롤로 떡칠을 하며 이번 기회를 보기 좋게 날려 먹었다. 이렇듯 [Different Gear, Still Speeding]는 뮤지션에게 가장 치명적인 약점인 표절과 아이덴티티의 문제들이 도처에 깔려 있는 실패작이지만 이들은 어찌 됐든 이 앨범을 통해 오아시스 시절 못지 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음과 동시에 금전적으로도 큰 도움을 얻게 될 것이다. 오아시스의 아우라는 당분간은 거부할 수 없는 안전빵 방패막이나 다름 없으니까 말이다.
RATING: 5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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