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출신의 혼성 3인조 인디 록 밴드 GIRLS NAMES는 통속적인 밴드 이름 때문에 마치 BOYS LIKE GIRLS처럼 틴아이돌 취향의 유치한 음악을 할 것만 같은 선입견을 불러 일으키지만, 이들은 이러한 예상과는 달리 벨파스트식 C86 음악 세계를 확실한 형태로 보존-계승-발전하는 데 몰두하고 있는 전형적인 인디 음악 집단이다. GIRLS NAMES가 구사하는 음악 자체 뿐만 아니라 인디적 성향이 충만한 행동거지들(철저한 로-파이 작업과 매스컴 노출을 극도로 자제하는 태도 등), 인디 기타 팝 레전드 양성소 Slumberland 레이블에 소속되어 있다는 점 등도 인디 록 매니어들에게 충분히 어필이 될 만한 부수적 요소들일 것이다.
GIRLS NAMES가 음악적 모토로 확고하게 못을 박은 '로-파이 가라지 (lo-fi garage) 정신' 은 그 어떤 써브장르들보다 비주류적인 측면이 분명해 보이는 듯 하지만 실상 로-파이 가라지는 21세기 인디 록 씬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트랜드 양식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임을 비추어 보아 이들이 아주 특별한 음악을 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긴 하다.
하지만 이들은 음악적 향료로써 싸이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접목시킨 영국식 슈게이즈와 C86, 그리고 스코틀랜드 기타팝의 요소들을 로-파이 양식에 아주 자연스러우면서도 멋들어지게 믹스시킬 수 있는 재능을 타고나 있다. 물론 이것 역시 그다지 특별한 게 아니라고 볼 수도 있을 터이지만, GIRLS NAMES가 [Dead To Me]에서 시종일관 고집하는 평범한 기타-베이스-드럼 리프들의 단순조합은 초기 스코틀랜드식 기타 하모니와 STIFF LITTLE FINGERS의 북아일랜드식 3코드 펑크에서 비롯된 단순미학 정신을 십분 계승한 듯 (로-파이 레코딩을 통해) 역사깊은 빈티지 향기를 솔솔 풍겨내며 2-3분 길이의 짧은 트랙들 안에서 구성진 멜로디감과 활발한 속도감을 손쉽게 쏟아내고 있다.
"Lawrence"와 "Seance On A Wet Afternoon"에서는 같은 레이블 소속 밴드인 CRYSTAL STILTS식 가라지 록의 뒤틀린 듯한 퇴폐미가 JOY DIVISION식 UK 포스트펑크의 서프 리듬을 타고 흐르며, "I Could Die", "When You Cry"와 "No More Words" 는 FIELD MICE 등의 90년대 초 Sarah 레이블식 슈게이징 감수성과 간편한 C86식 기타 코드 피킹 미학이 결합되어 있다. "I Lose"와 "Bury Me" 는 초기 JESUS & MARY CHAIN식 단순무지 기타 패턴과 드러밍의 추억을 되살리게 해주며, 달콤한 소울풍 발라드 보컬이 인상적인 "Kiss Goodbye"에서는 80년대 스코틀랜드 포스트카드 레이블 인디 밴드들의 고급스러운 팝 감수성을 완벽하게 빼닮아 있는 모습을 본다. 물론 "Nothing More To Say"처럼 VIOLENT FEMMES식 미국 인디 록의 느낌을 살짝 내어보는 곡도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과거 UK 모던록의 음악 중흥기였던 8~90년대에 등장했던 굵직굵직한 무브먼트들과 주요 세력들의 음악들을 감칠맛 나는 톤과 절도있는 멜로디/템포의 21세기식 로-파이 버젼으로 재현하려는 GIRLS NAMES의 의도가 훌륭하게 집약되어 있다.
GIRLS NAMES이 [Dead To Me]에서 얘기하고자 한 '죽음', '상실', '고뇌' 등의 감수성 어린 주제들은 수많은 얼치기 인디 밴드들에게 똥폼잡고 자아도취에 빠질만한 소재거리로 적격이겠지만, 이들은 30분 남짓의 짧은 시간 안에 감정에 함몰되지 않고 허둥지둥 덤비듯 깔끔하게 해치워 버렸다. 꾹꾹이 이펙터 한두 개에 달랑 의존한 기타, 2기통 패턴으로 단순하게 밀어붙이는 드럼, 교회 학생 밴드 수준으로 유치하게 갉작대는 베이스 등 트리오의 아마추어같은 악기 조합은 간결하면서 자신감 있게 속도감을 잃지 않고 밀어붙이는 GIRLS NAMES만의 당당함 앞에서는 전혀 흠이 될 수 없는 요소이며, GIRLS NAMES의 이러한 단순미학은 더 나아가 영국식 미니멀리즘 기타 팝의 21세기 계승자로써 그들 자신의 품격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강력한 메리트로 승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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