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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SIC ALPS: Napa Asylum (2011)


1960년대 사이키델릭 음악의 요람이었던 미국 샌프란시스코 출신의 3인조 SIC ALPS는 현재 활동 중인 미국 노이즈 팝 밴드 중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해오고 있는 인디 밴드 중 한 팀이다. 특히 필라델피아의 인디 레이블 Siltbreeze과 계약을 맺고 발표한 두번째 앨범 [U.S EZ' (2008)]은 '현존하는 최고의 indie lo-fi garage 앨범'  찬사까지 받은 바 있으며, [U.S EZ] 발표 후  SONIC YOUTH나 PAVEMENT같은 인디 노이즈 팝 전설들의 전국 투어 오프닝까지 맡으면서 '노이즈 팝의 후발 선두주자' 로써의 입지를 확실히 다지기도 하였다.

로우파이 특유의 칙칙한 분위기와 함께 시종일관 계속되는 잡다한 노이즈와 배킹 연주들의 느릿느릿한 향연들로 채워진 SIC ALPS의 새 앨범 [Napa Asylum]에는 무려 22개의 신곡이 수록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곡들은 1~2분에 불과하다 (이는 90년대 많은 인디 로우파이 밴드들이 자주 써왔던 수법이기도 하다). 싸이키델릭+포크+팝멜로디+노이즈+로우파이가 짤막짤막하게 버무려진 이번 앨범은 SEBADOH의 역사적 로우파이 명작 [III (1991)]의 음악적 퀄리티와 앨범 퀀티티 ( [III] 역시 수록된 23곡의 대부분이 1~2분 길이에 불과하다) 에 비견될만한 아기자기한 재미를 여러 형태로 담아내고 있다.

'복고파' SIC ALPS에게 VELVET UNDERGROUND의 영향력은 절대적인 수준에 가깝지만, 일렉 기타 피드백과 각종 노이즈가 난무하는 가운데에서도 그들이 일관적으로 고수하고 있는 어쿠스틱 기타음에 대한 집착은 마치 이전 샌프란시스코 출신의 선배 싸이키델릭 포크 밴드들 (특히 HP LOVECRAFT나 IT'S A BEAUTIFUL DAY같은)의 명성을 재현하고자 하는 의도와도 맞물려 있다. 포크적 감성이 유감없이 발휘된 'ball of fame' 나 'occult display' 이외에도, SONIC YOUTH 스타일의 싸이키델릭 에너지가 느껴지는 'the first white man to touch california soil', 고전 버블껌싸운드의 로우파이적 해석을 듣는 듯한 'cement surfboard' 등 수록된 22곡 모두 제각각 특별한 색깔을 띄지만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은 형식으로 일관성있게 연주되고 있다.

[Napa Asylum]은 잡다한 아이디어를 막무가내로 거칠게 잡아넣듯 녹음한 전작 [U.S EZ]에 비해 훨씬 세련되고 깔끔한 형태로 만들어진 앨범이지만, 한편으로는 극단적 인디주의에서 한 발을 뺀 듯 듣기 껄끄럽지 않게 하모니를 이루는 전체적 멜로디 라인은 이들의 음악에 독이 되는 진보적 변화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성숙된 음악성은 어느 뮤지션이든 언제나 환영이지만 그렇다고 그 '성숙함'이 자유분방한 기운을 희생시키라는 말은 아니잖은가.

RATING: 76/100

written by Byungkwa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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