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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THE ANTLERS: Burst Apart (2011)


미국 뉴욕 브룩클린 출신의 3인조 인디 밴드 THE ANTLERS의 3번째 스튜디오 앨범 [Hospice (2009)]는 실제로 목격했던 시한부 환자와 호스피스의 관계를 예민하게 분석한 서사적 컨셉트 작품으로, RADIOHEAD의 [OK Computer]의 아성에 필적하는 암울함과 멜랑꼴리함, 냉소적인 허무주의 등을 군더더기 없이 버무려낸 그해 최고의 인디 록 앨범 중 하나였다.  

ANTLERS의 리더 (사실 거의 원맨 밴드로 봐야 할 정도로 밴드 내에서의 영향력이 거의 절대적인) 피터 실버맨은, 극단적으로 소외/단절된 환경에서 DIY 스타일로 셀프 제작/발매했던 전작 [Hospice]처럼 이번 새 앨범 [Burst Apart] 에서도 극도로 폐쇄된 심리 상태(=lyrics)와 우울한 기운으로 범벅이 된 싸운드스케잎(=music) 속으로 깊숙하게 가라앉아 있다.

[Burst Apart]는 RED HOUSE PAINTERS, 후기 RADIOHEAD의 우울한 감수성과 포스트록 밴드 SOUTH의 몽환적/서정적 테크니컬 록 싸운드가 로-파이 무드에서 어둡지만 담백하게 믹스되어 있는 듯한 형국인데, 다만 [Hospice]에서 보여준(특히 "Atrophy" 에서 작렬하던 노이즈 드론의 향연 같은) 추상적인 네러티브는 이번 앨범에서 약간 절제되고 전작보다 '록 싸운드' 형질의 컴포지션에 조금 더 무게중심이 실려 있는 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다. 또한 [Hospice]가 노래 각각의 특징보다는 앨범 전체를 하나의 컨셉으로 묶어내는 데 주력했다면 [Burst Apart]는 수록된 10곡 모두 저마다 다른 코드전개와 테마를 지니면서 제각각의 개성을 발휘하는 데 작업의 촛점이 더 맞춰져 있다는 것도 특기할 만한 점이다.

가장 단순한 연주 노선을 택한 스탠다드 팝 형식의 3코드 오프닝 "I Don't Want Love"는 마치 전작 [Hospice]에서 무신경했던 '청자와의 교감 의지'를 노골적으로 표명하는 듯 이지리스닝 경향의 손쉽고 감미로운 전개 방식을 택하면서 전작의 '차갑고도 배타적인 태도'에 익숙해있던 팬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한다. 이어지는 "French Exit",  "Parentheses", "No Window" 에서는 제프 버클리를 연상시키는 팔세토 창법과 소울-록-일렉트로닉 취향을 ANTLERS만의 우울모드 범위 안에서 절묘한 비율로 뒤섞고 있으며, 피터 실버맨의 가성이 여전히 빛을 발하는 "Rollied Together"는 단 두 문장만으로 이루어진 가사를 주절대는 보컬라인, 단순 3 노트 키보드-베이스 배킹, 재즈 성향의 브러쉬 드러밍 타법이 곡의 시작부터 끝까지 단순무식하게 반복되면서 앨범 특유의 우울함을 신경질적으로 배가시켜낸다. “Every Night My Teeth Are Falling Out” 은 RADIOHEAD식 록스타 이마쥬와 [Hospice] 시절 신경쇠약 직전의 심상을 동시에 선보이는 싱글커트감 8비트 록 트랙(하지만 이 앨범 공식적 첫 싱글은 이미 "Parentheses"로 선정되었다)이며, 마지막 트랙 “Putting The Dog To Sleep” 에서는 날카로운 기타 뮤트피킹과 느릿느릿한 재즈 드러밍의 미니멀한 패턴 조합 속에서 낮은 튠으로 초반부를 파고들던 키보드 선율의 리버브 효과가 절정부에서 크레센도되어 드림팝의 싸이키델릭한 아우라를 발산시키면서 앨범을 의미심장하게 클로징한다.   

특히 8번째 트랙 "Hounds" 는 [Burst Apart] 수록곡들 중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하는 트랙으로, 마치 RED HOUSE PAINTERS 마크 코젤렉의 페르소나가 된 듯 단순함으로 무장된 드럼-기타 배킹의 공허한 틈새를 타고 몽환적으로 유영/공명하는 실버맨의 자유로우면서도 우울증/불면증 동반한 보컬 보이스/멜로디 라인은 비록 [Burst Apart]의 모든 음악들이 가장 단순무식한 레이어 형태의 록음악으로 무장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타 록 앨범보다 더 강력한 감성적 톤을 지닐 수 있게끔 만드는 가장 결정적인 카운터펀치로 작용하고 있다.

극도의 우울함과 염세주의를 띈 [Burst Apart]는 2000년대 밴드 중 CALLA, 후기 APPLESEED CAST의 인디 록 앨범과 상당히 유사한 몽환적/염세적 분위기를 띄고 있지만, 어두운 파스텔톤으로 덧칠이 되어있는 [Burst Apart]에서 드러나는 ANTLERS 특유의 부드러운 터치감과 예민하면서도 섬세한 감정 처리법은 마치 챔버 팝을 듯는 듯 부드러운 감촉의 하모니를 재생산-발산해내고 있는데, 이러한 독특함은 위의 두 밴드 뿐 아니라 다른 '조울증 성향'의 록 밴드들에서 찾기 힘든 ANTLER만의 음악적 능력에 다름아니다. 이들은 록 밴드로써 가장 단순한 악기 조합 포뮬라를 고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강렬한 감정 표현을 멋들어지게 구현해낼 수 있다는 것을 바로 [Burst Apart]를 통해 완벽하게 증명해보이고 있다.

RATING: 83/100

written by Byungkwa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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