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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HOORAY FOR EARTH: True Loves (2011)


작년에 발매된 EP 앨범 [Momo]로 대중들에게 조용히 존재감을 드러냈던 뉴욕 출신의 4인조 밴드 HOORAY FOR EARTH 는 EP 앨범에서 살짝 간만 보여줬던 80년대 팝 그루브+멜로디의 간결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댄스 모멘텀을 정규 데뷔 앨범 [True Loves]에서 다시 한번 풍부하게 재현해내고자 한다.

[True Loves]는 리듬과 비트라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원초적인 음악적 요소들을 그 어떤 배경 악기들의 사운드보다 훨씬 전면에 내세운 전형적인 일렉트로팝 앨범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일렉트로팝 밴드답게 이들의 영원한 롤모델은 80년대 신씨싸이져 팝 음악. 80년대 음악에 관해 이들이 드러내는 향수와 그리움은 마치 묵묵하게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40대 아저씨들이 포마드 발린 머리에 현란한 옷매무새를 뽐냈던 자신들의 소시절을 가끔 추억하는 심정처럼 애뜻하면서도 필사적인 수치로 이 앨범 전면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하지만 예전 그 시절 신쓰팝/뉴웨이브 음악이 가지고 있는 촌스러운 땟갈은 과감하게 제거시키고 남아 있는 달콤촉촉한 보컬 하모니와 가슴 속을 스미는 멜로디 라인만을 싹 골라내어 확 부풀려낸 이들의 80년대 음악 찬양 메들리는 MTV 클래식 뮤직비디오를 보게 될 때 무의식적으로 갖기 마련인 그 구리고 찝찝한 뒷맛과는 거리가 먼 21세기 일렉트로팝 취향 십대 매니어들의 구미까지 사로잡을만큼 감칠맛나면서도 싱싱한 에너지로 충만해 있다.

오프닝과 두번째 트랙 "Realize It's Not The Sun", "Last Minute"에서 밋밋한 인디 팝 보컬 지향성 슬로우-미드 템포 비트로 대충 워밍업을 한 뒤 연이어 터져나오는 복고 비트+코러스의 대향연은 세번째 트랙 "Sails" 부터 마지막 트랙 "Black Trees" 까지 쉬지 않고 지속되는데, 트랜스풍 키보드 리프를 타고 초기 디페쉬 모드(DEPECHE MODE)처럼 4비트 스네어와 드럼킥으로 심플하게 윽박지르는 "Sails", '덥스텝' 틱한 불규칙 비트와 잡스런 샘플링 파편들을 타고 BOW WOW WOW 식 트라이벌 댄스 퍼커션 비트의 이국적 느낌을 자아내는 "True Loves" 등은 지금 당장 메인스트림 챠트 목표로 경합해도 손색없을 신쓰팝 특유의 수려한 그루브와 멜로디 훅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ABC, FRANKIE GOES TO HOLLYWOOD, TEARS FOR FEARS 등의 MTV 클래식 메들리가 유치찬란하게 이어지는 "Same", "Hotel", "No Love" 에서도 21세기 스타일 일렉트로 감촉을 유지한 노엘 헤로우의 팔세토 보컬, 힘을 빼고 가볍게 스트로크하는 인디 록풍 리듬 기타, 행진곡 모드로 트라이벌 힙합 스타일의 육중한 질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플로어+킥드럼+스네어의 콤비네이션, 수시로 귓가를 갉작대는 샘플링 효과음 등 트랜디한 요소들의 풍성한 지원사격 덕에 촌스럽거나 지겨운 느낌은 커녕 오히려 프레이즈 하나하나마다 귀에 쏙쏙 감겨 들어오는 감칠맛을 지속적으로 유지해낸다. 특히 앨범의 실질적 하일라이트 "Bringing Us Closer Together" 는 어떤가. 바닷파도가 출렁이는 바위 위에서 고릿적 웨이브머리를 한 구식 신쓰팝 밴드의 연주 모습을 머릿 속에서 떠올리게 만드는 전형적 올디스 포뮬라를 답습하는 듯 하지만 정상적인 수준을 넘어 우직하게 떠들어대는 아프로펑크 스타일의 원초적 드럼 비트와 랩탑 테크노 음악에나 어울릴 법한 자질구레한 노이즈 음향들을 노래의 한 가운데에 과감하게 포진시키면서 여느 뉴웨이브 짝퉁 신쓰팝 밴드들의 음악과는 확실하게 차별되는 특이한 사운드스케잎을 멋들어지게 연출해내는 데 성공한다. 또한 클로징 트랙 "Black Trees" 에서는 현시대에 부활한 90년대 슈게이징의 눈물나는 감수성이 결국에는 80년대 레트로/씬디팝의 감촉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기라도 하려는 듯 드림팝에서 차용한 '오묘하게 젖어드는' 몽환적 멜로디 훅을 뉴웨이브 풍 건반 리프+딜레이 효과와 결합시켜 특이한 감수성의 레트로+슈게이징 콤보를 연출하기도 한다.

얼핏 들으면 싸구려처럼 들릴 수 있는 80년대 뽕필은, 신식 땟깔나는 텍스쳐로 풍성하게 메아리치는 보컬 보이스, 그 어떤 록 밴드들보다 더 강렬하면서 직설적으로 첨가된 드럼/퍼커션 비트들, 잡다한 인상 남기지 않으면서 단순한 레이어로 치고 빠지는 다양한 음원 샘플 등의 요소들과 BPM 템포의 안정된 업-다운 조절을 기반으로 능숙하게 결합하면서 트랜드에 유난히 민감한 요즘 일렉트로팝/신쓰팝/댄스펑크/댄스록/얼터너티브 댄스 애호가들 구미에도 만족시킬만큼 21세기적 취향에 맞는 형질로 변모되어 있다. 아쉽게도 이들을 써포트하는 팬들이 아직까지는 변변치 않은 상황인지라 (이런 부분에 대해 타협할 마음의 준비를 항상 해야 하는 게 B급 인디 뮤지션들의 숙명이기도 하겠지만) 내일 밤에도 뉴욕 브룩클린 구석에 위치한 한 꼴창 클럽에서 알딸딸하게 취해 누가 연주하는지도 관심조차 없을 수십명의 단촐한 관객 앞에서 콘서트할 계획이 잡혀 있는 이들이지만, 아레나에서 대규모 공연을 하든 동네 양로원에서 위로 공연을 하든, 상황이 어찌됐든간에 HOORAY FOR EARTH는 MGMT나 HOT CHIP 정도의 과분한 관심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비슷한 음악적 취향을 가진 FOSTER THE PEOPLE이나 FRIENDLY FIRES 부럽지 않을 주목을 받을 만한 음악적 노선, 잠재성, 그리고 대중성까지 충분히 겸비하고 있음을 요 데뷔 앨범 [True Loves] 달랑 한장만으로도 당당하게 보여주고 있다.     

RATING: 82/100

written by B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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