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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EMA: Past Life Martyed Saints (2011)


미국 캘리포니아를 거점으로 활동했던 인디 트리오 GOWNS는 중독성있는 드론과 몽환적 싸이키델리즘을 인디 포크 속에 적절하게 융합하면서 비평가들의 시선을 끌었지만 상업적 실패와 더불어 공연 흥행마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2010년 초 5년간의 활동을 접고 해체를 맞이했다. GOWNS의 리더 에리카 M. 앤더슨(Erika M. Anderson = EMA)은 이미 밴드 활동 시절부터 강렬한 싸이키델릭 기타 감각으로 여성 뮤지션으로써 예사롭지 않은 아이덴티티를 드러내 온 인물이지만 밑바닥 수준을 극복하지 못한 밴드의 상업적/대중적 인지도 때문에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 근처에 발을 들여놓을 기회마저 마땅히 주어지지 못했었다.

에리카 M. 앤더슨, 혹은 E.M.A.의 생애 첫번째 솔로 앨범 [Past Life Martyed Saints]은 다행히 발매와 동시에 전세계 인디 록 팬들의 성원을 한몸에 받고 있는 화제작으로 급부상 중이지만, 대중의 관심과 사랑이 미진했던 음악 활동 시기의 끝머리 타임라인에서 녹음된 이 앨범에는 GOWNS 시절부터 B 레벨 이하급 순수 인디 밴드들이 겪어야만 하는 열악한 음악적 환경에 치열하게 싸워나가는 그녀의 내적 자아 속에서 싹터온 강렬한 나르시시즘과 우울한 염세주의가 순도 100% 퀄리티로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Fuck California. I'm just 22, and I don't mind dying."

"California" 에서 앰비언트 키보드와 드론 기타의 단순한 배킹 레이어를 타고 루 리드 혹은 킴 고든의 보컬 스타일처럼 슬프고도 공격적으로 읊조리는 EMA의 허무주의적 노랫속 가사들은 두서없이 파편화되어 혼란스러움을 가중시키지만 흔들리는 감정과 우울한 심상을 날카롭게 드러내는데 부족함이 없으며, 섬뜩한 어조로 옛 연인에게 집착하는 "Anteroom" 에서는 SONIC YOUTH의 난해한 싸이키델릭 노트들이 패티 스미스식 어쿠스틱 버젼으로 침울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변환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약물중독에 너덜너덜했던 자신을 속삭이듯 자책하는 "Marked" 는 GOWNS 시절 충분하게 과시했던 싸이키델릭 무드를 다시한번 되살린 트랙으로, 어쿠스틱 기타와 신디싸이져의 단순한 리프들을 기저에 깔고 MOJAVE 3/SLOWDIVE 를 연상시키는 슈게이징 감수성으로 EMA식 피폐한 우울모드를 드라마틱하게 펼쳐 보인다. 마지막 트랙 "Red Star" 은 EMA의 단아한 일렉 기타 솜씨를 만끽할 수 있는 트랙으로, 보니 "프린스" 빌리의 음유시인적 인디 아메리카나 록 이미지와 켄드라 스미스의 몽환적 로-파이 싸아키델릭 심상이 절묘하게 혼합되면서 그녀가 자신의 첫번째 솔로 작품 [Past Life Martyed Saints] 앨범을 통해 추구하고자 한 EMA식 음악(얼트/그런지+아메리카나+싸이키델릭+노이즈+슈게이징+포크) 캐릭터를 가장 종합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Past Life Martyed Saints]는 EMA 자신의 사춘기적 감정들을 포크음악 하듯 전형적인 일인칭 시점에서 풀어나간 독특한 형태의 네오 싸이키델릭 록 앨범이다. EMA는 코트니 러브에 비견될 만한 여성우월주의적 카리스마를 앨범 전면에 과시하면서도 여타 여성 보컬 솔로/밴드 록음악에서 주로 나타나곤 하는 감정과잉에 빠지지 않고 절도있는 작사 감각과 보컬 밸런스를 일관적으로 잡아낸다. 특히 코트니 러브, 제니퍼 핀치, 킴 고든, 킴 딜 등의 탄생으로 정점을 찍었던 90년대 중반 이후 맥이 끊어진 거물 여성 록커 계보를 다시 이을만한 자격조건들(강렬한 카리스마, 악기 연주력, 올라운드 플레이어 기질 등)을 모두 충족하면서 미니멀리즘, 로-파이, 슈게이징 같은 트랜디한 인디 요소들까지 자신만의 스타일로 거칠면서도 대담하게 소화시킨 본작은 여성 인디 음악에 관심있는 매니어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특급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다.

유일한 흠이라면 EMA 소속 인디 레이블 Souterrain Transmissions에 의해 제작된 저질 퀄리티의 뮤직비디오들("Milkman", "California")인데, 물론 인디 음악의 키취적 아우라를 고의적으로 더 크게 드러내려는 의도였을 수도 있겠지만 (허나 고의적이라고 보기엔 MOON DUO 등 Souterrain Transmissions 소속 밴드들 뮤직비디오들이 하나같이 저질이다) 이유가 어찌됐든 [Past Life Martyed Saints]를 통해 바라본 EMA는 분명 이런 영세 레이블에서 계속 안주하기엔 뭔가 폭발적인 기질과 풍모를 보여줄 수 있는 플러스알파적 요소들을 더 지니고 있는 듯하다. 특히 mp3의 편의성에 힘입어 온갖 쓰레기들이 난무하는 현 음악계의 물량과다 틈바구니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EMA 혹은 그외 실력있는 인디 뮤지션들에게도 레이블의 파워는 절대 무시할 순 없는 요소인만큼 개인적으로 다음 앨범부터 좀 더 나은 레이블에서 활동하는 그녀의 모습을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

RATING: 83/100

written by Byungkwa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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