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OLATE: The Invisible Insurrection (2011)

1. 02 Follow Suit.mp3
2. 05 Aviance.mp3
3. 09 Escape.mp3

DESOLATE라는 예명으로 독일 베를린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일렉트로닉 뮤지션 스펜 바이즈만은 십대 초반부터 이미 클럽 디제이로 활동했을만큼 MIX에 관한 감각은 타고 난 친구다. 오랜 디제잉 경력 동안 다양한 음악들을 닥치는 대로 듣고 섞어온 자기 트레이닝의 결과 덕분인지, DESOLATE의 첫번째 정규 앨범 [The Invisible Insurrection]은 앰비언트와 덥스텝이라는 상호 이질적인 두 장르를 가장 자연스러우면서도 '경제적인' (=미니멀한 스타일의) 어법으로 융합시키는 데 완벽하게 성공해내고 있다.

'덥스텝' 의 새로운 조류가 일렉트로닉 음악계를 주도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이때,  DESOLATE 역시 다른 신진 덥스텝-가라지 세력들처럼  BURIAL이라는 거대한 괴물의 음악적 영역 안에 일단 살짝 들어와 있다. 이 앨범을 주의깊게 들어본다면 샘플링 테크닉 (아날로그 드럼비트나 테잎 녹취 채집 종류의 자질구레한 음들을 즐겨 사용하는 버릇), 스트럭쳐 구성 포맷, 그리고 C급 영화 스타일의 로-파이 앰비언스 등 BURIAL이 [Untrue (2007)] 을 통해 작성한 '덥스텝 매뉴얼' 내용에 아주 일치하는 작업 방식들이 [The Invisible Insurrection] 안에 전면적으로 내포되어 있음을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앨범을 통해 DESOLATE가 보여주는 IDM, 앰비언트, 모던 클래식 음악에 관한 통찰력이나 사색적 사운드스케잎 구성에 관한 욕구는 그 거대 괴물 BURIAL과 분명 차별화되는 특징들이다. 또한 다소 다선적이고 괴팍한 BURIAL 식 구성 방식과는 달리 DESOLATE은 테츠 이노우에나 피터 남룩의 초기 앰비언트 하우스 스타일의 몽환적 그루브감을 단선적인 리버브 샘플링과 미니멀리즘 피아노 프레이즈를 이용하여 좀 더 차분한 느낌으로 재현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마 이 앨범에서 DESOLATE과 BURIAL의 상호 관계에 대해 가장 확실하게 말해 줄 수 있는 곡이 바로 첫번째 트랙 'imagination' 이 아닐까. 잡다한 샘플링 싸운드를 가장 미니멀하고 정교한 터치로 커팅/페이스트하는 테크닉은 BURIAL의 영향력을 부인할 수 없는 바이지만, 마치 명상적인 흑백 아방가르드 필름을 보는 듯한 입체적인 심상과 앰비언트 톤의 향연은 DESOLATE의 음악에서만 드러나는 특별한 요소다. 또한 오케스트라의 현악 파트와 피아노의 협주로 테마를 엮어내는 'farewell #1'와  'farewell #2' 는 BURIAL 뿐만 아니라 여타 덥스텝 / 가라지 뮤지션들에게는 보기 힘든 DESOLATE만의 독특한 클래식 취향이 담겨져 있다.

스타 부재로 침체기를 겪던 2000년대 후반 테크노 씬에 혜성과 같이 등장하여 챔피언 자리 꿰차고 십년은 끄떡 없을 듯한 BURIAL과 [Untrue] 의 아성은 일렉트로닉 뮤지션들에게는 분명 도전을 해볼 만한 가치가 큰 자리임에 틀림없다. 최근 가장 급격하게 팽창 중인 서브 일렉 장르가 바로 덥스텝이지만 그만큼 아류도 많은 것또한 사실이다. 한때 jazzy한 하우스 테크노 뮤지션이던 DESOLATE이 언제부터 혹은 어떤 연유로 가라지와 덥스텝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센스는 BURIAL의 짝퉁 쯤으로 치부하기에는 이 데뷔 앨범 한 장 만으로도 너무 훌륭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 DESOLATE 만의 앰비언트 덥스텝 스타일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The Invisible Insurrection] 은 힙합과 알앤비 취향의 덥스텝 매니어들은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이질적인 종류의 덥스텝 음악에 관심이 있다면 이 앨범 뿐만 아니라 앞으로 DESOLATE의 음악 행적에도 계속 예의주시하기를 권하고 싶다.

RATING: 80/100

written by Byungkwan 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