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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ELECTRONIC

SEBASTIAN: Total (2011)


1960년대 암울하면서도 정신분열적인 실험음악으로 전위 음악계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던 삐에르 앙리에서부터 시작된 프랑스 일렉트로닉 음악의 저력은 90년대 중반 AIR와 DAFT PUNK의 등장을 시점으로 폭발적인 기운을 발산하면서 이제는 영국-독일과 함께 유럽 일렉트로닉 음악 씬을 이끄는 삼두마차의 위용을 확실하게 과시하는 중이다. 프랑스에서 생산된 대중 음악들(특히 '믹스' 의 숙명성을 짊어진 테크노 음악)의 가장 큰 장점은 제국식민주의와 똘레랑스가 공존하는 문화적 특성에서 파생된 다양한 음악적 쏘스들을 자연스럽게 섞어낸다는 것인데, 이러한 어드밴티지 요소들을 토대로 DAFT PUNK, DIMITRI FROM PARIS, CASSIUS, STARDUST, KID LOCO, Frédéric GALLIANO, JUSTICE 같이 영-미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 음악 센스와 밸런스를 지닌 일렉트로/하우스 테크노 명인들이 쉴새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프랑스 하우스 레이블의 선두주자 Ed Banger Records에서 JUSTICE와 함께 간판 격으로 레이블을 이끌어 온 프랑스 북부 불로뉴 출신의 일렉트로 하우스 뮤지션 SEBASTIAN은 2008년 KELIS, NADIYA 등의 힙합/알앤비부터 BLOC PARTY, EDITORS 같은 모던록 음악까지 아우르는 잡식성 음악 취향이 십분 발휘된 리믹스 컴필레이션 앨범 [Remixes]을 통해 이미 그의 이름을 글로벌 영역으로 크게 알린 바 있다. 또한 첫번째 공식 정규 데뷔 앨범 [Total] 발매를 즈음하여 먼저 공개된 1분 20초 가량의 프로모션 티져 비디오는 1~2프레임 간격의 짧은 타임라인으로 포르노, 스너프/호러, 리얼 고어 장면 등과 같은 초엽기 사진/영상들을 교차 짜집기하여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었다(유튜브마저 폭력/선정성의 이유로 이 클립이 업로드되는 즉시 삭제하고 있는 중이다).

[Total]에서는 짧은 티져 비디오 클립 안에서 무수하게 교차되는 잡동사니 사진들만큼이나 다양한 장르의 도용 실험이 일렉트로 하우스 스트럭쳐 안에서 무분별하게 행해지고 있는데. [Total] 리듬/그루브의 원천이자 표본인 알앤비/힙합을 비롯, 디스코, 펑크(funk), 인디록, 헤비메틀, 재즈 등의 음악장르들이 SEBASTIAN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감각적인 믹싱 기술에 의해 야비한 파티 댄스용 일렉트로 하우스 음악으로 순싯간에 재탄생되고 있다. TONY!TONI!TONE!의 뉴 잭 스윙을 연상시키는 90년대 초반의 아기자기한 힙합 댄스 무드를 교묘하게 차용한 "Love in Motion", DMITRI FROM PARIS 풍의 재지(jazzy)한 하우스 테크노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흘러가는 엇박 리듬 패턴이 귀를 자극하는 "Water Games", 이펙터 잔뜩 걸린 기타 리프 샘플을 이용하면서 펑크/하드록/헤비메틀적 도발을 감행하는 "Total"/"Jack Wire"/"Doggg", 피쳐링 래퍼 M.I.A.의 도발적인 래핑과 단순무지하게 펴져나오는 리듬 배킹+디스토션 키보드의 파열음이 맞물려 펑키한 일렉트로 조합이 형성된 "C.T.F.O.", 70년대 P-Funk와 스티비 원더 풍 슬랩 베이스 리프로 펑키 리듬의 절정을 맞보는 "Arabest" 등 장르의 퓨전이 이뤄진 트랙들 모두 이질적 음원에서도 강력하면서도 노골적인 그루브 엑기스를 뽑아낼 줄 아는 SEBASTIAN의 재빠른 손놀림에 의해 완전무결한 댄스 테크노의 위용으로 탈바꿈하고 있으며, 앨범의 중심축들인 "Ross Ross Ross", "Kindercut" 같은 전형적인 '메이드 인 Ed Banger' 라벨 인증 일렉트로 하우스 트랙들 역시 100% 순도의 올드스쿨 힙합 브레이크비트 샘플들을 절묘하게 컷-앤-페이스트해주면서 앨범에서 일관적으로 지속되는 댄스 그루브 패턴의 부스터 역할을 제대로 해주고 있다.

[Total]은 SEBASTIAN과 함께 Ed Banger 레이블에서 원투펀치를 형성 중인 JUSTICE의 ['크로스'] 앨범에 담긴 스타일, 템포, 테마 등과 제법 유사한 형태를 띄고 있지만, 감정에 도취되지 않으면서 계획적이면서도 섬세한 IDM식 태도로 일관하는 (그래서 DAFT PUNK 스타일에 더 가까운) JUSTICE 식 일렉트로 프로덕션에 비해 SEBASTIAN은 훨씬 변칙적이면서도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임기응변 턴테이블리즘에 입각한 일렉트로 싸운드를 뽑아내는 데 주력한다. 이처럼 '감각에 몸을 맡기는' 방식으로 채집/완성된 단순무식 4/4 드럼 비트 + 덜 다듬어진 질감의 원초적 베이스라인 + 둔탁하게 필터링된 신디싸이져/키보드 리프 등은 그 어떤 일렉트로 음악들보다 차별성을 띈 이번 앨범 싸운드의 기본 토대를 이루면서 아날로그 시대 고전 하우스/펑크의 거칠면서도 순수한 에너지와 그루브감을 마음껏 재현/발산해내고 있다. 이렇듯 [Total]은 겉멋 들지 않은 단순한 크리에이티브 공식 안에서 고감도 댄스 그루브를 폭발적으로 뽑아내던 BASEMENT JAXX와 FATBOY SLIM의 90년대 후반 클래식 펑키 테크노 촉감을 십분 계승하면서 동시에 2010년대 댄스플로어에도 완벽하게 들어맞는 트랜디한 감수성까지 최대치로 끌어올린, 올해 발매된 일렉트로 하우스 앨범 중 최고의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는 뜻밖의 수작 앨범이다.

RATING: 85/100

written by
Byungkwa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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