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USMO: Mosaik (2011)

1. 05 Mosaik.mp3
2. 07 Lass Den Vogel Frei!.mp3
3. 09 Idiologie.mp3

요즘 음악한다는 사람들 참 많아졌다.  게을러터진 동네 양아치들도 그럴싸한 신디싸이저와 불법 다운로드 시퀀서만 있으면 대충 굉장하게 들리는 듯한 퀄리티의 음악을 쉽게 만들 수 있는 세상이니. 속고 속이는 세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양심불량 마인드로 대충 짜맞추고 BPM 다 찍히는 CD 턴테이블로 디제잉을 하면서 어느 순간 뮤지션으로 변신하는 낯뜨거운 상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디지털의 양아치 시대정신에 맞게 지금 현재 엄청난 양의 일렉트로 음악과 뮤지션들이 아주 쉽게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듯. 사실 요즘 회자되는 일렉트로 팝 밴드/그룹들의 5할 이상은 위에 서술한 양심불량군 안에 속하는지라 필자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분야이지만 현재 주위 인디 씬에서 나름대로 입방아 찧고 있는 한 일렉트로 그룹이 독일에서 앨범을 발매했다기에 한번 찾아 들어보기로 했다.

CYBOTRON에서 태동한 일렉트로의 기운은 괴물 DAFT PUNK에 크게 대반전을 이루었고 2000년대 들어 일련의 신디팝 (synth-pop) 그룹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등장하여 현재에는 커다란 군집을 이루며 하나의 메인스트림 장르로 자리잡고 있지만, 이런 부류의 음악들이 분명 과도기에 접어들고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 독일 베를린 출신의 혼성 일렉트로(니카) 듀오 SIRIUSMO는 이런 과도기의 딜레마에 자신들을 넣지 말아달라는 듯 첫번째 정규앨범 [Mosaik] 를 통해 '일렉트로(니카)' 라는 속물적이면서도 대중(극)친화적인 전자음악 영역 안에서 나름의 학구적 탐구를 과감하게 펼쳐낸다. 80년대 전자 음악 히트곡의 산실 KORG Trident 건반 음색을 연상시키는 7-80년대 스딸의 얄싹하면서도 오밀조밀 구성진 무그톤 빈티지 음향이 이 앨범의 전면을 수놓는데, 이러한 아날로그에 관한 일관적인 애정을 기본 바탕으로 깔고 있기 때문인지 앨범에 수록된 트랙 하나하나마다 인간적인 터치의 흔적들을 풍부하게 남기면서 일렉트로/하우스 음악 치고는 상당히 탈규격화, 탈디지탈화 (=친아날로그화)된 화법으로 장인적 샘플 쪼개기와 붙이기를 수도 없이 반복한다. 또한 각 트랙의 전/중/후반부마다 템포의 늘어짐/끊어짐이 느닷없이 튀어나오면서 댄스욕구를 고의로 지연시키기도 하는데 이 순간 특이한 손놀림으로 커팅/믹스된 다양한 효과음을 프레임 안에 은근슬쩍 덧입혀내면서 일련의 황당하고 혼란스러운 상황들을 이내 새로운 국면으로 다시 능숙하게 전환시켜내기도 한다. 이러한 장난기스러운 대목에서는 예전 DIY 테크노 귀재들인 (MU-ZIQ 시절의) MIKE PARADINAS나 COLDCUT의 재미있는 어프로치들이 문득 떠오른다고나 할까.

DAFT PUNK의 영향을 부정할 수 없지만 (2번째 트랙 "Feromonikon" 에서 확연히 드러남) 미니멀한 리듬/배킹 구조에서 펑키 그루브감이 절도있게 넘쳐나는 "Sirimande", "Goldene Kugel" 같은 트랙들처럼 앨범 전체적으로 일렉트로 혐오주의자들조차도 편견없이 즐겁게 들을 만한 범대중적 요소 역시 음악성 못지 않게 두루 갖추고 있다.

낮술 쳐먹으며 대충 후려친 정도의 앨범 완성도를 예상했지만 [Mosaik]는 '일렉트로' 로 단순하게 카테고리화하기에는 비범한 미니멀-IDM적 손길을 앨범 구석구석에서 확연하게 드러내면서 은근히 수준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앨범이며, 상업과 예술 사이의 딜레마로 고민하는 일렉트로-신디웨이브 음악인들이 대중적 아티스트로써의 영역을 모색하는데 있어 하나의 본보기 사례가 될 수도 있을 훌륭한 노력의 흔적들로 가득 차 있다.

RATING: 80/100

written by Byungkwan 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