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S/ELECTRONIC

MOBY: Destroyed (2011)


다리 하나만 살짝 건너면 10분 안으로 왕복이 가능할만큼 서로 가까운 거리를 사이에 두고 있는 뉴욕의 로어 맨해튼과 윌리엄스버그 브룩클린의 문화적 취향은 비슷한 듯하면서 극과극 측면도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 로어 맨해튼(음악잡지 예: 스핀)이 에버리지 수입의 된장 뉴요커들을 대변한다면, 윌리엄스버그(예: 피치포크)는 자칭 '쿨한' 거지들의 아지트나 다름없다고나 할까. 갑자기 왜 뉴욕 지도를 그리느냐 하면, MOBY가 처음 뮤지션으로 활동을 개시할 당시만 하더라도 맨해튼에서 그의 이름과 음악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지만 다리 건너 브룩클린에 찌그러져 있던 힙스터 음악광들에게는 거의 테크노 영웅이나 다름없었던, 브룩클린 문화 아이콘 중 한 명으로 추앙받던 인물이었다. 복음주의, 약물해방 등을 표방하면서 록음악을 결합한 강렬한 형태의 인디 테크노 음악으로 브룩클린 젊은 백인 거지들의 히피 생활을 독려했던 그 MOBY는, 2000년 맨해튼 MTV의 혜택을 등에 업고 [Play (1999)]의 대성공을 이끌어 내면서 세계적 유명 뮤지션으로 순싯간에 발돋움했으며, 그 후 새앨범을 발매할 때마다 브룩클린 힙스터들의 아이콘이 아닌 뉴요커들의 쿨가이로 자기 자신의 신분을 조금씩 조금씩 업그레이드(?) 시키면서 이제는 어느덧 뮤지션이 아닌 셀레브리티 카테고리 범주에 인물 검색을 해야 할 정도로 세속적 인간 캐릭터로 드라마틱하게 변모시키는 데 성공한다.

믿을만한 UB 통신에 의하면, 그는 상업적 성공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였던 부동산 투자에 최근 더욱 바짝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그가 살고 있는 '엘도라도' 라는 아파트는 센트럴 파크가 쫘악 내려다 보이는 실내 백평짜리 맨해튼 최고급 레벨의 콘도미니엄으로 유명한데, 뉴욕 경기 불황 당시 재빨리 구입한 이래 지금은 구입 가격의 2배의 시세차익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그의 제테크 욕망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썩은 쓰레기 과일 맛 나는 Teany 라는 상표의 아이스티 사업 역시 그가 몇 년 전부터 절찬리에 추진 중인 제테크 사업 중 하나인데, 아예 로어이스트 맨해튼 지역에 'Teany 까페' 라는 프로모션 카페를 차려놓고 브룩클리너보다 주머니 사정이 훨 좋은 맨해트너들에게 공격적인 상품 PR을 하면서 비타민 워터, 이토엔 못지 않은 상업적 성공을 도모하고자 혈안이 되어 있다.

참으로 우스운 건, 비주류 '똘기'에 관한 집착만은 아직까지 버리지 못했는지, 롤플레이 게임의 창시자 故 게리 기각스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복음주의, 동물사랑, 채식주의, WTO 반대, 전쟁 중단 등 쿨한 오덕후/익티비스트 지향성을 매스컴을 통해 수시로 드러내 보지만, 더이상 돈독 오른 그를 바라보는 브룩클린 힙스터족들의 시선은 싸늘함 그 자체로 변해 버린 지 오래다.

이 맨대가리 변절자의 사기 행각은 이번 10번째 정규 스튜디오 앨범 [Destroyed] 까지 이르고 있지만, 팝과 클래식의 고급스러운 사탕발림 노림수를 써본 이번 앨범에서만큼은 그가 내놓은 어떤 앨범들보다도 더 처절한 음악적 실패를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BOARD OF CANADA와 MU-ZIQ의 지적인 엘렉음악 텍스쳐를 대놓고 흉내내본 앨범 오프너 "The Broken Places" 는 뭐, 그다지 나쁘지 않다 치자. 하지만 나르시시즘에 빠진 듯 무신경하게 동음반복하는 MOBY의 보코더 걸린 주절거림을 시작부터 끝까지 무대뽀로 밀어붙이는 "Be The One", 힙스터 기질의 트라이벌 테크노를 설렁설렁 흉내만 내본 "Sevastopol", "After" 등의 트랙들은 리스너들을 위해 제공되어야 할 일말의 그루브감이라곤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자기만족적 창작품에 다름아닌 함량미달 트랙들이다. 일렉트로 넘버 "Blue Moon" 과 100% 팝보컬 일변도의 "Lie Down In Darkness" 는 100개의 프레이즈 중 정작 귀에 들어오는 멜로디 라인은 단 한 차례도 찾을 수 없고, 블랙 코미디에 가까운 짝퉁 클래식 넘버 "Stella Maris", "The Violent Bear It Away", "When You Are Old" 는 클래식을 일렉음악 양식으로 해석하고자하는 그의 의도가 참으로 가상하지만 일단 얼마전 나온 요한 요한슨(Johann Johansson)의 새앨범부터 한번 들어보면서 클래식 응용법을 벤치마킹해보라고 찾아가서 충고하고 싶은 심정이 절로 샘솟게 만들 정도로 어설픈 클래식 해석의 극치를 보여준다.

사실 '올해 최악의 앨범 재킷' 으로 손색이 없는 커버 사진도 참으로 유감스럽지만, 더 우스운 건 이 사진 '작품' 의 주인공인 MOBY가 그동안 찍어온 사진들을 모아 만든 근사한 화보집이 조만간 하드커버로 출시된다는 사실이다. 이것저것 뻘짓은 다 하고 보는 그의 행적을 고려해 볼 때 사진 화보 출시 역시 그다지 놀라운 사실만은 아니지만,  그가 이렇게 셀러브리티 흉내를 내면서 대놓고 뻘짓하며 돌아다니는 이 시간에도 전세계 도처에 깔린 실력파 뮤지션들의 창작활동은 쉬지 않고 계속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뭐 더이상 부르조아 MOBY에게  Mute 레이블 시절의 [Everything Is Wrong (1995)] 식 파격미를 바라는 것도 참으로 현실성 없는 뻘소리나 다름없겠지만, 어쩌면 이 맨대가리 아저씨는 더이상 소싯적 모험을 감수할 필요없이 [Destroyed]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목소리로 '아무 의미도 없이' 유치찬란/소프트하게 낙서장 끄적이듯 해치운 이지리스닝 팝(도 아니다!) 앨범을 대중들 앞에 그냥 들이밀어도 기본이상의 평가를 듣는 관례에 어느새 아주 익숙해져 있을 지도 모른다.

이렇게 앨범을 개판쳐놓고도 양심이 있는지 없는지 오늘도 럭셔리 아파트에서 고위층 지인들을 불러놓고 고급 프랑스 와인을 홀짝이며 어제 링컨센터 VIP석에서 관람한 뉴욕 필하모닉 공연에 대해 썰을 풀고 있을 그의 모습이 이 앨범을 들으면 들을수록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리는 이유는 무엇인지....

RATING: 44/100

written by Byungkwan Cho

'REVIEWS > ELECTRONIC' 카테고리의 다른 글

ZOMBY: Dedication (2011)  (1) 2011.07.21
TRICKSKI: Unreality (2011)  (0) 2011.07.02
BRUNO PRONSATO: Lovers Do (2011)  (0) 2011.06.18
SEBASTIAN: Total (2011)  (6) 2011.06.10
DESOLATE: The Invisible Insurrection (2011)  (1) 2011.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