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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PICTUREPLANE: Thee Physical (2011)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를 중심으로 활동 중인 DJ 트래비스 에저디(Travis Egedy)의 두번째 정규앨범 [Thee Physical]은 그루브감과 비트감을 강하게 끌어올린 대중 음악 소스들을 가장 단순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게끔 나열시켜낸 다크 일렉트로 성향의 팝 앨범이다. 트래비스 에저디(즉 PICTUREPLANE)가 샘플 소스들을 다루는 테크닉은 통상적으로 그다지 깔끔하거나 화려하거나 정교한 타입의 것은 절대 아니다. 마치 왼손에는 '떨'을 부여잡고 테이블 위에 보드카 믹스 음료를 두고 그 옆에 놓인 랩탑으로 마우스를 딸칵대면서 대충대충 음악작업한 듯 앨범 곳곳에 거칠고 성긴 질감/레이아웃/트랜지션을 '아마추어같이'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지만, 파티음악 용융 기술에 관해 PICTUREPLANE이 원초적으로 가지고 있는 그 탁월한 '촉' 하나만으로 앨범 속의 어설픈 기술적 결점들을 모두 커버/극복해낸다.

트래비스 에저디의 실제 캐릭터 역시 상당히 난해한 구석이 있다. 그의 행동과 표정은 약간 미성숙한 십대같고 옷차림새는 힙합을 좋아하는 '위거' 마냥 야구모자에 농구 저지를 입고 클럽에서 디제잉을 한다(그리고 스탠딩 코미디언이 되고픈 욕구때문에 가끔씩 코미디 클럽에 우스꽝스러운 복장으로 무대를 서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음악 취향은 은근히 다양한데, 힙합은 물론이거니와 록음악에 대해서도 보통이 넘는 이해도를 보여줘 왔으며(실례로 LA 출신의 노이즈록 밴드 HEALTH이 내놓은 두장의 리믹스 앨범에 모두 피쳐링 참여를 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한층 무르익은 레이브 감각과 일렉트로팝, 그리고 덥스텝 비트(“Sex Mechanism” 를 들어보라)까지 자유자재로 적용시키는 재기도 부려낸다.

[Thee Physical]에서 간과해선 안될 특징이 있다면, 강렬하게 폭발하는 베이스라인을 기반으로 전면적으로 내뿜는 양아치 파티 기운과는 사뭇 상충되는 트래비스만의 야릇한 슈게이징 감수성을 아주 유연하게 드리워냈다는 점일 것이다. M83를 연상시키는 리버브 감촉, 혹은 더 나아가 드림팝 보컬 파이오니어 앤드류 쉐리프(CHAPTERHOUSE)의 클래식 슈게이징을 연상시키는 트래비스 자신의 보컬 감성코드는 이 앨범의 첫번째 싱글 "Post Physical" 에서 가장 찬란하게 반짝이며, 노골적인 레이브 신디음과 볼륨감 넘치는 베이스라인이 댄스무드를 리드하는 "Real Is A Feeling" 에서마저 트래비스의 능글맞은 센티멘탈리즘이 연이어 코끝을 찡하게 만든다. 또한 "Trancegender" 에서는 유로 트랜스 음악 특유의 일렁이는 키보드 리프가 내뿜는 댄서블 기운 속에서 PM DAWN식 몽환적 알앤비/힙합 리듬/샘플과 칠웨이브 감촉의 아날로그 신디사이져음, 거기에 상큼한 트래비스의 보이스까지 더해져 정직하면서도 깨끗한 형태의 PICTUREPLANE 표 드림팝 댄스뮤직을 선사하기도 한다.

[Thee Physical]은 약간의 어설픈 아마추어리즘, 계산과 공식을 거부하는 즉흥성(혹은 장난끼) 등으로 인해 정중한 작업방식, 고난도 테크닉, 혹은 거창한 철학이 담긴 일렉음악을 선호하는 리스너들까지 팬으로 끌어들일만한 파워나 매력이 약간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다양한 음악 소스 메터리얼로부터 댄서블 성분을 뽑아내고 그 위에 자신의 감수성 어린 리드보컬 레이어를 바탕으로 달콤한 멜로디들을 설렁설렁 뒤섞어 귀에 착착 감기는 댄스지향 비트음악을 쉽사리 만들어내는 트래비스 에저디의 '끼'와 '감각' 하나만큼은 현재진행형으로 계속 무르익어가고 있음을 이번 앨범을 통해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약점 노출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엉성한' 하우스/일렉트로 음악에는 여느 특급 레벨 일렉트로/신디팝이나 하우스음악 못지 않은 그루브, 폭발력, 캐취감, 그리고 보너스로 슈게이징 센티멘탈리티까지 두루 갖추고 있으니! 이 정도쯤이라면 필청 아이템으로 선택받을만한 자격을 충분하게 갖추었지 않았나.


RATING: 72/100

written by Byungkwa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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