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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1 22:10


"moral compass"

에든버러(Edinburgh) 출신의 인디록 밴드 WE WERE PROMISED JETPACKS(이하 W.W.P.J.)는 현재 영국내에서 손꼽히는 포스트펑크 리바이벌(post-punk revival) 세력 중 하나임에도 과거 스코틀랜드 선배 밴드들처럼 미디어에 쓸데없이 과다 노출되지 않아 은근히 정이 가는 친구들이다. 

요근래 주목을 받았던 스코틀랜드 밴드를 이참에 대충 꼽아보자. FRIGHTENED RABBIT, THE TWILIGHT SAD 등등 잉글랜드 NME 잉여밴드들보다 훨씬 더 그럴싸한 와꾸의 밴드들이 먼저 머릿속에서 떠오르는데, 여기에 기존의 유서깊은 C81/C86 군단들과 JESUS & MARY CHAIN, MOGWAI, BELLE & SEBASTIAN 등등 걸출한 Scot 거목들까지 소환하여 종합해보면 마치 스코틀랜드 선수들은 잉글랜드 선수들보다 상대적으로 뭔가 간지나고 '있어보이는' 음악만 항상 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지금 소개할 W.W.P.J. 역시 그렇다. 이들이 즐겨쓰는 펑크조의 헤비튠 기타리프에는 FRANZ FERDINAND류의 포스트펑크 짝퉁이나 TRAVIS류의 브릿팝 짝퉁으로 분류해도 될 법한 얄팍함이 충분히 배어 있지만, 그 얄팍함의 이면에는 딱히 설명할 수 없는 스코틀랜드 밴드만의 개성 또한 동시에 느껴진다고나 할까.

W.W.P.J.은 그동안 라이브 앨범 [E Rey - Live in Philadelphia (2014)]를 포함, 총 세 장([These Four Walls (2009)], [In the Pit of the Stomach (2011)])의 앨범을 발표했다. 쉼없이 두들겨대는 스네어 드러밍과 에너지 넘치는 베이스 기타, 그리고 어쿠스틱과 일렉을 넘나들며 구성진 리프들을 변화무쌍하게 솎아내는 멀티 기타 시스템 등 기존에 우리가 봐왔던 뜨내기 포스트펑크 짝퉁밴드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연주 장기들을 W.W.P.J.는 지난 앨범들을 통해 수려하게 뽐내왔다. 특히 MAXIMO PARK보다 C86스럽고(재빠른 트레몰로 피킹과 깔끔한 클린톤 피킹이 버무려진 기타주법) BLOC PARTY보다 로컬/Scot스러우며(이질적인 보컬 멜로디) EDITORS보다 인디스러웠던(한방에 쭉 가는 프로듀싱) 데뷔 앨범 [These Four Walls]는, 정제되지 않은 펑크튠과 거침없는 리듬/그루브가 가히 일품이었던 '흙 속의 진주'이자 그해 최고의 포스트펑크 리바이벌 앨범이었다. 이들의 지칠 줄 모르는 연주 열정은 올해 뜬금없이 나온 예상밖의 수작 라이브 앨범 [E Rey - Live in Philadelphia]에서도 아주 적나라하게 접할 수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꼭 참고하기 바란다. 

그러나 최근 릴리즈된 W.W.P.J.의 세번째 풀렝쓰 앨범 [Unravelling] 안에 깊숙히 스며든 차분하고 소프트한 기운들은 예전 W.W.P.J.의 터프+와일드한 펑크록 풍모에 익숙한 팬들에겐 꽤나 낯설게 느껴질만한 종류의 것이다. 오프닝 트랙 "Safety in Numbers"에서 'There was a time when I wasn't evenly spread~'으로 시작되는 리드보컬리스트 애덤 톰슨(Adam Thompson)의 달달한 목소리는 초장부터 살짝 생뚱맞은 감으로 다가오는데, 뿐만 아니라 MOGWAI와 THE TWILIGHT SAD처럼 록사운드 속에서 네러티브를 그려내고자 한 두번째 트랙 "Peaks And Troughs", RADIOHEAD의 [OK Computer]가 연상되는 인트로가 담긴 세번째 트랙 "I Keep It Composed" 등 [Unravelling]에 수록된 대부분의 곡들이 데뷔 앨범과 라이브 앨범에서의 'raw'한 열정/에너지와 상당히 동떨어진 어감으로써 다가온다. 포스트록스러운 그루브(?)를 타는 드러밍과 함께 어쿠스틱/클린톤 기타에 의한 미드템포 몽환경 드라마가 그려진 열번째 트랙 "Peace Of Mind"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나듯, [Unravelling]는 MOGWAI풍 포스트록의 느낌으로 앨범 전체를 스케치하려는 의도가 굉장히 강하게 반영된 작품인 것. 물론 다크하게 조성되는 마이너풍 기타리프와 부지런하게 질러대는 드럼-베이스 리듬 유닛의 '변함없는' 모습 덕택에 전반적으로는 꽤나 그럴싸한 소프트록 무드가 흔들림없이 일관적으로 연출되고는 있지만, 센터피스 "Night Terror"나 클로징 트랙 "Ricochet"처럼 '흐느적대는 포스트펑크 리듬'과 '발라드 감성'이 완전히 중첩된 '이도저도 아닌' 평타 트랙들까지 앨범의 중요 대목에서 듣는이의 귀를 극도로 따분하게 만드는 등 앨범 안에서 골고루 보여지는 이런저런 스타일 변화들은 분명 예상 밖이다.

[Unravelling]은, 탁하고 다크한 감성은 그대로 살리되 속도/파워/에너지/타이트함을 줄이고 그 공간에 포스트록 드라마 각본을 집어넣어 '포스트펑크리바이벌群(군)' 소속 밴드로서 이번 작품에서 부딪칠지도 모를 매너리즘의 위험을 피해가고자 한 '과도기 작품'으로 보인다. 물론 '포스트펑크 리바이벌 스타들의 연쇄몰락 대열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반영된 앨범', 'FOALS의 [Holy Fire]처럼 포스트펑크 밴드로서 새로운 방향성 구현을 위해 첫 시동을 건 앨범' 등으로 의미부여 할만은 하지만 그동안 축적된 W.W.P.J.의 이름값에 합당한 완성도에 이른 작품은 결코 아닌 것이다. 뭔가 꽉찬 느낌은 있으나, 그 꽉찬 느낌을 '포스트록'이라는 히든카드로써 최종적으로 먹이는 임팩트는 미약한 앨범.


RATING: 63/100

written by BK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