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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op Albums of 2013: Honorable Mentions (part 4)


프렌치 일렉트로하우스 거목 다프트펑크(DAFT PUNK)와 저스티스(JUSTICE)를 뻔뻔스러울 정도로 '대놓고' 벤치마킹한 앨범 [Revolution]의 주인공 UPPERMOST에 대해 그다지 알려진 바는 없다. 하지만 놀랍게도  'Behdad Nejatbakhshe'라는 어려운 아랍계 본명을 가지고 있는 이 프랑스 파리 출신 DJ는 지난 3년 동안 무려 다섯 장의 정규앨범을 내놓았으며(ㅎㄷㄷ) 본작 [Revolution]은 이미 그의 통산 다섯번째 풀렝쓰앨범이라 한다.... [Revolution]은 서두에 언급했다시피 다펑/저스티스/에드뱅거의 유산을 손쉽게 갈취하고 철저하게 난도질한 작품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Revolution]은 다펑/저스티스 짝퉁으로 쉽게 내리깔만큼 물컹한 '아이덴티티 제로' 작품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철지난 더펑/저스티스 펑키 클래식 버젼을 '덥스텦 시대'에 맞게 대폭 업그레이드시킨 신개념 프렌치 일렉트로하우스 버젼이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할 듯. 일단 다양한 형태의 슬래핑 텍스쳐로써 섬세하게 짜여진 [Revolution] 속 베이스 패턴들이 무엇보다 놀라운데, 여기에 귀를 끊임없이 자극하는 신쓰베이스와 서로 만나 합동으로 창출하는 저렴 훵크(funk)베이스 리듬의 폭발적인 대향연에서 우리는 다펑/저스티스의 리즈시절 때보다 훨씬 역동적이고도 트렌디한 'UPPERMOST산' 훵키그루브를 쉴새 없이 감지하게 된다. 이는 UK 베이스/덥스텦/스크릴렉스의 억양 큰 베이스 소리에 동화된 귀를 가진 신세대 음악팬들의 구미를 충족시키는 데 아주 '바람직한' 어프로치일 것이다. 덥스텦의 아우라를 등에 업은 채 뻔뻔스러울 정도로 가해지는 [Revolution]의 무한 훵크그루브 속에서 연속적으로 터져나오는 상쾌한 펀치감과 뒷끝없는 에너지에는 일렉음악에 무지한 남녀노소 누구라도 공감할만한 테크노 본연의 '퀄리티'가 풍부하게 존재하는데, 다펑/저스티스의 유산을 트렌드 스타일로 변형시켜 요즘 리스너들의 취향을 십분 충족시킬 만한 중독성 매터리얼로 뽑아낸 점은 이번 [Revolution] 앨범을 통해 UPPERMOST가 거둔 가장 빛나는 성과일 것이다. 아무런 생각 없이 들을 만한 일렉음반 중 으뜸이라고 한다면 대충 적절한 비유가 아닐지? ㅋㅋ 
  GUN OUTFIT [Hard Coming Down]


"lau blues"
인디음악의 영세성 속에서 터트려낸 컬트 명작이 간만에 하나 나왔다. 90년대 인디 베드룸 사운드의 '엽기적인 추억'을 불러일으키는(아, 이 앨범은 스튜디오에서 녹음되었긴 하다) [Hard Coming Down]이 바로 그것. 이 작품의 주인공은 혼성 인디록 트리오 GUN OUTFIT으로, 이들은 90년대 미국 인디록 부흥운동의 중심축 중 하나였던 K 레코드(K Records)의 근거지인 미국 워싱턴주 올림피아 출신이다. 하지만 '가까운 제 눈썹 못 본다'라는 속담처럼, K 레코드의 주인장 캘빈 존슨(Calvin Johnson: 올림피아 출신 인디록 전설 BEAT HAPPENING의 리더)은 어찌된 영문인지 'BEAT HAPPENING의 올림피아 후배'로서 전혀 손색이 없는 컬트적 인디풍모와 음악성을 겸비한 GUN OUTFIT을 줄곧 외면해왔는데, 이번 새앨범 역시 K 레코드가 아닌 LA의 소규모 인디레이블 PPM(내한공연으로 국내에서도 나름 저명해진 NO AGE의 딘 앨런 스펀드가 이 레이블의 주인장임)에서 발매된 탓에 두 장의 전작 LP 앨범 [Dim Light (2009)], [Possession Sound (2010)]와 마찬가지로 미디어에게 철저하게 외면받았다(그래도 이전 앨범들을 모두 스킵했었던 피폭께서 이번 앨범만큼은 고점수와 함께 호의적인 리뷰를 올리셨다). [Hard Coming Down]는 한마디로 말해 90년대 로파이 인디록 음악에 들을 수 있는 모든 서브장르 텍스쳐들이 정신없이 등장한다. MAZZY STAR풍의 싸이키델릭팝과 밥 딜런(Bob Dylan)풍의 포크가 슬로코어/포스트록풍 템포로 처연하게 흘러가다가 별안간 제이 마시스(J Mascis: DINOSAUR JR. 리더)/펑크풍의 업템포 기타록이 펼쳐지는 트랙으로 전환되곤 하는데(또한 오프닝 "Flyin Low, Maria"처럼 동일 트랙 안에서조차 스타일이동이 변화무쌍하게 일어나곤 한다), GUN OUTFIT 사운드소스의 핵심인 기타플레이 자체도 다소 어수룩하게 들리는 듯 하지만 블루스, 싸이키델릭, 포크, 재즈, 가스펠, 트위/쟁글, 쓰리코드펑크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뻑뻑하고 답답하기 그지없는 로파이 레코딩 공간을 다채롭게 채워나가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해준다. 하지만 이러한 저예산 잡탕 퍼레이드는 소시민들의 우울한 일상과 허무한 심정들을 묵뚝뚝하게 담아낸 [Hard Coming Down]식 염세주의 테마/사운스스케잎에 하나되어 일관적인 울림으로써 리스너의 귀와 마음을 시종일관 파고든다. 조악한 커버아트웍(모델+사진해상도+폰트)와 어수선한 레코딩퀄리티를 초월하여 타이트함(연주)과 뭉클함(삘)으로 앨범을 가득 채운 2013년 최고의 인디록 명작 중 하나.            


"azamane tiliade"
그분이 할리에 몸을 싣고 사하라 사막의 거친 모래바람을 가로지르며 돌아오셨다. 바로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 봄비노(Bombino)가 대망의 3집 정규앨범 [Nomad]를 들고 우리 곁으로 돌아온 것. 월드뮤직계에서 거성급 명성을 쌓아오고 있는 봄횽은 1980년 서아프리카 니제르(Niger)에서 태어나 사하라 사막의 유목민족 투아레그(Tuareg) 부족들과 함께 유목민 생활을 실제로 한 범상치 않은 유년기를 보낸 분이다. 그러던 중 1990년 투아레그족 반란이 일어나면서 가족들과 함께 알제리로 피신했는데 그 와중에 친척을 통해 우연히 기타를 처음 접하고 곧바로 기타연주를 독학하게 된다. 이후 그는 같은 투아레그족 기타리스트 하자비비(Haja Bebe)을 만나 기타연주를 체계적으로 지도받는데, 지도과정에서 봄횽의 천부적 재질을 알아본 하자횽이 봄횽에게 이태리어로 '어린아이'인 'Bombino'라는 닉네임까지 지어주며 자신의 밴드에 합류할 것을 제의하기에 이른다. 알제리와 리비아 등지에서 뮤지션과 유목민 투잡을 뛰며 분주하게 활동하던 봄횽은 1997년 척박한 고향 니제르로 다시 돌아와 진정한 음악인이 되기 위해 '도인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게 되고 가난을 벚삼아 인고의 나날을 보낸 끝에 마침내 아프리카 기타 거장으로 오늘날 우뚝 솟게 된 것이다. 사막의 모래바람을 연상시키듯 지글지글거리는 기타리프와 서부아프리카 음악 특유의 묘한 음색으로 사막쏘울을 뿜어주는 봄비노. [Nomad]에서 처절하게 내뿜는 봄횽의 보컬은, 솔직히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지만 왠지 투아레그 유목민족의 희노애락을 담아 노래하는 것 같은 진정성과 리얼리티가 가슴깊이 전해지며,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지미핸드릭스횽의 광팬답게 아프리카사막의 소리로 넘쳐나는 그의 기타리프에서는 60년대 서양 사이키델릭록의 향기까지 더불어 맡을 수 있는 묘미도 있다. 기타줄 긁는것 같은 소리로 시작하여 경쾌한 리듬으로 함께 달리는 #1 "Amidinine"과 아프리카리듬에 락엔롤비트가 합쳐져 신나게 춤추는 듯한 #3 "Azamane Tiliade"는 필자의 페버곡들인데 이 두 곡을 들으면 항상 나 자신이 이 세상의 모든 시름을 잠시 뒤로한 채 사막에서 그와 함께 춤판을 벌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든다. 이외에도 무언가 슬픈듯이 한이 서려있는 분위기(필자는 뜬금없이 "고추잠자리"가 떠올랐다)와 함께 재즈에서나 나올법한 비브라폰(아마도…?)사운드가 생뚱맞지 않게 아주 잘 어우러지는 #4 "Imuhar", 마치 "이리와, 이리와라" 하는 것처럼 들리는 듯 사뿐하며 정겨운 분위기가 연출된 #8 "Imidiwan", 사막로큰롤 음악에서 사용하지 않는 키보드 사운드를 투입함으로써 한층 더 사이키델릭한 사운드가 연출된 #10 "Zigzan", 전자키보드사운드와 함께 블루스 풍의 낙천 천진함(?)을 들려주는 #11 "Tamiditine" 등등 마치 반항과 저항정신으로 우정(?)을 키우며 오늘날에 이른 로큰롤의 생존력처럼 시대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그 곳에서 살아남으며 한 줄기 시원한 물과 함께 음악이란 꽃을 피워낸  '사막의 정원사' 봄횽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곡들로 알알이 들어차 있다. 거두절미하고, 일단 당장 오늘밤 헤드폰을 꼽고 [Nomad]로 봄횽과 함께 저 먼 사하라 사막으로 맛보기 여행을 한번 떠나 보는 건 어떨까.
CLOUDS [Ghost Systems Rave]


"uiqwenmokdan"
캘럼 맥클라우드(Calum Macleod)와 리엄 로버트슨(Liam Robertson)으로 구성된 스코틀랜드 출신의 테크노 듀오 CLOUDS는 클럽에서 리믹스 디제잉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자신들이 직접 창조해낸 오리지널 믹스 트랙들을 앨범에 담아 대량 살포하는 데 더 치중하는 명실상부 '프로듀싱' 집단이다. 지난 수년간 이들은 온라인과 클럽 두 영역 모두에서 괄목할만 족적을 남겨왔는데, 특히 캐나다 몬트리올의 일렉트로닉 레이블 Turbo Recordings에서 조용히(?) 발매된 [Matter (2011)]나 [Optic (2012)] 등 초기 EP 작품들은 온라인 미니멀테크노 매니어들로부터 이미 적지 않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이 싱글/EP/미니앨범들을 통해 그동안 보여줬던 다재다능한 면모는 역설적으로 '아이덴티티가 다소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즉, 사운드소스들을 거칠고 투박하게 잘라붙여 브레이크비트, 애시드하우스에서부터 미니멀테크노, IDM, 덥스텦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비주류(폴밴다잌형 트랜스나 데이빗궤타형 일렉트로하우스를 주류로 간주할 때) 일렉장르들을 클럽스타일에 합당한 난이도로 뽑아내는 이들의 능력은 언제나 비범해 보였지만, 풀렝스 작품의 부재 때문인지 'CLOUDS의 음악은 바로 이런 것이다!'라고 말할만한 확실성의 여지는 매번 애매하게 남겨두어왔던 것. 하지만 이들은 지난 2013년 7월 드디어 발매된 데뷔 풀렝쓰 앨범 [Ghost Systems Rave] 한방으로 비로소 '아이덴티티'에 대한 의문부호를 완전히 떨쳐버리는 데 성공한다. 이 앨범은 한마디로 말해 90년대 초-중반 UK-벨기에-네덜란드-독일 언더그라운드 테크노클럽을 주름잡았던 언더그라운드 레이브 사운드의 그 다크하면서도 다이내믹한 풍미를 현대식으로 훌륭하게 재생산해낸 작품이다. 80년대 뉴비트(New Beat)에 이어 90년대 테크노 트렌드를 선도했던 레이브(Rave)의 서브장르들이었던 하드코어(강렬한 에너지),  디트로이트 테크노(스트레이트한 리듬), 덥(거친 질감의 킥드럼/비트), 인더스트리얼(걸쇠/기계 마찰음 추임새) 등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복고적인 질감에 어울리는 필터링까지 일관적으로 가함으로써 앨범의 전체적 기운을 90년대 당시 유럽 언더그라운드 테크노 클럽의 라이브 앨범의 그 다크하면서도 역동적인 분위기 속으로 완벽하게 유도해낸다. 하지만 이들은 중간중간에 UK 베이스 스타일의 헤비한 변칙 비트들을 유효적절하게 배치함으로써 90년대 언더클럽테크노씬을 단순한 '복고풍의 회귀'가 아닌 복고일렉(테크노/레이브)와 현대일렉(덥스텦) '퓨전의 장'으로써 창조적으로 이용해내는 데에도 성공을 거둔다. 즉, 전체적인 문맥상으로는 복고풍을 노골적으로 표방하면서도 트렌드와 실험성까지 동시에 잡아낸 작품이 바로 이 앨범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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