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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S

The Top 30 Albums of 2013: #25 - #21




"catchin' the vibe"
25
QUASIMOTO
YESSIR, WHATEVER
(stones throw)
개미핥기를 닮은 매드립(Madlib)횽의 또다른 자아 콰지모토(Quasimoto, a.k.a. Lord Quas)가 2013년 세번째 풀렝쓰 앨범 [Yessir Whatever]와 함께 오랜만에 우리들 곁으로 다가왔다. 이것저것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꾸준히 선보이는 매드립횽이기에 공백이 큰 뮤지션은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콰지모토로만 따지자면 2005년 발표한 [The Further Adventures of Lord Quas] 이후 8년만에 다가온 단비와도 같은 앨범인 것이다. 총 12트랙으로 구성된 [Yessir Whatever]는, 콰지횽이 그간 선보이지 않았던 미공개(unreleased) 트랙들과 과거 몇 장 찍지 않았던 본인의 레어(rare) 음반들에서 추출된 곡들을 추려서 만들어진 앨범이기에, 외관상으론 정규앨범처럼 수록곡들이 서로 잘 어우러져 있지만 사실상 컴필레이션에 가까운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만든 '신곡'들이 아니라서 약간 90년대 삘이 나기도 하는 이 앨범은, 정통 힙합 사운드를 보여주는 듯 하면서도 매드립횽만이 부릴 수 있을 것만 같은 'odd한' 명불허전 매드립 사운드(Madlib Sound)의 진수를 지대로 들려준다. 역대적으로 '매드립횽 앨범들은 왠만하면 나쁘지 않다'는 법칙이 정설이니, 매드립횽 팬이라면 더없이 만족스럽게 다가올 앨범. 여담이지만, 지난 2013년 5월, 매드립횽이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엔젤레스에서 돌쌓기 공사로 LA 시장에게서 표창장을 받는 아주 재밌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이유인 즉, 그가 항상 손에 빨간 벽돌을 웃긴 듯하면서도 살벌하게 들고 다니기 때문이라고 하니, 배꼽 잡을(?) 일이 아닐 수 없다.


"astray"
24
BILAL
A LOVE SURREAL
(
eOne)


"night walk"
23
DIRTY BEACHES
DRIFTERS / LOVE IS THE DEVIL
(
zoo music)
'DIRTY BEACHES'의 알렉스장헝타이(Alex Zhang Hungtai)가 새로이 선보인 더블앨범 [Drifters / Love Is The Devil]은 전작 [Badlands]보다 훨씬 더 깊은 치유불가성 폐쇄적 자아들로 넘실댄다. 빛이 없는 밤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별이 빛나는 밤'을 그려가다 끝내 사멸했던 고흐의 일생처럼, 헝타이 역시 '밤'과 '어둠'이란 공포적 존재들을 터프가이적 허세로써 이겨내기 위해 몸부림치다 종국에 자살적인 결말을 맞는 영화적 궤적을 이 더블앨범 안에서 1막 [Drifter]와 2막 [Love Is The Devil]을 통해 완벽하게 그려낸다. 1막 [Drifters]에서는 터프한 [Badlands]식 로커빌리(rockabilly)와 호전적인 SUICIDE식 펑크일렉트로(punk electro)로써 '역시 더티비치스야!'라는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말론 브란도(Marlon Brondo)급 마초리즘이 한껏 과시된다. 물론 '로커빌리의 생명'인 기타리프의 사용빈도는 전작보다 현격히 줄어들긴 했지만, 볼륨감 넘치는 베이스라인과 음산한 기운의 신쓰/오르간 리프들이 조악한 로파이 음질과 맞물리면서 먼지와 떨연기로 자욱한 (+그리고 곰팡이 스멜까지) 언더그라운드 록클럽의 절망적인 기운을 아주 '더티비치스스럽게' 표현해낸다. 2막 [Love Is The Devil]에서는 '충격적인' 신씨사이저 광시곡들이 도사리고 있다. 아방가르드(avant-garde)계열 실험음악(experimental music)에 다크웨이브(dark wave)적 요소가 살짝 첨가된 2막에서는 그동안 담배+기타+가죽재킷 이면에 꼭꼭 숨겨왔던 헝타이의 능숙한 모듈라 신씨사이저 감각을 질퍽한 농도로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금방이라도 리볼버 총구를 머리에 대고 자살할 것만 같은 비감한 기운들을 신들린 듯이 내뿜다가 마지막 트랙 "Berlin"에 이르러 빔 밴더스(Wim Wenders)의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 의 최후처럼 밤, 어둠, 우울함 등 모든 네거티브 심상들을 조용히 내려놓으며 자신의 신씨사이저 광시곡 퍼레이드를 허탈하게 끝맺는다. 비공식 정보에 의하면 헝타이는 SUICIDE나 엘비스 프레슬리보다 같은 퀘벡 출신 70년대 프렌치 프로그록 밴드 펠로퀘-소바고(PELOQUIN-SAUVAGEAU)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고 전해지는데(특히 읊조리는 듯한 보컬 스타일이 너무 닮음), [Drifters / Love Is The Devil]처럼 몽환적이면서도 미니멀하게 로커빌리와 아방가르드 사이를 넘나드는 프랑스풍 록스타일에 관심있는 분들에겐 펠로퀘-소바고를 참고삼아 꼭 들어보라고 권하는 바이다.


"SLVRBBL"
22
SHXCXCHCXSH
STRGTHS
(
avian)
어떻게 발음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트랙과 앨범 타이틀을 붙이기로 유명한 SHXCXCHCXSH(애초에 팀명부터 거의 멘붕수준)는 스웨덴 출신이라는 것 이외에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는 일렉트로닉 듀오다. 언더그라운드 클럽에서 간간히 손발을 맞춰오던 이들은 5곡짜리 EP  [Rrrrgrrgrrr]을 발표했던 지난 2012년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인터넷을 통해 무료 다운로드 mp3가 공개되기도 했던 [Rrrrgrrgrrr]는 제프 밀스(Jeff Mills)의 라이브 음악을 듣는 듯한 즉흥적이면서도 창의적인 변종 디트로이트 테크노 비트가 아주 일품이었는데, 특히 피치업된 킥드럼과 탐탐이 찍어내는 파워 그루브는, 올드스쿨 시절의 언더그라운드 레이브와 하드코어 테크노의 데쟈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원초적인 파괴력과 터프한 에너지를 거침없이 뽐냈었다. 이처럼 [Rrrrgrrgrrr]는 역동적인 파워 비트를 자랑하는 명실상부 정통 4/4 테크노 앨범이지만, 댄스삘이 확실하게 동반된 파워 그루브 속에서 스물스물 흘러나오는 폐쇄공포성 아이러니는 어쩌면 앞으로 SHXCXCHCXSH의 강력한 트레이드마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단박에 들 만큼 이상야릇오묘한 임팩트가 있었다. 그리고 지난 2013년 드디어 공개된 첫번째 풀렝쓰 앨범 [STRNGTHS]를 통해 이들은, [Rrrrgrrgrrr] 시절 폐쇄적인 네거티브 무드와 4/4 댄스비트의 포지티브 무드간의 교배를 통해 얻어낸 아이러니한 그루브를 실험적 스타일로 한층 끌어올려 4/4 파워 비트와 댄스 그루브가 신경질적/정신분열적으로 넘실대는 엽기 익스페리멘탈 테크노 음악을 비로소 완성시켜낸다. 이들은 베리얼(Burial), 앤디 스톳(Andy Stott) 등의 익스페리멘탈리스트들과 같은 선상에 서있고자 하면서도, 댄서블 일렉 프로듀서 출신답게 '댄스 그루브'에 대한 애정(혹은 집착) 역시 자신들의 실험적 프레임웍 안에서 동시에 적극적으로 드러내어 주기에,  [STRNGTHS]는 리스너의 취향을 불문하고 듣는 재미만큼은 여러모로 아주 쏠쏠한 아이템이 될 것이다.   


"collider"
21
JON HOPKINS
IMMUNITY
(
matador)
클럽친화적인 4/4 비트의 펀더멘탈을 엄수하는 정통 일렉트로닉 음악계에서도 AUTECHRE나 APHEX TWIN 같이 '예술가'의 칭호를 받을만한 크레이티브 능력자들을 90년대 이후부터 계속 꾸준히 배출해오고 있다. 반면에 요즘 유행중인 힙스터풍 하이브리드 어프로치, 포스트모던 일렉트로닉 음악 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경직된 시선을 갖고 있는 듯한데, 어쨌든 4/4 비트의 규칙성을 준수하는 것은 '클럽용 그루브'가 필수적인 정통 일렉트로닉 음악의 기본 자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앞으로도 정통 일렉트로닉 음악의 '존재 이유'는 클럽/디스코텍이 없어지는 그날까지 영원히 성립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잉글랜드 서리(Surrey) 출신 프로듀서 존 홉킨스(Jon Hopkins)의 데뷔 풀렝쓰 앨범  [Immunity]는 정통 일렉트로닉 음악의 창작력(creativity)이 결코 현대/컨템포러리/포스트모던 일렉트로닉 음악의 변칙미학에 절대 뒤지지 않음을 당당히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작품이다. 지난 시절 BOARD OF CANADA의 다운템포 테크노와 APHEX TWIN/AUTECHRE의 앰비언트 테크노가 가져다줬던 영광들을 다시 추억하게끔 만드는 '장인' 존 홉킨스의 진중하면서도 섬세한 터치들은, '스튜디오베드룸', '디지털아날로그', '기계사운드연주사운드(그는 훌륭한 프로 건반연주자이기도 하다)'를 넘나들며 정통 일렉트로닉 문맥 안에서 기계미(차가움)와 인간미(따뜻함)가 최대한 공평하게 분배된 음악을 구사하려는 그의 의지가 아주 잘 반영되어 있다. 일렉트로닉 음악의 정통성을 유지하면서도, 로렐 헤일로, 앤디 스톳 같은 현대 일렉트로닉 음악이나 윌리엄 바신스키(William Basinski), 막스 리히터(Max Richter) 같은 아방가르드/현대클래식 작곡 음악의 '열린' 실험적 제스처까지 융통성 있게 겸비한 [Immunity]야말로 2014년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정통 일렉트로닉 음악이 앞으로 전개해 나갈 미래의 청사진을 가장 바람직하게 제시해주는 작품이라고 평할 수 있겠다.   
30-26   25-21   20-16   15-11   10-6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