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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op Albums of 2013: Honorable Mentions (part 2)




"last of the summer wine"
런던 인디록 쿼텟 PALMA VIOLETS의 데뷔앨범 [180]은 NME형 UK 밴드의 앨범답게(ㅈㅅ) 거장의 필수조건인 '결정적인 한방'을 끝끝내 터트리지 못한 채 작업을 매듭지은 듯한 아쉬움을 남기는 작품이다. 더군다나 이 밴드에 소속되어 있는 기타리스트, 베이시스트, 드러머, 보컬리스트... 이들 네 명이 앨범에서 보여준 록음악 연주자로서의 능력치는 여기서 시간을 쪼개어 구구절절이 언급할 필요도 별로 없어 보이는 그런 수준인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엉성한' 이들이 자아내는 개러지록, 펑크, 로큰롤의 에너지에는 그동안 NME에서 줄창 치켜세우던 수많은 클리쉐 UK 밴드들의 엉터리 로큰롤과는 일면 달라보이는 인디적 순수함과 낭만적 풍모가 제법 리얼하게 담겨 있다. 즉, 이들은 자신들의 '허접한' 연주력을 깊이 인지하면서도 'NME 호위밴드'답지 않게 프로듀싱 기름칠을 마다하고(더빙 기믹 없이 스트레이트한 로파이 녹음방식을 택함) 극도로 겸허한 자세로써 연주에 임한 끝에 완전 착실한 형태의 '레알 UK표' 빈티지 로큰롤 앨범을 만들어내는 '예상밖의 수확'을 거둔 것. 이들이 집중력 있게 담아낸 로큰롤 연주에서는 정확히 <70년대 말~80년대 초> 영국 선술집에서 흔히 접했을 법한 언더그라운드형 <빈티지 개러지> 무드가 지배적으로 풍겨나지만, 그럼에도 60년대 싸이키델릭과 클래식록(ANIMALS, DOORS, VELVET UNDERGROUND)에서부터 7-80년대 펑크록(CLASH, ECHO & THE BUNNYMEN, JOY DIVISION, JESUS & MARY CHAIN), 90-2000년대 브릿팝(OASIS, LIBERTINES, BRITISH SEA POWER) 등의 기운들까지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180]의 복고적 잔상은 <70년대 말~80년대 초> 혹은 <빈티지 개러지>라고 단순하게 선을 그어 말할 수 없을 만큼 그 스펙트럼이 의외로 상당히 넓다. 특히 로파이 음향의 희뿌연 대기 속에서 몽롱한 클래식 분위기를 멋지게 자아내는 해먼드 올갠 선율(이것 역시 굉장히 단순한 선율이다)은 이 앨범에 빈티지 효과를 연출함에 있어서 아주 간단하면서도 유효적절한 '신의 한 수'로 느껴질 정도로 그 존재감이 [180]에서 단연 돋보인다. 영국 음악 특유의 야리꾸리한 선율에 알러지가 있는 리스너들에겐 영국식 로큰롤 선율들로 시종일관 넘쳐나는 [180]이 단연 '올해 가장 기피하고픈 앨범'으로 여겨지겠지만, 역으로 생각한다면 70년대말~80년대초 대처리즘의 암울한 흑역사 시절 즐비했던 영국 선술집들의 그 꼬질한 곰팡이 냄새를 개러지 로큰롤 삘로써 가장 맛깔나게 재현해낸 앨범이 바로 이 앨범이기도 하다.    
RAS G [Back on the Planet]


"_g spot connection"
외계 깐따삐아 행성과 같은 그 곳에서 그 분이 돌아오셨다. 바로 인스트루멘탈 뮤지션 겸 디제이 Ras G께서 [Back on the Planet]이란 8번째 정규 앨범과 함께 우리들 곁인 지구별로 돌아오신 것. Gregory Shorter, Jr.란 본명을 갖고 있는 그는 엘에이 인디레이블 Brainfeeder와 자신이 공동설립한 Poo­Bah 레코드에 소속되어 있는 아방가르드 뮤지션으로서, 동종업계에서 이미 좀 더 유명한 거물 뮤지션이자 브레인피더 레코드사 사장님 플라잉로(Flying Lotus)에게 픽업되어 그곳으로 들어가게 된 이후 자신의 이름을 서서히 알려나가고 있다. 참고로 브레인피더 사단은 KEFKRIT에서도 소개되었던 명 베이시스트 썬더캣, '자랑스런 한국인' 여성 일렉트로닉 디제이 겸 프로듀서 토끼몬스타, 똘끼 충만했던 재즈 피아니스트 오스틴 페랄타 등 실력파 실험 뮤지션들을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끌어들여 엘에이 아방가르드 씬에서 한껏 주가를 올리고 있는데, 라스횽은 '전위예술' 을 하는 브레인피더 뮤지션들 중 스타일적으로 가장 골로 가신 분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물론 '골로 감'의 차이를 굳이 따지자면, 라떼와 카푸치노 정도의 차이라고 생각되지만). 미국 LA의 South Central에서 태어난 라스횽은 턴테이블을 잡고 판을 돌리는 디제이로서 음악을 처음 시작했고 이후 사촌이 소개해준 샘플러에 깊이 매료되어 프로듀싱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라스횽의 음악은 힙합과 펑크(funk)는 물론, 프리재즈(free jazz)룰 연상시키는 자유스러우며 전위적인 구성의 사운드를 포괄적으로 들려주는 걸로 정평이 나 있다. 이번 앨범 [Back on the Planet](즉 '다시 지구별로 돌아왔다' 라는 뜻 정도로 해석될 수 있겠다) 음악을 들어보면 아직 지구에 제대로 도착을 못하신 게 분명한 라스횽 음악 특유의 '골로 간 듯한 느낌'으로 여전히 충만해 있다. 자신의 얼굴을 박아놓은 스핑크스가 떡하니 있는 앨범 자켓 그림을 자세히 보면 깨알같이 지구같은 푸른 행성도 볼 수 있으니... 분명 'back'은 외치시되 지구별로 아직 돌아오진 못하신 듯... 나레이션보컬과 신스, 그리고 퍼커션등의 소리들이 어우러진 #1 "Back on the Planet", 손벽박수 소리와 신스소리 등이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이끌어주는 #3 "CosMc Lounge Kisses", 아프리카 느낌의 퍼커션과 리드, 보컬 샘플들이 좀 더 비장한 분위기로 인도해주는 #4 "Along the Way…" 힙합처럼 좀 더 강렬한 비트를 들려주는 #7 "One 4 Kutmah" 등 사이키델릭한 신스소리와 여러가지 정체불명의 사운드들, 그리고 묵직한 힙합 비트 등이 괴상하게 퓨전되어 라스횽 특유의 외계스럽고 골로 간 듯한 실험주의 음악으로 모두 궤도이탈해버린 것이다. [Back On The Planet]은 보컬이나 멜로디 등이 주가 되어 전해주는 인간적인 감성(?)의 보통 앨범들과는 거리가 아주 먼 작품이지만, 라스횽이 셋팅해준 이 외계스러운 분위기는 썬라(Sun Ra)선생님이 아니고서야 감히 섯불리 대적할 수 없는 포스일 것이다. 괴물같은 소리들로써 전해주는 라스횽만의 감미로움이 누군가에게는 바로 '내 귀에 캔디'가 될 수도 있을테니 혹시 일상탈출도 모자라 지구탈출을 갈망하고 계신 분들에게 이 앨범을 조심스럽게 추천하고자 한다.
DAWN OF MIDI [Dysnomia]


"algol"
뉴욕 브루클린 출신 어쿠스틱 '재즈' 트리오 DAWN OF MIDI의 두번째 앨범 [Dysnomia]는 록, 일렉트로닉, 앰비언트, 아방가르드, 월드뮤직, 컨템포러리 클래식 등의 광범위한 장르들이 재즈의 기본요소인 폴리리듬과 즉흥성에 의해 완벽하게 퓨전+미니멀화된, 경이로운 완성도를 갖춘 '어쿠스틱(!!!)' 앙상블 앨범이다. 오른손으로는 건반을 쳐서 재즈 트리오의 핵심인 피아노 멜로디를 기본적으로 만들고 왼손으로는 피아노 뚜껑 안에 내장된 해머와 현을 때리거나 뮤트시켜 진동과 공명음을 얻어내는데, 앨범 내내 고집스럽게 유지되는 이 상호이질적 피아노 음색은 스티브 라이히(Steve Reich)식 미니멀리즘 피아노 작품의 그것과 오묘하게 맞닫으면서 밴드의 전체적 음악 캐릭터가 재즈를 넘어 컨템포러리 클래식 혹은 아방가르드/익스페리멘탈 음악의 영역에까지 미치는 데 결정적인 키가 되어 준다. 그러면서도 이 피아노 음색이 섬세함과 예민함의 극치를 달리는 어쿠스틱 베이스리프, 드럼/퍼커션 비트와 어우러져 환상적인 폴리리듬 그루브와 훅을 창출할 때에는, 록의 다이내믹함 속에서 재즈적 실험성을 탐구하는 포스트록(post-rock)이나 수학적인 규칙성/복잡성을 록연주를 통해 구현하는 매쓰록(math-rock) 등의 장르과도 일맥상통하는 면(특히 과거 Thrill Jockey/Drag City 레이블 소속 록밴드들의 음악스타일과 꽤 흡사하다)이 있어 보인다. 재즈 밴드로서 가장 고전적인 기본포맷인 어쿠스틱 트리오 체제를 소박+단촐하게 구축하고 있으면서도 미니멀리즘 음악같은 실험적인 구성과 텍스쳐, 그리고 록이나 테크노같은 기계적인 운동감과 규칙성 등이 다양하게 넘실대는 흥미만점 인스트루멘탈 재즈 앨범을 만들어냈다는 사실만으로도 DAWN OF MIDI의 이번 성과는 가히 칭찬 받아 마땅하다.  
DISCLOSURE [Settle]


"stimulation"
잉글랜드 서리 출신의 형제 일렉트로닉 듀오 DISCLOSURE는 이미 4년전(형제 모두 십대이던 시절!!!) DIY 제작된 덥스텦 데모음원들이 마이스페이스에서 히트를 치며 일찌감치 스타덤에 오른 바 있다. 이후 인디레이블 Moshi Moshi, Groco-Roman 등에서 연이어 발표한 EP와 7인치 싱글들 역시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으며 초대박 거물신인의 등장을 재차 예고했고, 드디어 2013년 만인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들의 첫번째 풀렝쓰 스튜디오 앨범이 'Settle' 이라는 이름을 달고 비로소 공개된 것이다. Moshi Moshi 레이블 계약과 동시에 내놓았던 첫번째 오프라인 싱글 [Offline Dexterity (2010): 1-2]에서 보여줬던 덥스텦 스타일의 텐션(격렬한 싱코페이션 리듬과 튀틀린 신쓰라인 등등)을 기억하는 리스너들 모두가 팝감수성으로 유화된 [Settle]의 뎁스텦 변칙본능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이지만, 적어도 '하우스팝(house-pop)' 이라는 변화된 카테고리 안에서 이들이 능글맞게 구사해내는 퓨전 감각과 상업적 훅들은 이들의 짧은 경력과 나이를 감안할 때 혀를 내누를만한 수준이라는 점에는 감히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80년대 소울과 알앤비팝, 다운타운 부기훵크 등의 흑인음악 보컬 샘플링을 과감하게 전면에 내세워 팝적 어필을 하는 [Settle]의 외형적 장르는 시카고하우스 혹은 딮하우스(deep house)에 얼핏 가까워 보이는 듯 하지만, '태생적 덥스테퍼'답게 로렌스 형제가 미니멀한 레이어로 찍어내려간 변칙적 비트패턴과 묵직한 베이스라인은 구닥다리 딮하우스 음악'따위'에서 결코 접할 수 없는 트렌디함과 변화무쌍함을 매 트랙마다 번득인다. 결국 [Settle]은 어느 특정 장르에 치우치지 않고 복고와 현대, 올드스쿨 일렉과 뉴스쿨 일렉의 트렌드 엑기스를 모두 공존시킨 한편의 '토탈 음악' 형태를 띄며 그 '퓨전'의 수준 역시 골수 서브장르 매니어와 막귀 팝 리스너 모두의 구미를 편견없이 충족시킬 수 있을만큼 범대중적인 고퀄 완성도를 더불어 보여주는 알짜배기 앨범이다. 흑인음악과 일렉음악에 관한 이들의 깊고 폭넓은 내공과 이해도는 초짜배기 그룹(동생 하워드는 아직 만 19살!)이라는 사실이 전혀 믿기지 않을 정도인데, 적어도 사춘기 시절 거지같은 사랑타령-이별타령 가요들과 하루하루 힘겹게 살았던 필자로선 어린 시절부터 풍족하게 누렸던 그들의 음악적 환경들이 그저 부럽게만 느껴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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