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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op Albums of 2011: Honorable Mentions (part 4)


 STEVE HAUSCHILDT [Tragedy & Geometry]


"Too Short A Season"
뉴에이지적 감성과 아방가르드적 어프로치들을 거친 인디 스타일로 신씨사이즈화시켜내는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출신의 앰비언트 트리오 EMERALDS는, Mego 소속의 전형적인 아방가르드 지향 그룹임에도 왠지 Kranky 레이블 소속 아방가르드 그룹들을 보는 듯한 인디록 밴드적인 면모가 은근히 짙은데(리더 존 엘리엇이 기타를 짊어지고 연주하는 라이브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EMERALDS의 구성원 중 가장 조용한 멤버였던 스티브 하우쉴트(Steve Hauschildt)가 별안간 EMERALDS와 가장 '이상적인 궁합'일 것 같았던  Kranky 레이블과 단독 계약하고 올해 자신의 첫번째 정규 솔로 앨범 [Tragedy & Geometry]을 발표하며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예상대로 비트가 거의 소거되고 대신 무그나 그외 아날로그성 신씨사이저 리프들이 두껍게 레이어를 이루는 이번 앨범은 비록 EMERALDS의 앨범들, 올해 그룹 리더 존 엘리엣이 콜라보 듀오 MIST에서 발표한 [House] 앨범, 그리고 각종 인디 음악 미디어에서 올해의 앨범으로 꼽히고 있는 ONEOHTRIX POINT NEVER의 [Replica] 등의 최신 신쓰 앰비언트 사운드들과 방법론적으로 유사한 면모를 띄고는 있지만, 그가 이번 앨범에서 내뿜는 신씨사이저 리프들의 음색들은 브라이언 이노(Brian Eno)식 앰비언트와 독일식 코스모 크라우트록의 오덕후 취향 아방가르드 구조를 따라가는 듯 하면서도 대중들에게 풍부하게 어필될 수 있는 정돈되고 침착한 기운을 60분 동안 아주 훌륭하게 발산시켜낸다. 묵직하지만 멜로디감 넘치고 멜랑꼴리한 기운까지 내포된 TANGERINE DREAM 스타일의 깔끔한 신쓰 앰비언트 대향연 사이로 바흐의 모음곡(Suites)이나 골드베르크 협주곡 하프시코드를 듣는 듯한 수제 건반 테크닉의 고급스러움과 인간미("Polyhymnia", "Already Replaced"), 록비트가 살아있는 M83식 레트로 팝 신쓰 사운드("Batteries May Drain: 앨범 수록곡들 중 유일하게 드럼 비트가 동원되었다. 아까 서두에 언급했던 바로 그 Kranky식 록(?) 사운드의 대표 넘버), 그리고 중간중간에 끼어있는 추상적이지만 아름다운 사운드스케잎의 드론 트랙들("Allegiance")... 이처럼 신쓰음이 취할 수 있는 수사법들을 튀지 않는 범위내에서 다양하게 실험적으로 적용시키면서도 80년대 대유행했던 뉴에이지 음악에서 느낄 수 있었던 그 자연을 관조하는 듯한 명상적인 기운들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이 유화적인 아방가르드 신쓰 앨범은, ONEOHTRIX POINT NEVER의 [Replica]와는 또다른 경향의 대중적 접근성을 지닌 '아트' 작품으로써 앞으로도 아방가르드 성향 인디 음악팬들에게 꾸준히 회자될 것이다.  
THE JOY FORMIDABLE [The Big Roar]


"Whirring"
웨일즈 출신의 트리오 THE JOY FORMIDABLE 는 이 팀의 홍일점 리더 릿지 브라이언(Ritzy Bryan)에 의해 모든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지만, 그녀는 남자 멤버들로만 우글대는 록 밴드에서 작곡도 연주도 못하면서 얼굴 마담 격으로 록커 행세하는 그런 류의 하찮은 여성이 아닌, 밴드 내에서 리드 보컬과 리드 기타(!), 작사, 작곡까지 모두 담당하면서 나머지 두 명의 남자 멤버들을 졸지에 떨거지로 만들어리는 근래 보기 드문 사기 유닛 카리스마의 소유자다. 때문에 THE JOY FORMIDABLE에 관한 스포트라이트와 음악적 비평의 대상이 오로지 이 조그만 금발 여성에게만 집중적으로 쏠리고 있는 듯 한데, 이 점은 오히려 이들이 인디 밴드로써 인디 씬에 제대로 대접받는 데 무언의 핸디캡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이러한 음악 외적 요소와는 별개로, 올해 초 드디어 선을 보인 첫번째 풀렝쓰 작품 [The Big Roar]에는 나무랄 데 없는 스튜디오 작업(엔지니어링-프로듀싱 작업이 근래 나온 브리티쉬 인디 앨범 중 최고 레벨이다)의 든든한 서포트 아래 모든 수록곡마다 절대적 록 파워와 드림팝 감수성을 행사하는 사기 유닛 릿지 브라이언의 역량이 120% 발휘되어 있다. 매 트랙마다 완벽하게 강약조절된 다중 음색들을 멀티 레이어로 깔고 달콤함, 사나움, 쓸쓸함 등의 다양한 캐릭터들을 자연스럽게 표현해내는 그녀의 보이스 컬러는 제니퍼 핀처(Jennifer Fincher; L7)나 코트니 러브(Courtney Love)의 파워풀한 폭발력과 Bjork의 미스테리한 감수성, 벨린다 부처(Belinda Butcher; M.B.V.), 엠마 앤더슨(Emma Anderson; LUSH), 하이디 베리(Heidi Berry)의 몽환적 팝센스를 두루 갖추고 있으며, 이펙터에 관한 절도있는 센스를 바탕으로 자신감있게 작렬시키는 디스토션 코드 기타 리프의 시원한 파워감과 억양 확실한 코드 보이싱은 여성 리드 기타리스트들이 제법 있었던 90년대 여성 밴드 황금기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하더라도 결코 찾기 쉽지 않은 수준의 것이다. 특히 앵그리걸 펑크 스타일의 거친 기운과 브릿팝/드림팝 특유의 센티멘탈함이 공존하는 보컬을 뽐냄과 동시에 RIDE의 테크니컬/싸이키델릭 드림팝에서나 볼 수 있는 폭발적인 퍼즈/디스토션 기타 리프의 무아지경을 작렬시키는 릿지 브라이언의 역량과 밴드 내 숨겨진 재주꾼 콤비 리디언 다비드(Rhydian Daffyd, 베이스)와 매트 토머스(Matt Thomas, 드럼)의 살벌한 리듬 반주가 완벽하게 혼연일치가 되는 "Whirring"은 [The Big Roar] 앨범의 백미로써 THE JOY FORMIDABLE식 록 삘의 진면목을 파악하기 위해 반드시 필청해야 할 트랙이다. 반영-편향적 인디취향의 대명사 피치포크에서는 허접 점수를 받은 반면 상업 음악의 대명사 빌보드지가 뽑은 '2011년 최고의 앨범' 리스트에서는 수많은 메인스트림/반(半)인디 앨범들을 제치고 당당 10위에 등극되는 기염을 토한 [The Big Roar]는, 비록 팝적 변절 요소(?)가 다분한 질감들이 때때로 터져나오기는 하지만 분명 올해 발표된 앨범들 중 가장 강력한 형태의 아마조네즈 록 작품으로 평가되어지기에 손색이 없는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이다.


"Try To Make Yourself A Work Of Art"
미국의 명문 예술대학 칼아츠(CalArts)에서 작곡 석사학위를 받은 고학력 인디 뮤지션 줄리아 홀터(Julia Holter)의 데뷔 앨범 [Tragedy]는 고대 그리스의 뛰어난 극작가 에우리피데스가 쓴 대표적 비극 중 하나인 '히폴리토스' 를 테마로 만들어진 일종의 '컨셉트 앨범' 이지만, 사실 가사/주제의 미학성보다는 고급 음악 교육을 받은 그녀의 탄탄한 음악적 안목에 의해 선택되어진 상호이질적 음악 요소들(드론화된 클래시컬 악기들, 전자 비트, 리버브 효과, 보코더, 팝-월드뮤직-앰비언트 장르의 혼용)이 한데 어루어지면서 자아내는 독특한 서정성과 아름다움이 오히려 더 크게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물론 이러한 [Tragedy]식 수사법과 프레임은 인디음악보다는 파인아트(fine-arts)지향의 앰비언트/아방가르드 음악과 더 많은 유사성을 보이며 특히 이국적인 무드 속에서 오르간과 신씨사이저로 아름다운 드론 음색과 텍스쳐를 섬세하게 추출하는 모습은 마치 '전위음악의 거장' 라 몬트 영(La Monte Young)의 풍모를 연상시키기까지 한다. 그러나 일렉트로닉 비트와 신씨사이저 어프로치들을 수시로 엮어내고 AIR의 [Safari Moon] 스타일의 팝적 친밀감("Goddess Eyes")과 인디 여성 싱어송라이터 지향의 센티멘탈리즘까지 더불어 풍부하게 과시하는 등 엘리트적 겉멋보다 대중과의 직접적 교감을 근본적으로 우선시하고 있기 때문에 [Tragedy]는 분명 '아방가르드적'임에도 비엘리트적 대중친화성 역시 상당히 높은 작품이기도 하다. 다만, [Tragedy]에서 줄리아 홀터가 보여준 보컬리스트로써의 면모는 과히 나쁘진 않으나 또다른 악마적 실력의 소유자 리즈 해리스(GROUPER: 며칠 후 좀 더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처럼 보컬 사용 빈도를 조금 제어하고 대신 인스트루멘탈적 요소들의 비중을 좀 더 올려봤으면 이번 앨범에서 어떤 그림이 그려졌을까?하는 아쉬움 섞인 궁금증이 들기도 한다. 앞서 SUN ARAW, RANGERS를 통해 소개되었던 괴짜 레이블 Not Not Fun 소속의 여성 사기 캐릭터 마리아 미네르바(Maria Minerva)를 연상시키는 싸구려 리버브 이펙팅에 의존하여 자신의 보컬을 계속 꾸미려드는 태도는 싱어송라이터를 꿈꾸어오던 자신만의 음악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법론 중 하나로 존중될 수도 있겠지만, 리버브 보이스로 범벅된 보컬의 아슬아슬함에 의해 리드당하기엔  [Tragedy]의 아름다운 배경음향 하모니는 클래식 선율처럼 너무도 고급스럽고 정교하기에 이러한 '옥의 티'가 더 도드라져보이는 것이다.
JACKMASTER [FabricLive 57]

"Release Yourself"
DJ-KICKS와 함께 디제이 믹스 컴필레이션 시리즈의 양대 산맥으로 확고부동하게 자리매김한 FabricLive의 57번째 컴필레이션 앨범은 한창 부흥 중인 Numbers 레이블(그렇다, SBTRKT와 JAMIE XX가 소속된 바로 그 레이블이다)의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스코틀랜드 글라스고 출신의 잭 레빌(Jack Revill)에 의해 구성되었다. 디제이로써 그의 명성은 이미 여러 클럽 파티 동영상들을 통해 익히 알려져왔으나 이번 [FabricLive 57] 시리즈는 실질적인 그의 첫번째 풀렝스(full-length) 앨범이 되는 것인데, 이 작품은 남들의 앨범 제작에만 관여하는 레이블 주인장/프로듀서로써가 아닌 명실상부 단독 디제이 'JACKMASTER' 로써 잭 레빌이 취할 수 있는 모든 기량과 감각들이 완벽하게 압축되면서 믹스 앨범 명작다운 면모를 한껏 갖추고 있다. 한 레이블을 짊어진 제작자로써 당연히 가져야 할 덕목이기도 한 폭넓은 지식과 다양한 취향은 잭 레빌로 하여금 DJ JACKMASTER로써 스무쓰하면서도 개성넘치게 [Fabric 57]를 엮어낼 수 있게 만든 결정적인 원천일 것인데, 마이애미 부티 사운드, 디트로이트 미니멀, 시카고 하우스, 레이브, 디스코, 투스텝, 덥스텝, 그라임, 인디록, R&B/훵크(funk)을 가리지 않는 장르 식성과 절로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절묘한 선곡에 의해 취해지는 광범위한 레퍼토리들은 이번 앨범의 실질적 테마이기도 한 'UK 베이스' 특유의 원초적 펀더멘탈 비트 그루브의 커다란 중심축 아래 일렬종대로 나열되어 트랙 순서에 따라 60여분간 논스톱으로 깨끗하고도 상쾌하게 리스너들의 헤드폰을 두들긴다. 특히 비운의 클럽 R&B 형제 듀오 ALEEM의 숨겨진 80년대 브레이크댄스 비트 고전 "Release Yourself"의 오프닝 믹스 선곡은 비트의 볼륨감에 중점을 둔 이번 앨범의 디렉션 설정에 있어서 가장 절묘한 초이스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데, 원곡의 핵심인 단순하지만 훵키한 킥드럼+스네어 콤보 비트가 맥시멈 질감으로 극대화됨과 동시에 BPM 조정(5 정도 상승), 그리고 약간의 리어레인징 작업 등을 통해 가장 초현대적인 불륨감을 갖춘 베이스 음악으로 일시에 변모되면서 뒤에 연결될 다른 트랙들의 비트 그루브를 지탱하는 버팀목으로써 초장부터 타이트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한다. 그의 다양한 잡식성, 그리고 그 잡식성을 파티 무드로 부드럽게 승화시켜내는 마스터 터치 등이 한치의 흔들림 없는 노골적 비트 그루브를 타고 그라임 랩퍼 SKEPTA의 "Doin' It Again"와 RADIOHEAD(!)의 "Idioteque"이 뜬금없이 배치된 앨범의 끝부분까지 논스톱으로 지속되는 [FabricLive 57]은, 올해 나온 FabricLive 시리즈 중 최고의 앨범으로써 꼽히고 있는 FOUR TET의 [FabricLive 59]에 비교해도 완성도 면에서 전혀 손색이 없을 뿐 아니라 개성적인 측면이나 선곡의 의외성/참신함까지 포괄적으로 따져봤을 때 오히려 59을 넘어서는 작품이라고 감히 평하고 싶다.
V/A [116 & Rising]


PANGAEA "Runout"
BURIAL을 필두로 한 덥스텝의 열기가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던 2007년, 프로듀서 BEN UFO, PANGAEA, PEARSON SOUND 등에 의해 설립된 인디 레이블 Hessle Audio는 비트가 강조된 UK 베이스/가라지 성향의 싱글/12인치 LP 앨범들을 주로 생산해오면서 항상 새로운 음악 쏘스들을 '탐험'하는 디제이들 사이에서 꽤 높은 지명도를 쌓아가고 있다(이들의 12인치 LP들은 일련번호를 따져가며 수집할 가치가 있는, 개인적으로도 아주아주 좋아하는 아이템들이다). 싱글 앨범만을 주로 고집하던 이들이 올해 별안간 선보인 매머드급 2CD 컴필레이션 앨범(LP로는 자그마치 3장짜리) [116 & Rising]은, 아마 왠만한 Hessle Audio 팬이라도 '뜬금없는 뻘짓'으로 여기며 이 거대한 2CD 컴필레이션 구매를 망설였을 터이지만 장담컨데 일단 이 LP들을 턴테이블에 올려놓는 순간 구매 전의 망설임은 온데간데 없이 '이거 완전 물건이다!' 라는 생각부터 머리를 때릴 것이다. 최근 메인스트림계에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문어발처럼 확장 중인 덥스텝/가라지의 분열/변형되는 양상들과는 정반대로 덥스텝/가라지/UK 베이스의 펀더멘탈 요소들을 미니멀(간단명료)하게 담아낸 [116 & Rising]은, 최근 몇 년 동안 발매되었던 모든 일렉트로닉 계열 옴니버스 앨범들을 통틀어 가장 명확한 디렉션에 의해 완벽한 셀렉션이 이루어진 '잡탕' 앨범이다. 80년대 레이브와 90년대 가라지를 저질 베이스라인과 드럼비트으로 재현해낸 레이블 주인장 PANGAEA의 "Runout", 예전의 초인디 시절로 되돌아간 듯 특유의 팝 성향 오토튠 보이스들을 과감하게 파편화시키고 덥스텝의 베이식 매뉴얼대로 비트들을 독특하게 재편집한 JAMES BLAKE의 "Give A Man A Rod (Second Version)", DIPLO의 원초적 리듬을 연상시키는 킥드럼과 트라이벌 퍼커션으로 변칙적 미니멀 리듬/비트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RANDOMER의 "Brunk", 굵직한 질감의 베이스라인, 질퍽한 아날로그 음감의 신쓰 리프, 그리고 턴테이블 바늘 헛돌아가는 듯한 드론성 사운드 등이 특이한 풍모를 자아내는 PEVERELIST의 "Sun Dance" 등등 808 킥드럼, 트라이벌 퍼커션, 싸구려 신쓰 리드음, 오픈+클로즈 하이햇, 아날로그 샘플, 싱코페이션 리듬, 혼탁한 로파이 무드의 원리원칙들을 매 트랙마다 마치 하나씩 리스너들에게 일깨워주려는 듯 단선적이면서도 억양 강하게 윽박지르는 이 원시적 형태의 UK 베이스 사운드들은, 수록된 24곡 중 하나 버릴 것 없이 베이스/가라지 순수주의자들의 심금을 무한하게 울려주기에 합당한 트랙들로써 이 더블 앨범 안에 푸짐하게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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