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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op Albums of 2011: Honorable Mentions (part 2)


PRURIENT [Bermuda Drain]


"Palm Tree Corpse"
노이즈 뮤지션 이언 도미니크 퍼나우(PRURIENT)의 음악에 대한 의견은 언제나 극단적으로 나뉜다. 먼저 노이즈를 ‘철 지난 방법론’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PRURIENT를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심한 일개 거지 인디 뮤지션' 쯤으로 폄하한다. 반면 노이즈를 '유효한 현재진행형적 미완성 장르'로 인식하는 이들은 '정통 노이즈의 인디 주류화 편입에 앞장서는 마지막 워리어'로써 PRURIENT의 외로운 인디 투쟁에 음악 자체의 호불호를 떠나 존경과 함께 힘찬 격려를 보낸다. 거물 아방가르드 일렉트로닉 레이블 Mego에서 발매된 대표작(?) [Arrowhead (2008, 오리지널 녹음은 2004년에 이루어짐)]에서 PRURIENT가 보여줬던 해묵은 퍼포먼스형 피드백 노이즈 인스트루멘탈은 전자적 측면에서 그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위태로운 실험의식으로 일관되었지만, 이번 신작 [Bermuda Drain]은 이전 '묻지마 실험'의 자가당착에 빠졌던 자신의 폐쇄적 음악관에서 벗어나 다크웨이브의 감성적인 면모를 다채로운 억양의 네러티브로 서술해낸 PRURIENT의 혁신적 면모가 번득이는 작품으로 환골탈태한다. 물론 PRURIENT만이 가진 악질 노이즈 본능과 이에 수반된 질퍽한 외골수 인디 정신은 앨범 여기저기에서 수시로 튀어나오지만 이는 이번 앨범에서 지배적으로 풍겨나는 다크웨이브성 신쓰음 특유의 아이러니한 풍모와 에이펙스 트윈적 일렉트로닉 샘플링 사운드와 버무려지면서 오히려 PRURIENT만이 가진 고유한 캐릭터로 자리매김하는 듯하며, 여기에 비슷한 감촉과 무드의 음악을 구사하는(그렇지만 대중에게 받는 대접은 완전 딴판인) COLD CAVE의 팝적 센스와 JOHN MAUS의 감수성까지 살짝 첨가하여 종전에는 접하기 힘들었던 새로운 PRURIENT식 파워 일렉트로닉/다크 웨이브가 이 앨범을 통해 생성된 것이다. 100% 본의인지는 알 수 없으나 현재 그는 인디계의 주류 뮤지션 COLD CAVE의 정식 건반 멤버로써 영입되어 활동 중이기도 한데, 아마 인기의 달콤한 맛을 한창 즐기고 있는 웨슬리 아이솔드(솔로 프로젝트 COLD CAVE의 실질적 주인공)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자극을 받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과거의 사운드에서 벗어나 [Bermuda Drain]처럼 풍성하면서도 다채로운 사운드스케잎이 그려지는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본 것 자체만으로도 PRURIENT을 예전부터 알고 있던 이들에겐 분명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DJ SHADOW의 뒤를 이어 레프트필드 힙합계의 새로운 거물로 급부상 중인 CLAMS CASINO는 물리치료학을 공부/수련하는 학생으로써 본업에 충실하면서 사이드로 연마한 자신의 디제잉 기술을 온라인을 통해 PR하여 소기의 성과를 일궈낸 합리적인 젊은이다. 마이스페이스로 LIL B와 컨택에 성공, 급기야는 일천한 프로경력에도 불구하고 LIL B와 SOULJA BOY의 곡을 프로듀싱하면서 음악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이어 올해 두 장의 걸출한 솔로 앨범(믹스테잎과 EP)을 발표하며 정식 뮤지션으로써 인디 음악계에 나름 떠들썩한 신고식을 치뤘다. [Instrumentals Mixtape]은 올해 3월 CLAMS CASINO에 의해 온라인에 업로드된 13개의 무료 음원들(거의 동시간에 THE WEEKND의 [House of Balloons]가 그랬던 것처럼)로 이루어진 믹스테잎으로, 중고 드럼머쉰을 이용한 듯한 녹슨 질감의 스네어+킥드럼 콤보(그리고 아주 가끔 튀어나오는 탐탐 추임새 정도)가 전부인 철지난 정통 힙합 비트 제조 방식을 고집하면서도 게토힙합계에서는 정처불명(?)으로 느껴질만한 희귀한 멜로디/보컬 샘플들("Cold War"에는 자넬 모네의 "Cold War", "Illest Alive"에서는 BJORK의 "Bachelorette", 그리고 이 앨범에 미수록된 "I'm God"에서는 IMOGEN HEAP의 "Just for Now"...)을 대거 도용함으로써 가장 몽환적이면서도 서정적/명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힙합 비트 인스트루멘탈 앨범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 힙합 펀더멘탈에 충실한 헤비 비트의 미니멀한 압박 속에서 스무쓰하게 덧입혀진 몽환적 신쓰/보컬 샘플 레이어들을 기반으로 감미로운 센티멘탈리즘과 음산한 텐션감을 동시에 자아낸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한데, 실제로 그는 인터뷰에서 4AD 레이블, BALAM ACAB, 슈게이즈 등 힙합계열 프로듀서로써는 드물게 비주류 드림팝 음악들을 자주 언급하는 다소 기이한(?)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었다. 이렇듯 힙합 프로듀서로써 CLAMS CASINO만이 취할 수 있는 다양한 취향들이 가장 클래식한 질감/공법 토대의 힙합 프로덕션과 완벽하게 어우러지면서 본 믹스테잎 작품, 그리고 곧이어 발표된 [Rainforest] EP처럼 '4AD 레이블 지향적 정통 힙합 인스트루멘탈 앨범' 이라는 형이상학적 사운드스케잎/스트럭쳐가 수반된 일련의 작품들이 연거푸 탄생될 수 있었던 것이다.
EBO TAYLOR [Life Stories]


"Aba Yaa"
국내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제3세계 음악에 대해 오덕후적인 취향이 남다른 유럽, 일본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서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을 넘나들며 레코드 가게, 재래 노점상을 가리지 않고 희귀 아프로비트 앨범들을 디깅(digging)해오는 매니어들이 상당히 많은 걸로 알려져 있는데, 가나 전통 음악 하이라이프(highlife) 씬을 논함에 있어서 빠져선 안될 기타리스트 에보 테일러(Ebo Taylor)의 과거 'Made in Ghana' 싱글 LP들 중 상당수는 재발매 얘기만 무성할 뿐 '전설'처럼 입소문으로만 전해질 따름이었다. 하지만 올해 초 독일의 간판 월드뮤직 레이블 STRUT는 1973년부터 1980년까지 전성기 시절 에보 테일러가 가나 현지에서 영세하게 발표한 싱글들 중 대표곡들을 한데 모아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쳐 [Life Stories]라는 제목으로 발매, 전세계 아프로비트 매니어들을 흥분케했다. 아프로비트 하면 떠오르는 나이지리안 거목 펠라 쿠티(Fela Kuti)의 야성적인 면모와는 달리 정제되면서도 부드러운 아프리카 정서가 듬뿍 담긴 이 앨범에서 빛나는 트랙은 뭐니뭐니해도 아프로 재즈 밴드 APAGYA SHOWBAND 시절의 원곡들이겠지만, 그외 EBO TAYLOR의 최초 유럽 진출작 [Love And Death (2010)]에서 재녹음/수록되었던 타이틀 곡 "Love and Death"의 원곡 버젼, 그리고 다수의 가나 토속어 버젼 아프로비트 곡 등 우리가 아프로비트, 가나 하이라이프 컴필레이션 옴니버스 앨범 속에서 한두곡씩 찔끔 듣고 끝내야만 했던 에보 테일러의 원곡들을 이 더블 앨범에서 원없이 들을 수 있다는 것 자체만 해도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들만이 누릴 수 있는 커다란 축복이 아닐른지. 그런 의미에서 [Life Stories]는 모든 장르를 통틀어 요 근래 릴리즈된 컴필레이션 중 최고의 가치를 지닌 앨범으로 불리워지는 데 손색이 없을 것이다.
THE HORRORS [Skying]


"Moving Further Away"
뉴웨이브와 전자음악, 그리고 나긋나긋한 기타팝들로 넘쳐나던 80년대 말-90년대 초 영국에서 반대세력으로써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네오 싸이키델릭 록 밴드들의 위용은 오늘날까지도 꾸준히 회자될 만큼 참으로 대단한 것이었다. 물론 현재에는 M.B.V.류의 슈게이징 혈통들만 일단 우대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LOOP, SWERVEDRIVER 등 좀더 하드하면서도 록적인 본질에 근접한 당시 싸이키델릭 밴드들의 음악적 재조명 역시 UK 인디록의 부흥을 위해 선결되어야 할 과제일 것인데, THE HORRORS은 바로 이런 점에서 여타 UK 밴드들과 다른 대접을 받아야 할 가치가 있는 밴드다. 이들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흉내내기 어려운 브리티쉬 밴드 특유의 야릇한 팝 멜로디 감각을 훌륭하게 전수받음과 동시에 PRIMAL SCREAM의 [Screamadelica], THE VERVE의 [A Storm in Heaven]과 같이 브릿팝의 상업적 거품에 가려 정작 음악적으로 완벽하게 대접받지 못했던 싸이키델릭 브릿팝 걸작들의 사운드스케잎, 그리고 위에 언급했던 LOOP, SWERVEDRIVER, 그리고 SPACEMEN 3 등이 M.B.V.과 UK 드림팝 밴드들과는 역방향으로 우직하게 추구했던 UK식 싸이키델릭 파워 그루브들을 [Skying] 앨범 안에서 THE HORRORS만의 트렌디한 스타일로 훌륭하게 각색/융합시켜냈다. 특히 매 프레이즈마다 다양하면서도 드라마틱하게 연주하려 노력한 티가 역력한 조슈아 헤이워드(Joshua Hayward)의 기타솜씨는 영롱하게 공명하면서도 솟구치듯 포효하던 닉 맥케이브(THE VERVE)의 여성적 싸이키델릭 튠, 하드록과 모던록의 하이브리드 코드웍으로 윽박지르던 지미 하트릿지(SWERVEDRIVER)의 남성적 헤비 리프를 동시에 구사하며 이 앨범을 통해 새로운 UK 기타 에이스로써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CUNNINLYNGUISTS [Oneirology]


"Stars Shine Brightest (In The Darkest Of Night) Ft. Rick Warren"
미국 켄터키주 출신의 얼터너티브 힙합 트리오 CUNNINLYNGUISTS의 핵심은 백인 디제이/프로듀서 KNO. 이미 JAY-Z의 [Black Album (2003)]의 리믹스 앨범 [The Black Albulum (2003)]를 통해 오래전부터 능력 검증받았던 KNO는 이번 CUNNINLYNGUISTS의 통산 5번째 정규앨범 [Oneirology]에서 프로듀서/디제이로써 가지고 있던 모든 역량을 최고의 퀄리티로 압축시켜냈다. 그의 노련한 감각에 의해 미니멀한 형태로 포진시킨 비트들은 단순하게 돌아가는 듯 하면서도 유치함과 고급스러움이 공존하는 묘한 뉘앙스의 싸이키델릭 힙합 그루브를 마구 쏟아내는데, 여기에 다채로운 톤/템포의 신씨사이저 터치들까지 이전 작품들에서보다 훨씬 강조되면서 BALAM ACAB, CLAMS CASINO의 음악들과는 또다른 형태의 몽환적 앨범이 탄생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CUNNINLYNGUISTS에 소속된 두 MC 멤버들의 기량에 대해 조금 못마땅한 점도 있었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BIG K.R.I.T., 프레디 깁스, TONEDEFF 등 개성넘치는 래퍼들이 대거 피처링해줌으로써 미약했던 MC 파트가 탄탄하게 보강되어 있으며, 무엇보다 컨셉트 앨범으로써 앰비언트, 트립합에서 주로 접할 수 있었던 'dream'이라는 테마를 절도있는 비트/신쓰 프로덕션에 의해 처음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완벽한 연결고리를 이루며 뽑아낸 KNO의 보석과도 같은 감각을 두루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지적인 힙합 앨범 [Oneirology]가 가진 가장 큰 메리트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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