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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S

The Top 30 Albums of 2011: #30 - #26


명실공히 2012년에 들어서버린 이 시점에서 저희들의 무능과 게으름으로 인해 베스트 앨범 리스트가 이제서야 시작된다는 점, 고개숙여 사과의 말씀 올립니다. 사실 이 리스트에 들어간 대부분의 앨범들은 이미 이곳에서 리뷰가 다루어졌거나 혹은 다른 국내외 웹진/블로그들의 연말 리스트에 수도 없이 올라온 것들이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Honorary Mentions'보다 좀 속도를 내어 서둘러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고로 이번 리스트에 언급된 REAL ESTATE나 PINCH & SHACKLETON 앨범들과 같이 이미 이 곳에서 리뷰가 다뤄진 작품들은 시간관계상 서술을 생략합니다. 못 보신 분들을 위해서 편의상 리뷰 링크는 달아놨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시간이 너무 촉박합니다 ;)



"Oh, Why"
30
BALAM ACAB
Wander / Wonder
(tri angle)
불과 20살밖에 되지 않은 음악 천재 알렉 쿤(Alec Koone)이 2010년 (19살의 나이에?) 발표했던 EP [Sea Birds]는, '드래그(drag)'라는 서브장르를 생성시켰던 소속사 Tri Angle을 논함에 있어서 빠뜨려선 안될 의미심장한 앰비언트 하우스 앨범이었는데, 드디어 2011년 발표된 공식 데뷔 앨범 [Wander/Wonder]에서는 블로그와 피치포크에 의해 만들어진 또다른 서브장르 '드래그' 혹은 '윗치 하우스(witch house)'로만 간편하게 설명될 수 없는, 혹은 '기괴함', '신비로움' 이라는 형용사 하나로만 단순하게 묘사될 수 없는 다양한 촉감의 스펙트럼을 EP 작품보다 훨씬 더 섬세하게 발산시킨다. 일단 드래그 사운드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크리스 덱스터 그린스팬(OOoOO)이나 로저 에저디(PICTUREPLANE)에 비한다면 [Wander/Wonder]에서 알렉 쿤이 드러내는 비트 메이킹과 비트 루핑 본능은 그다지 적극적이거나 활발하지 않으며 이 때문에 '드래그' 특유의 하우스적 아우라 역시 EP 시절보다 오히려 훨씬 둔감화되어있다. 그 대신 레이블 동료 CLAMS CASINO가 주로 써먹곤 하는 올드스쿨 힙합 스타일의 슬로우 템포가 초미니멀 비트에 의해 대폭 적용되어 초기 SEEFEEL과 SCALA의 중간형태 논조의 '슈게이징스러븐' 90년대 몽환적 트립합 그루브를 자아내는데, 여기에 신비로운 억양과 멜로디를 앰비언트스럽게 자아내는 아날로그 신쓰 라인들, 과감하게 디스토션/에코 딜레이 필터화되어 청아한 소리 감촉으로 변성된 보컬 샘플, 그리고  마치 파인아트 사운드 디자인처럼 자연적인 현상들(특히 물소리)과 잡다한 일상 소음들로부터 따온 필드 레코딩 샘플 등의 예민한 배경 음원 요소들까지 능숙하게 콜라쥬화시켜내면서 이 시대 가장 순수하고도 신비로운 형태의 아날로그 로파이/DIY 사운드스케잎을 바로 이 앨범 안에서 그러내는 데 성공한다.  알렉 쿤이 이번 앨범에서 형성해낸 순수한 감성의 백일몽 다운템포 음악은 분명 OOoOO식 드래그 '약빨', PICTUREPLANE식 윗치 하우스 '퇴폐미' 등과 결코 같이 카테고리화될 수 없는 굉장히 건전한 의미의 자연미와 소박한 휴머니즘, 그리고 나이에 걸맞지 않은 비범한 실험성(특히 그가 이번 앨범에서 보여준 '아름다운' 앱스트랙트 사운드 디자인의 완성도는 가히 대단한 수준의 것인데, 이 때문에 혹자는 이 20살 꼬마의 음악을 20세기 중반 프랑스 '뮤지끄 콩끄레트' 현대 클래식 음악학파에 비견하기까지 한다!)을 독창적으로 띄고 있기에 [Wander/Wonder]는 그런 의미에서 알렉 쿤과 Tri Angle로 하여금 앞으로 드래그 장르에 이어 'BALAM ACAB식' 서브 장르에 관한 정의를 인디 뮤직씬에서 새롭게 써내려가기에 충분한 유니크함과 완성도로 빛나는 작품인 것이다.


"Think:Breathe:Destroy"
29
ASIWYFA
Gangs
(richter collective)
요 근래 영국/영연방 포스트록 경향을 보면 '록 악기의 타이밍 미학'과 '템포의 불규칙 변화' 간의 앙상블로 대변되는 매쓰록(math rock)의 경향보다는 시규어 로스(SIGUR ROS)나 모과이(MOGWAI) 스타일에 영향받은 앰비언트적/서사적 포스트록 밴드들의 활동이 더 활발하고 주목도 훨씬 더 많이 받는 듯 하다. 하지만 몇해 전부터 영국내에서 자생적으로 하나둘씩 튀어나왔던 매쓰록 지향의 신진 헤비/테크니컬 포스트록 밴드들이 최근 꾸준히 급증하면서 이젠 하나의 커다란 군집을 이룰 정도로 몸집을 키우는 데 성공, 과거 UK 포스트록(특히 미국에게 완전히 주도권을 내준 매쓰록도 발생의 근원을 따지자면 사실 영국이 원조가 아니었던가)의 '잊혀진 영광' 이 다시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VESSELS, 65DAYSOFSTATIC, MAYBESHEWILL과 함께 UK 테크니컬 포스트록의 중흥에 한창 일조하고 있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출신의 3인조 매쓰록/포스트록 밴드 AND SO I WATCH YOU FROM AFAR(혹은 ASIWYFA)는 이미 2009년 포스트메틀의 헤비 리프, 펑크록의 호전성, 매쓰/프로그록의 테크닉을 한껏 접목시킨 초강력 셀프타이틀 데뷔 앨범 [And So I Watch You From Afar]로 매니어들의 주목을 이끌어낸 바 있었는데, 이들은 이번 두번째 앨범 [Gangs]를 통해 포스트록에서 유기적 인스트루멘탈 록이 어떤 것인지를 '포스트록'의 '록'이란 부분적 요소에 120% 올인하여 다시한번 충실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앨범에 수록된 8곡 모두 보컬파트가 전무한 완벽한 인스트루멘탈 앨범이지만, 이들은 45분 동안 보컬의 필요성을 전혀 느낄 수 없을 만큼 무려 수백번의 헤비코드 기타 펀치와 수십번의 거대한 멜로디 훅을 하드코어 펑크성 애티튜드로 에너제틱하게 양산해내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변칙적 루트에 의존하여 최면성과 휘발성을 겸비한 리프들을 논스톱으로 쏟아내는 트윈 기타(이 앨범 녹음 당시에는 4인조였다)-베이스-드럼 록 밴드 유닛 본연의 타이트한 매커니즘까지 [Gangs]에 무차별적으로 담아냈으니, 바로 이 앨범이야말로 적어도 올해 생산된 숱한 준치격 포스트록 앨범들 중 가히 군계일학인 것이리라.


"Wonder Years"
28
REAL ESTATE
Days
(domino)


"Kissmetellme"
27
TIGER & WOODS
Through The Green
(running back)
미스테리한 풍모로 디트로이트 테크노 씬을 평정하셨던 故 DREXCIYA (1969-2002) 선생처럼 이 독일 출신의 테크노 듀오 TIGER & WOODS 역시 그룹 이름 속에 숨겨진 의도만큼이나 의문투성이로 가득한 캐릭터를 쌓아가고 있는 친구들로써, 두 명 모두 데뷔 시절부터 줄곧 가명을 고집하고(래리 타이거, 데이빗 우즈. 독일사람이 이런 이름을 가지고 있을 리 없잖은가) 미디어 노출에도 극도로 인색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일련의 싱글/12인치 LP판들의 흰 커버에 호랑이 심벌 도장을 손수 직접 찍어 판매하는 이중적 다정함(그리고 라이브에서도 SBTRKT처럼 얼굴을 마스크 따위로 가리고 퍼포먼스를 하진 않는다는 사실!)을 과시하는 등 특이한 행보를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풀렝쓰 발매한 [Through The Green]에서는 이러한 미스테리 풍모의 아이러니와 정반대의 '친근한' 극상업주의 사운드, 즉 우리가 예전에 익히 들어왔던 정통 유로 하우스/테크노의 고전적 그루브 엑기스들을 조금의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게 뽑아내어 싱코페이션이 근절된 스트레이트 논스톱 비트와 일차원적으로 믹스/교배시키는 아주 베이식한 정공법을 선택한다. 따라서 매 트랙마다 뻔뻔하다 싶을만큼 싸구려 문맥이 구구절절 드러나면서도, 간결한 내면 속에서 속도-타이밍-볼륨감의 핵심과 맥만큼은 귀신같이 잡아내어 리스너들의 아드레날린를 자극했던 올드스쿨 유로 댄스 테크노의(특히 프랑스 하우스 특유의) 댄스 바이브들을 일차원적 믹스 패턴에서 다시 되살려 적나라하게 프론트에 내세우고 동시에 스네어 비트, 베이스라인, 절제된 자질구레 샘플 추임새(예사롭게 지나치기엔 지나치게 상큼한 기타 스트로크들, 기계적 그루브의 방해적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무의미하게 파편화된 보컬 코러스, 특별한 프레이즈 연주없이 포인트만 딱딱 집어내는 키보드 리프)들을 미니멀 하우스/테크노 메카니즘에 의거하여 무제한 루핑/반복하면서 가장 쉽고 깔끔하고 재미있고 생기발랄한 파티무드를 연출해낸 바로 이 디스코 앨범이야말로 올해 댄스/클럽 테크노 앨범들 중 '타이거 우즈' 즉 '챔피언'과 같은 최고의 영예를 누릴만한 자격이 충분히 있는 작품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Rooms Within a Room"
26
PINCH & SHACKLETON
Pinch & Shackleton
(honest jon's)
30-26   25-21   20-16   15-11   10-6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