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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S

The Top 30 Albums of 2013: #15 - #11




"prinzif"
15
HUERCO S.
COLONIAL PATTERNS
(
software)
[Luxury Problems (2012)]로 리즈시절을 한껏 구가중인 앤디 스톳(Andy Stott)이 상대적으로 듣보잡이었던 2011년, 두 장의 EP를 한데 끌어모아 우격다짐으로 KEFKRIT의 연말 리스트 2위에 올려놓은 것 때문에 여기저기에서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들은 바 있다. 이후 온라인상에서 '너무 다크한 사운드를 편애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들을 간혹 접하곤 하는데, 글쎄, 가요+음주가무를 즐기는 본인들의 캐릭터상 이에 절대 동의할 순 없다. 하지만 힙합을 포함한 작금의 모든 장르들을 둘러볼 때 앤디 스톳이나 위켄(Weeknd),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 등 심각한 다크무드 속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탐색하려는 음악학풍은 일반 리스너들뿐만 아니라 해외 평론가들에게도 상당한 관심과 호평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고로 이러한 '다크 음악'은 학구적 프로듀싱 음악의 대세로서 당분간은 전세계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이니, 이번에도 다크한 앨범들의 추천이 난무(?)한다 하더라도 너무 이곳만 깎아내리진 마시라. 2013년 9월 'ONEOHTRIX POINT NEVER' 대니얼 로파틴(Daniel Lopatin)의 레이블 Software Recordings를 통해 발매된 미국 캔사스시티 출신 프로듀서 HUERCO S.의 데뷔 풀렝쓰 앨범 [Colonial Patterns]는, 로파이(lo-fi)-덥(dub)-텍스쳐 위주의 애덤 스톳식 다크 일렉트로닉 학풍을 HUERCO S.만의 독창적 스타일로 재해석하고 있다. 즉, 로파틴식 사운드 꼴라쥬 공법에 의해 즉흥적으로 짜집기되고 루핑되어 만들어진 추상적인 패턴의 다크 음향들(극도로 익스페리멘탈스럽다)은, 무의미하게 드문드문 나열된 듯한 '심장박동(킥드럼 비트)'을 타고 일렉트로닉스러운 댄스 그루브로 기괴하게 변모되는 불가사의한 장면들을 이 앨범 안에서 지속적으로 연출하고 있는 것. IDM이 힘을 잃은 현 일렉트로닉 씬에서, 창의적 사운드 디자인과 실험적 일렉트로닉 음악이 어떤 형태로 나아가야 아트로서의 개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대중과도 소통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대로 보여주는 '2013년 최고의 일렉트로닉 앨범' 중 하나(하지만 지명도만은 리스트에 오른 앨범들 중 단연 최악).


[Overgrown] (풀 앨범)
14
JAMES BLAKE
OVERGROWN
(atlas)


"gun"
13
CHVRCHES
THE BONES OF WHAT YOU BELIEVE
(
glassnote)
작년 한바탕 떠들썩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DEPECHE MODE의 새앨범 [Delta Machine] 기념 월드투어에서 상당히 재밌는 장면을 본 기억이 있다. 데이빗 간(David Gahan)과 마틴 고어(Martin Gore)가 어떤 퍼포먼스를 오랜만에 보여줄지 기대하고 있던 모든 관중들이 뜬금없이 튀어나온 젊은 오프닝 밴드의 에너자이저급 신쓰팝 사운드에 열광하느라 메인 공연 시작 전부터 일찌감치 넉다운되어버린 것. DEPECHE MODE의 이름만 보고 공연장에 찾아왔던 관중들은 졸지에 이 무명 오프닝 밴드의 팬이 되어 공연이 끝나서도 이들의 이름을 연호하며 격렬하게 환호하는 일까지 벌어졌었는데, 이 '주객전도'의 헤프닝을 일으켰던 무명 오프닝 밴드가 바로 스코틀랜드 글라스고 출신의 신쓰팝 트리오 CHVRCHES인 것. '베스트 트랙들을 모아놓은 컴필레이션 앨범이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모든 트랙들이 각기 다른 전개방식과 기승전결을 보여주는 [T.B.O.W.Y.B.]의 내구성은 데뷔앨범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가히 경이로운 수준이다. 특히 파워풀한 록밴드 보컬과 멜로디훅 만점의 버블팝 보컬을 능수능란하게 교차 구사해낸 리드보컬리스트 로렌 메이베리(Lauren Mayberry)의 '원맨쇼'는 이 앨범의 하이라이트라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단순한 멜로디라인을 대담한 튠으로 터트려내는 신씨사이저 리프와 파워-멜로디펀치를 거침없이 뿜어내는 메이베리의 보컬 사이에서 벌어지는 상큼발랄한 컴비네이션은, 쏟아지는 현 신쓰팝 음악들 중 가히 군계일학의 압도적인 매력을 앨범 구석구석에서 드러내고 있다. 보컬과 신씨사이져/비트 모두 묵직한 풀바디 파워를 장착하고 있음에도 한치의 낭비됨 없이 공간을 절도있게 활용하는 융통성을 보여줌으로써, 깔끔한 이지리스닝 미덕과 극강 몰입도가 겸비된 최고의 미니멀리즘 신쓰팝 거작을 이번 기회에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boring again"
12
ONEOHTRIX POINT NEVER
R PLUS SEVEN
(
warp)
원맨 프로젝트 'ONEOHTRIX POINT NEVER'를 홀로 이끌고 있는 대니얼 로파틴(Daniel Lopatin)의 입지는 현 익스페리멘탈(experimental) 음악계에서 가히 절대적이다. 'ONEOHTRIX POINT NEVER'의 주인공으로서 [Returnal (2010)]과 [Replica (2011)]이라는 거작들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조엘 포드(Joel Ford)와 함께 콜라보 프로젝트 FORD & LOPATIN를 결성하여 걸출한 뉴웨이브 변주를 들려주기도 했으며, 제작자로서도 불과 2년만에 소규모 인디 레이블 Software Recording Co.을 제도권으로 끌어올리는 수완까지 발휘하고 있다(이번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AUTRE NE VEUT의 [Anxiety]와 HUERCO S.의 [Colonial Patternss] 모두 Software 레이블에서 나온 앨범들이니...). 그외 팀 헤커(Tim Hecker), 제임스 페라로(James Ferraro), 로렐 헤일로(Laurel Halo) 등 현 익스페리멘탈 음악계의 신구 거장들을 모조리 끌어와 콜라보 작품들을 연거푸 쏟아내는 등 하드코어 일벌레라는 명성에 걸맞은 족적들을 최근 2~3년 안에 쉴새없이 보여주고 있다. 시간 관계상 로파틴에 대한 그외 정보들은 2012년 이곳에서 작성된 [Replica] 리뷰를 참조하기로 하고... 아무튼, ONEOHTRIX POINT NEVER의 근작 [R Plus Seven]은 2013년에 선보인 앨범들중 학문적 연구가치가 가장 큰 앨범으로 손꼽힌다. 전작 [Replica]는 갖가지 빈티지(vintage) 샘플들이 즉흥적으로 챠핑(chopping)-꼴라쥬(collage)된 일렉트로닉 성격의 앨범이었다면, [R Plus Seven]은 '빈티지' 라는 컨셉 자체가 방법론적으로 접근된 아방가르드 성향의 앨범이다. 즉, 로파틴은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 CF/영화/팝 음악 프로듀싱을 주름잡다시피 했던  Korg M1과 웨이브스테이션 등 컴퓨터 미디용 신씨사이저와 프리셋(preset) 악기 패치를 지능적으로 이용함으로써 굳이 [Replica]처럼 빈티지 음향들의 과도한 샘플링 없이도 복고적인 뉘앙스로 가득찬 신씨사이저 사운드를 [R Plus Seven]에서 폭발시켜낸 것이다. 실제로 이번 앨범에서 로파틴은 [Replica]와 같은 기계적 샘플링이 아닌, '화려한' 매뉴얼 건반연주에 많은 시공간을 할애하고 있다. 따라서 [R Plus Seven]은 일렉 앨범이 아닌 순수 신씨사이저 연주 앨범의 느낌으로써 더 크게 다가온다고나 할까. 현 인디씬에서 '복고적 신씨사이저 연주 앨범'이라면 통상적으로 70~80년대 크라우트록(krautrock)적인 스타일을 소환하려는 앨범들이 대세지만, 이와 달리 [R Plus Seven]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95 부팅/화면보호기 사운드과 90년대초 미드 주제가를 듣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풍 신쓰 프레이즈들이 허벌라게 난무한다. 단종된 미디 신씨사이저로 빈티지 건반연주의 대향연을 펼친 이번 로파틴의 학구적 똘끼는, 대중음악을 해체고자 하는 신 포스트모던 음악학풍(에어리얼 핑크, 제임스 페라로 같은...)의 필로소피를 완벽하게 충족시키는 독창적 어프로치에 다름아닐 것이다. 사실 [R Plus Seven]은 실험주의 색채가 강한 Mego 레이블에서 정통 일렉트로닉의 메카 Warp 레이블로 옮기자마자 발매된 첫번째 앨범이기에, 일렉적인 느낌이 그나마 뭍어있던 [Replica]에서 미니멀리즘/현대음악(contemporary music) 부류로 더욱 침잠한 [R Plus Seven]의 스타일 변화는 꽤나 예상밖이다. 하지만 로파틴과 ONEOHTRIX POINT NEVER의 팬이라면 절대 놓혀선 안될 명작 중의 명작임에는 분명한 사실.  


[Reflektor] (풀 앨범)
11
ARCADE FIRE
REFLEKTOR
(
merge)
현존하는 최고의 아트록(art rock) 밴드 ARCADE FIRE는 그 이름값만큼이나 꾸준한 행보를 데뷔이래 보여왔다.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이들만의 독창적인 멜로디라인과 록그루브는 데이빗 보위 이후 최고의 고급스런 뗏깔을 드러내며 매 앨범마다 불패의 신화를 써내려오고 있는 것. 언젠가부터 음악비평계에서 '별 4개 보증수표' 로 간주되고 있는 ARCADE FIRE의 앨범은, 이제 음악팬들도 '굳이 듣지 않아도 평균 이상의 퀄리티를 선사해줄 것만 같은' 앨범쯤으로 어림짐작하곤 한다. 그래미상에 빛나는 [The Suburb (2010)]의 대성공 이후 3년만에 선보인 네번째 정규앨범 [Reflector] 역시 그렇다. 네임벨류에 걸맞은 완성도과 결성 10주년 '베테랑' 칭호에 합당한 안정감이 더해져 [The Funeral]의 음악적 업적에 비견될만한 아트록 걸작을 여지없이 솎아낸 것. [Reflektor]에는 이국적('트라이벌(tribal)' 느낌이라고 해두자)인 리듬 터치와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펑키 그루브가 강화되어 있는데, 이는 분명 DFA의 수장이자 LCD SOUNDSYSTEM의 리더 제임스 머피(Jame Murphy)가 공동 메인 프로듀서로서 앨범 제작에 참여한 덕택일 것이다. 제임스 머피의 정기(?)를 전수받은 ARCADE FIRE는, DFA식 댄스펑크(dance rock) 요소를 ARCADE FIRE 특유의 엘레강스/멜랑꼴리한 록 프레임에 놀라울 정도로 스무쓰하게 첨가함으로써 전혀 예상치 못한 댄스록 명반을 이번 기회에 탄생시키게 된 것이다. [The Suburb]의 그래미상 수상과 함께 '다윗(인디) vs 골리앗(메인스트림)' 대전에서도 승리를 쟁취한 이들이 앞으로 취하게 될 새로운 음악적 행보에 대한 해답은 바로 [Reflecktor] 안에 있다. dance! dance! dance!
30-26   25-21   20-16   15-11   10-6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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