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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S

The Top 30 Albums of 2011: #20 - #16




"Fleer Ultra"
20
THUNDERCAT
The Golden Age Of Apocalypse
(brainfeeder)


"England"
19
PJ HARVEY
Let England Shake
(vagrant)
필자같은 노땅 인디록 매니어들에게 PJ 하비는 요즘 세대의 세인트 빈센트(ST. VINCENT) 이상의 뭉클한 무언가를 가져다주었던 당대 최고의 인디 뮤즈 아이콘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전자 기타를 짊어지고 불꽃같은 공격성과 절도있는 지성미를 동시에 거침없이 터트렸던 초기 그녀의 모습에 환호했던 많은 팬들에게 불세출의 연타석 홈런작 [Dry]와 [Rid of Me] 이후의 미지근한 행보들은 그다지 만족스러운 수준의 것들이 아니었고(이건 취향 차이로 설명되기에는 분명 아쉬운 점들이 있었다. 하다못해 단아한 옷차림에 화장을 짙게 하고 기타 없이 백밴드의 반주에 맞춰 노래하던 그녀의 모습마저도 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군다나 깁슨 ES 335 기타 연주에 맞춰 "Missed"를 열창하던 그녀의 예전 태도와 완전 배치되는 토리 에이모스와 새라 맥러클랜을 흠모하는 듯한 피아노 의존형 '빌리조엘틱' 음향(전자기타는 완전 배제하고 오직 어쿠스틱 기타로만 작업했음)을 남발했던 전작 [A Woman a Man Walked By]에서의 미지근함은 인생무상의 착잡한 심정이 들게 하는, 그야말로 '평범함' 그 자체의 느낌에 불과했다. 그러나 솔로앨범으로써 4년 만에 선보이는 [Let England Shake]는 그동안 쌓였던 불신과 오해를 한방에 풀어버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폴리 진 하비다운' 대담함과 신랄함이 듬뿍 담겨있는데, 이 앨범을 지배하는 언플러그드 무드(하지만 전자 기타가 지배적으로 사용되었음)의 소프트한 포크록 배킹은 물론 블루스와 펑크를 접목했던 초기의 그 호전성과는 약간 거리감이 느껴지는 사운드 질감이긴 하지만 PJ 하비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이질적인 팝 멜로디들이 독기와 냉소에 가득 찬 그녀의 보이스와 입체적으로 어울리면서 매 트랙마다 제각기 다른 뉘앙스를 고급스럽게 풍기며 리스너들의 심금을 시원하고도 깔끔하게(마치 초기 펑크곡 "Sheela-Na-Gig"을 듣는 것처럼 꼬인 듯하면서도 뻥 뚫리는 그 느낌!) 울려준다. 무엇보다 [Let England Shake]를 가장 크게 빛내주는 부분은 바로 배킹 연주들인데, 보석같은 하비의 기타연주도 수준급이지만 '영원한 동료' 존 패리쉬와 '닉 케이브의 오른팔' 믹 하비 이 두 명의 재줏꾼이 색소폰, 트럼본, 실로폰, 하모니카, 멜로트론, 퍼커션 등 섬세한 음향을 발휘하는 각종 마이너 악기들을 대거 끌여들어와 달콤한 배킹 사운드로 하비의 뒷편에서 소리없이, 하지만 든든하게 서포트해줌으로써 앨범 사운드의 풍부함을 한껏 더해준다. 사실 이 정도의 완성도라면 가히 '올해의 앨범' 으로 선정되고도 남을 법하지만(특히 영국 NME, 가디언지에서는 예상대로 이 앨범을 '2011 베스트 앨범'으로 선정했다 ㅎㅎㅎ), 지나치게 영국인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정치적 가사들이 앨범 안에서 지나치게 남발되고 있는 점은 개인적으로 조금 거슬리긴 한다. 반전('고깃덩이처럼 군인들이 쓰러지고~' -"The Words That Maketh Murder"에서)과 애국심('X같은 유럽! 날 아름다운 잉글랜드로 다시 되돌려놔~' - "The Last Living Rose"에서)으로 가득한 노랫말 속에서 '이민족 혐오증(xenophobia)'의 은유까지 끌어낸다면 지나친 오바겠지만, 글쎄 오직 영국인들만이 공감하게끔 만들어놓은 정치적 가사들을 일단 덜어내고 음악을 들어야한다는 비영국인으로써의 불편함만 조금 감수한다면 이 앨범은 음악적으로 충분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는 훌륭한 작품임에 틀림없다. 


"Ganymede"
18
OMAR-S
It Can Be Done But Only I Can Do It
(fxhe)
90년대 시카고와 함께 거대한 테크노 파워스테이션을 형성했던 디트로이트 군단의 위용은 지금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버렸단 말인가. 물론 칼 크레이그(Carl Craig)처럼 고향 디트로이트를 지키며 자신의 레이블을 근근히 꾸려나가는 친구도 있지만, 과거 희대의 테크노 연합체 언더그라운드 레지스탕스(Underground Resistance)의 주축멤버들인 제프 밀스는 뉴욕에서, 끌로드 영은 도쿄에서 각자 알차게 된장 생활을 즐기고 있으며,  급기야 DREXCIYA는 아예 불귀의 객이 되어 디트로이트 뿐만 아니라 우리 곁을 일찌감치 떠나버렸다. 이미 '테크노 엘도라도'라는 닉네임은 온데간데 없이 에미넴 힙합의 대세에 철저하게 초토화된 디트로이트 일렉트로닉씬에서 생존 중인 역전의 용사들 중 과거 디트로이트 미니멀의 창조적 마인드를 가장 끈끈하게 간직하고 있는 뮤지션으로 평가받고 있는 OMAR-S는 비록 고향보다 뉴욕과 유럽에서 대부분의 라이브 디제잉 퍼포먼스를 하고 있지만 계속 디트로이트에 거주/생활하며 자신이 디트로이트 출신임을 여전히 자랑스러워하고 있는 뚝심의 사나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 친구는 디제이로써 엄청난 나르시시즘에 빠져있다. 즉, 디제이로써는 특이하게도 다른 디제이/뮤지션들의 곡들을 믹스해서 앨범을 절대 내지 않는다는 사실. 하다못해 저명한 믹스 앨범 시리즈 [Fabric 45 (2009)]에서 그는 역대 'Fabric' 시리즈 참여 디제이들 중 유일하게 자신의 곡들만 셀렉트해서 리믹스로 돌려버리는 '기행'을 감행하면서 배짱과 자아도취의 최정점을 찍기도 했다. 100% OMAR-S 자신의 의도하에 취해진 샘플들을 이용하여 하나하나 자기식대로 찍어내려간 새 정규 앨범 [It Can Be Done But Only I Can Do It]은 이러한 '고집스러움'을 오만이 아닌 장인정신으로 승화시켜 노련한 마스터 센스를 갖추는 데 성공한 OMAR-S의 득도한 감성과 손맛이 절절하게 담겨있는, '디트로이트 미니멀 테크노 명작'의 면모를 물씬 풍기고 있다. 이 앨범에서 그는 스트레이트하게 깔리는 디스토션 베이스라인과 킥드럼의 단선적인 리듬 콤보 라인과 그 사이로 앙증맞은 추임새를 넣는 하이햇과 퍼커션 사운드만이 더해지는 식의 간결한 터치만으로도 딥 하우스와 애시드 하우드의 그루브, 디트로이트 테크노의 비트감과 멜로디 등의 요소들을 극대화시키는 비범함을 유감없이 보여주는데, 여기에 재즈, 알앤비, 앰비언트(전체적으로 상당히 몽환적인 무드를 자아내는데 이는 트랜스의 저질 감촉과는 다른 수준의 몽환경이다), IDM, 포르노(!!! "Look Hear Watch"를 들어보라) 바이브까지 샘플 사운드의 틈새로 살짝살짝 첨가하면서 가장 다채로운 바이브와 아름다운 그루브를 자아내는 미니멀리즘 일렉트로닉 클럽 음악을 [It Can Be Done But Only I Can Do It]을 통해 창출해낸 것이다.


"I Am"
17
MATANA ROBERTS
Coin Coin Chapter One: Gens de
Couleur Libres

(constellation)
현재 미국 뉴욕에서 활동 중인 시카고 출신의 여성 알토 색소포니스트/작곡가/싱어 마타나 로버츠(Matana Roberts)는 뮤지션이라는 타이틀 이외에 시인, 비주얼 아티스트, 댄서, 개념미술가로써 자신의 예술적 영감들을 다양한 영역에서 표현해오고 있다. 엄연한 재즈 뮤지션임에도 그녀의 음악적 반경 역시 멀티 아티스트답게 상당히 광범위한데, 특히 재즈 뮤지션임에도 퀘벡 몬트리올 포스트록 레이블 Constellation Records에 소속되어있다는 점, 그리고 레이블 소속 포스트록 밴드 Thee Silver Mt. Zion Memorial Orchestra, Godspeed You! Black Emperor 등의 정규 앨범에 세션 멤버로써 참여하거나 프로젝트 트리오 STICKS AND STONES 정식 멤버로써 익스페리멘탈/포스트록 레이블 Thrill Jockey를 통해 앨범을 발매한 점, 2008년 발표한 마타나 로버츠의 세번째 앨범 [The Chicago Project]에서는 TORTOISE, PREFUSE73를 객원멤버로 초빙했던 점 등의 경력들이 말해주듯 비록 재즈에 자신의 음악적 뿌리를 유지하면서도 재즈라는 한정된 카테고리를 넘어 다른 음악적 환경과 소통하고 적응하려는 시도들 역시 지속적으로 보여주어왔다. 그런 의미에서 마타나 로버츠 자신의 블로그에 개재했던 12개의 자전적 에세이를 음악화한 'COIN COIN' 시리즈의 첫번째 챕터 [COIN COIN Chapter One: Gens de couleur libres]는 그녀의 다재다능한 예술적 감수성과 폭넓은 음악적 식견이 풍성하게 담겨진 작품으로 평할 수 있겠는데, 15명의 빅밴드 멤버를 대동하고 라이브 퍼포먼스를 하듯 프리한 감각으로 가스펠 보컬, 프리 재즈 스크리밍, 만담(spoken word), 알토 색소폰 솜씨를 다이나믹하면서도 드라마틱하게 펼쳐보이는 그녀의 역량은 가히 놀라운 것이다. 더군다나 미국 흑인으로써 자신의 가족사와 뿌리를 'COIN COIN' 이라는 가공의 친척 인물을 통해 제3자의 시각으로 서술하면서 더불어 노예 시절부터 시작된 순탄치 않은 미국 흑인 역사까지 조명하는 문학적 면모 역시 쟌느 리(Jeanne Lee)와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의 면모를 동시에 아우르는 이 거대한 아방가르드 재즈 빅밴드 음악 안에 자연스럽게 투영시키는 데 성공했으니, 바로 이 '컨셉트' 작품이야말로 정체된 작금의 재즈 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올해 최고의 재즈 앨범으로 전혀 손색이 없을 것이다. 


"Meaninglessness"
16
BELL
Diamonite
(self-released)
30-26   25-21   20-16   15-11   10-6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