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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ELECTRONIC

TRICKSKI: Unreality (2011)


야닉 라베와 다니엘 베커로 구성된 독일 베를린 출신의 하우스 듀오 TRICKSKI의 full-length 데뷔 앨범 [Unreality]는 작년 베를린에서 설립된 신흥 하우스 레이블 Suol 에서 제작되고 있는 일련의 앨범들처럼 펑키 비트와 앰비언트 무드를 차분한 터치로 접목시켜낸 전형적인 하우스 작품으로, 이들은 작년에 선보였던 EP 앨범 [After & Before] 와 마찬가지로 110~115 BPM 사이에서 모든 비트 템포의 뼈대를 잡아내고 동시에 팝/소울 피쳐링 보컬까지 적절히 섞어내면서 누구든지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들을 수 있는 라운지 스타일의 하우스 테크노를 1년만에 또다시 완성시켜냈다.

단순함과 우왁스러움으로 상징되는 디트로이트 테크노의 비트 포맷처럼 TRICKSKI가 [Unreality]에서 구사하는 비트들 역시 일관된 감촉의 킥 드럼과 하이햇 심벌 비트만을 이용하여 미니멀한 비트의 절정으로 치닫고 있지만, 마치 그 어떤 하드코어 댄스플로어 음악들의 업템포 성향을 경멸이라도 하듯 앨범 수록 트랙들의 BPM 만큼은 앞서 언급한 대로 110~115 영역에서 전혀 기어나올 생각 않고 무뚝뚝한 미드템포로 끝까지 밀어붙이는 뚝심을 발휘한다.

그러나 이들이 미드템포 미학을 신봉하며 필사적으로 110 BPM을 고수하는 '고집' 만큼이나 이 앨범의 느낌 또한 그루브감 제로의 천편일률적 분위기에 계속 묶여버리면서 결과적으로 하우스 뮤직 특유의 자유로운 창의성이 이 앨범 안에서 그다지 효과적으로 드러나지는 않고 있다. 더군다나 트랙 수의 압박(무려 17곡이 수록되었음)까지 더해지면서 앨범의 반을 지나 10~11번 트랙 쯤에 다다르게 되면 참을 수 없는 따분함에 지쳐 졸음까지 몰려들게 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다채로움을 위해 보컬이 첨가된 트랙들에서 이 '따분한 느낌' 이 유난히 더 배가되고 있다. 특히 "Without You" 등의 곡들에서 불성실하게 내뱉는 피쳐링 보컬의 퀄리티는 기본적으로 아마추어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보컬이 삽입된 트랙들마다 배킹 사운드의 조밀도까지 갑자기 대폭으로 떨어지면서 의도했던 바와는 반대로 오히려 전체적 사운드를 빈약하게 만드는 주범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곡들이 'SUCK' 은 아니다. 앨범의 클로징 트랙 "The Escape From Mallorca" 은 1분 50초 길이의 '한 입 거리도 안되는' 트랙에 불과하지만 마치 리버스 플레이된 턴테이블 사운드를 연상시키는 배킹 멜로디에 아기자기한 질감의 비트를 미니멀하게 깔면서 AIR 스타일의 최면적/몽환적 다운템포 사운드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내기도 한다. 그외 비열한 마이애미 비트 조합 "Miami Face Interlude", 트랜스 댄스 파티 무드가 유일하게 작렬하는 "Nachtmusik", ROYKSOPP 식의 절묘한 커팅 기술과 멜로디/비트 감각이 스파크를 튀기는 "PBK Interlude" 등 1~2분 길이의 짧은 소품들이 오히려 4분 이상의 정규 트랙들보다 앨범에서 더 빛을 발하고 있다. 이러한 소품들에서 드러나는 진보적 사운드 메카니즘은 분명 TRICKSKI가 미묘하면서도 섬세한 사운드스케잎과 컨셉, 테크니컬한 기술과 감각 등을 표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증명해주고 있지만, 어쨌든 그들이 [Unreality] 에서 전체적으로 내세우고자 한 고상한 미니멀리즘 하우스 음악은 안타깝게도 '평범함' 과 '밋밋함' 이라는 일렉음악계에서 가장 흔한 위험 요소들을 피해가지 못하면서 결국 실패한 시도로써 끝을 맺어버리고 만다. 

물론 다이렉트 드라이브 턴테이블에서 BPM을 업 시키고 브레이크비트를 사이드에서 살짝 얹어주기만 하면 댄스플로어용으로는 아무 무리가 없을 정도로 하우스 특유의 펑키한 느낌이 분명 살아 있는 앨범이지만, 템포 문제를 떠나 전체적으로 사운드를 너무 깔끔하게 다듬고자 한 탓에 굳이 생략하거나 압축시키지 않아도 될 부분들이 너무 많이 잘려나가면서 사운드 레이어가 너무 빈약하게 남아버린데다 이 앨범에서 즐겨 써먹는 비트들도 너무 비슷비슷한 톤과 텍스쳐로 일관되어 하우스 앨범 특유의 아기자기한 샘플링을 듣는 재미가 다른 고급 음반들에 비해 너무 덜하다. 

RATING: 59/100

written by Byungkwa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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