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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TOM VEK: Leisure Seizure (2011)


질 떨어지는 쓰레기 짝퉁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 밴드들이 한창 범람하던 2005년 영국 런던 인디 록 씬에서 나름의 확고한 DIY 정신을 바탕으로 가라지 록과 디스코 팝을 짬뽕시켜낸 원맨쇼 로-파이 데뷔 앨범 [We Have Sound (2006)]을 들고 나왔던 멀티 아티스트 톰 벡은 당시 영국 음악 미디어들로부터 대대적인 스포트라이트를 잠시 받았었지만 순회 공연 이후 별안간 자취를 감춰 버리고 잠수를 타 버렸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11년, 제프 버클리처럼 한 장의 앨범만 남기고 영원히 사라질 것만 같았던 수수께끼 캐릭터의 소유자 톰 벡이 드디어 소리소문없이 돌아왔다. 그것도 과거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일렉트로의 기운 충만한 행동거지를 드러내면서 말이다.

[Leisure Seizure] 는 톰 벡이 가지고 있는 비트와 리듬에 대한 자신감을 시종일관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FUN LOVIN' CRIMINALS, THE ROOTS 같은 얼터너티브 힙합 성향의 둔탁하면서도 질감있는 싱코페이션 스네어 드러밍과 피터 훅(NEW ORDER 베이시스트)을 연상시키는 멜로딕 베이스 프레이즈를 일렉트로 리듬 감각에 맞추어 절묘하게 엮어내는 뽐새는, 록적인 무드에 음악적 무게중심을 맞추었던 전작 [We Have Sound]에 비해 예사롭지 않은 강도로 앨범 전면에 도드라져 있다.  게다가 메인 멜로디 라인을 지휘하는 핵심요소로 급부상한 신디싸이져의 정적이면서도 헤비한 튠은 과거 80년대 뉴 로맨틱 시대의 뉴웨이브 팝 밴드들의 느낌까지 불러들이면서 앨범의 댄서블한 무드를 촉진시키는 데 부족함이 없다.

'제2의 BECK' 으로 불리게 해주었던 데뷔 앨범 시절의 이질적이면서도 아이러니컬한 멜로디 훅과 변칙적인 음원 사용 방식은 여전히 [Leisure Seizure] 에서도 어느 정도 유효한 덕목인 것만은 사실이다. 게다가 [We Have Sound] 못지 않게 이번 앨범에서도 톰 벡 특유의 앙증맞으면서도 다채로운 기타 리프들을 듣는 재미가 나름 솔솔하다. 하지만 5년의 기다림 끝에 듣게 된 '영국판 BECK'의 2집 앨범 치고는 진보적이거나 우월한 인자들을 그다지 발견할 수 없다.  물론, SQUAREPUSHER를 동경하는 듯한 드럼-앤-베이스 식 리듬 어프로치를 펼펴보이거나 ("A.P.O.L.O.G.Y."), 무대뽀 건반 음원들로 앙증맞은 버블껌 트랜스 무드를 작렬시킨다던가 ("Someone Loves You")...  톰 벡을 더이상 '로-파이 DIY 뮤지션' 으로 명명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그는 이번 앨범을 통해 전자 음악에 대해 득도한 듯한 깔끔함과 정교함을 프로덕션 상에서 왕성하게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데뷔 앨범에서 '() 요크 + () = Tom Vek' 공식을 성립시키기에는 2% 부족했던 그 극소량의 아쉬움을 이번 앨범에서 달래주기에는 너무 간편한 메인스트림 팝 영역으로 깊이 들어가 있는 건 아닌지... 게다가 시종일관 우격다짐으로 고음 영역대를 꾸역꾸역 올려보는 톰 벡의 보컬 솜씨는 상당히 듣기 거북할 정도로 일렉트로 성향의 배킹 음악과 하모니를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 차라리 데뷔 앨범에서 그의 보컬은 미묘한 리듬감/멜로디의 록 음악 패턴과 맞물려 냉소적인 기운이 줄줄 흘렀지만, 그의 답답하면서도 신경질적인 보컬 음색은 전자음이 강화된 이번 앨범의 달달하면서도 먹기 쉬운 캔디 록 배킹에 계속 것돌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특히 마지막 트랙 "Too Bad" 후반부에서 드러나는 어색한 보컬 하모니는 노래 제목만큼이나 'too bad' 하다).

[Leisure Seizure]은 톰 벡의 다재다능한 음악 감각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기에 충분한 앨범이다. 하지만 '훌륭한 데뷔 앨범 -> 잠적 -> 5년 공백 -> 은퇴 루머' 의 루트를 타고 별안간 등장한 (그의 블로그나 팬싸이트를 계속 예의주시하지 않은 평범한 음악팬이라면 분명 그렇다. 갑작스런 출현이다) 두번째 앨범 치고는 약간 김이 빠지는 범작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훌륭하지만 훌륭하다고 말할 수 없는 야릇한 아쉬움이 남는 앨범이라고나 할까.

RATING: 64/100

written by
Byungkwa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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