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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FRIENDLY FIRES: Pala (2011)


해변가에 설치된 야외 무대 위에서 쿨한 헤어스타일과 옷차림을 한 남성 밴드가 화려한 싸이키 조명 아래 댄스풍의 신나는 생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얄팍한 키보드 소리와 넘실거리는 비트가 작렬할 때마다 보드카 마티니에 알딸딸하게 취해있는 비키니 차림의 여자 관객들은 환호성과 함께 몸을 흔들어대고 그 일대는 어느덧 광란의 댄스 향연이 밤새도록 펼쳐진다...

IBIZA 클럽 혹은 해변 간이 무대들이 한창 물이 오를 7-8월에 분위기를 띄울 만한 여름 해변 파티용 워밍업 라운지 뮤직들이 서서히 쏟아져 나오고 있는 이 때, 생각만 해도 므흣한 미소를 짓게되는 이 장관(?)은 FRIENDLY FIRES의 새앨범 [Pala] 식 댄스 음악 공식과 아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바가 있을 것이다. 데뷔 앨범에서 클래식 댄스 록 레전드 KAJAGOOGOO, BRONSKI BEAT, FRANKIE GOES TO HOLLYWOOD 등의 상업적 뉴웨이브 싸운드를 21세기 인디 코드에 맞게 변조시켰던 FRIENDLY FIRES는 [Pala]에서 비로소 그들이 품고 있던 세속적 음악성을 대중 앞에 대놓고 드러내기 시작한다.

80년대 댄스 뮤직 장르의 모든 쏘스(뉴웨이브, 올드스쿨 힙합/테크노)는 몽땅 첨가되어 있는 듯한 [Pala]은 앨범 오프닝 "Live Those Days Tonight" 부터 피날레 "Helpless" 까지 수록된 11곡 모두 DJ 리믹스용으로 아주 적격인 음악 구조를 적나라하게 갖추고 있다. 댄서블하면서도 청량감 넘치는 보컬 하모니 라인, 얄팍하게 지속되는 그루브감, 스트링 악기 (기타-베이스)들을 압도하듯 도드라지는 비트, 그리고 미니멀리즘 창작 마인드에 의거하여 남겨놓은 음원 안의 넉넉한 여백들은 BPM을 10~20 정도 살짝 높이고 비트만 한두 레이어 더 올려 놓으면 영락없는 댄스플로어용 테크노 음악으로 재탄생하게 될 것이다.

물론 '록 밴드' 라는 태생적 성분/아이덴티티와 펑키하면서도 파워감 넘치는 리듬 감각은 전작과 본작에서 공통적으로 확실하게 드러나는 FRIENDLY FIRES 만의 미덕이지만, 데뷔 앨범에서 LCD SOUNDSYSTEM 스타일의 아트 댄스-펑크 (art dance-punk)를 당차게 시도했던 그들의 비장하면서도 학구적인 태도들은 3년이 지난 2011년 [Pala]에서 조금은 퇴색되어가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데뷔 앨범 [Friendly Fires]이 예상수치를 훨씬 넘어선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기에 이제 더이상 FRIENDLY FIRES를 '인디' 라는 허울좋은 카테고리 안에 계속 가둬 놓는 것도 무리가 있겠지만, [Pala]에서 유치함과 고급스러움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이들의 두번째 댄스 록 매터리얼은 분명 일반 메인스트림 음악팬들에게는 신선함을, 골수 인디 음악팬들에게는 실망스러움을 동시다발적으로 안겨줄 것이다. 물론, 구식 레이브 댄스 음악 멜로디와 비트를 무단도용(?)한 [Pala]의 '질퍽한 댄스 향연' 이 동네 가게 오픈 이벤트용 댄스 뮤직 쯤으로 바닥을 칠만큼 '저질' 수준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유치찬란하면서도 단순무지한 실전 댄스 분위기를 좀더 고급스러우면서도 정교한 감각으로 록뮤직화 해내는 이들의 고단수 댄스 록 창작 스킬은 어쩌면 FRIENDLY FIRES를 '21세기의 DURAN DURAN' 로 명명해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분명 인정할 만한 가치가 있다. 다만 FRIENDLY FIRES를 DFA 레이블의 BLACK DICE, LCD SOUNDSYSTEM 등이 주도해온 뉴욕 댄스-펑크 (dance-punk) 씬에 맞설 UK판 대항마 세력 중 하나로 인정받게 한 데뷔 앨범 [Friendly Fires] 를 통해 걸었던 기대감을 이제 접어야 할지 모른다는 아쉬움에서 일말의 박탈감이 느껴질 뿐.... 

하지만 FRIENDLY FIRES가 실험적인 DFA 식 댄스-펑크를 더이상 하든 안 하든 간에 [Pala]는 올해 여름 댄스용 록 음악 버젼으로는 아마 최고 등급의 음악적 퀄리티와 멜로디를 자랑하는 앨범으로 회자될 것이다. 그것이 FRIENDLY FIRES가 이번 앨범을 통해 내세웠던 궁극적 목표였다면 이들은 '음악성'라는 실질적 펜스를 넘기지 않더라도 이 앨범 한 방으로 충분히 그라운드 홈런을 친 셈이다. 

RATING: 74/100

written by Byungkwa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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