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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SLOAN: The Double Cross (2011)


캐나다 인디 록 씬은 ARCADE FIRE 한 팀만으로도 영-미국가를 제외한 다른 모든 나라들을 상대로 일당백 싸움이 가능하겠지만 (그 정도로 ARCADE FIRE의 슈퍼 파워는 미국 동부지역에서 허풍 조금 더 보태서 '너바나 급' 은 족히 될 것이다), 현 캐나다 인디록의 주력 세력으로 자리매김한 ARCADE FIRE, BROKEN SOCIAL SCENE 같은 서사적이고 드라마틱한 인디 록 카테고리와는 별도로 CONSTANTINES, HOT HOT HEAT, SLOAN 등 미국식 모던록의 영향을 받은 캐나다식 파워팝 세력도 캐나다록 르네상스의 시발점이던 90년대 후반부터 맹위를 떨쳐오고 있다.

이번에 결성 20주년 자축 앨범 [XX]을 내놓은 캐나다 핼리팩스 출신의 4인조 밴드 SLOAN은 2000년대 들어 급부상한 'Canadian Rock Invasion' 세력 중 가장 왕고참격으로, 지난 20년 동안 멤버 교체 한번 없이 10장이 넘는 앨범들을 발표하며 왕성한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그들의 지명도나 인지도는 여태껏 한번도 중상위권 이상 치고 올라갔던 적이 없었고 실력에 비해 영-미 음악 비평가들로부터 항상 야박한 음악적 평가를 받아오기도 했다. 그러나 SLOAN은 6-70년대 파워팝 무브먼트를 계승하면서 릭 스프링필드가 활약하던 시절의 80년대 라디오 록과 90년대 인디록의 정서까지 몸소 흡수하여 2000년대 가장 안정되고 탄탄한 형태의 로큰롤 그루브를 구사하고 있는 정통 파워팝 밴드 중 하나로 꼽힌다.

3년만의 신보 [XX]는 35분의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수록된 12곡 모두 예사롭지 않은 파워와 멜로디 감각을 짧고 굵게 담아내고 있다. 오프닝 트랙 "Follow The Leader" 에서는 BEN FOLDS FIVE식 피아노 그루브를, "The Answer Was Yes" 에서는  DEL AMITRI의 영국식 파워팝 멜로디를 더해 파워팝 특유의 얄팍한 하모니를 노련하게 엮어내고,  전형적 이지리스닝 록비트로 무장한 "Unkind", "Shadow of Love" 에서는 호주 출신의 60년대 밴드 EASYBEATS 부류의 고전 로큰롤 싸운드를 현대식 파워팝으로 재생산해낸다. 드러머 앤드류 스코트의 화려한 스네어 드럼 연주가 인상적인 "Shadow of Love", 초기 비틀즈의 쟁글 팝 기타 리프로 정신을 어지럽히는 "It's Plain to See" 에서는 SLOAN이 단지 보컬 하모니에만 의존하는 물컹한 파워팝 아류밴드가 아닌 20년 경험의 잔뼈굵은 로큰롤 밴드라는 점을 강조하듯 타이트한 연주력과 콤비네이션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화려한 업템포 "I've Gotta Know" 는 90년대 영국 밴드 SILVER SUN처럼 로큰롤과 펑크(punk)를 강력한 현대식 파워팝 형태로 엮어냈으며, 나긋나긋한 재즈 팝 피아노와 QUEEN을 연상시키는 보컬 하모니가 한데 어우러진 "Beverley Terrace"는 전형적인 SLOAN의 싸운드 패턴과는 거리가 멀지만 앨범 전체의 흥겨운 파워팝 무드에 잘 어울리는 그루브감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XX]는 [One Chord to Another (1996)] 등의 초기 대표작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귀에 착 달라붙는 멜로디와 혈기왕성한 에너지가 여전히 살아 있는 앨범이다. 물론 이들 음악성의 본질 자체가 ARCADE FIRE처럼 앨범 한장한장마다 의미심장한 메타포나 드라마를 쓸 수 없는 기질을 타고 난 점은 아쉽지만, 20년 동안 변함없는 멤버간의 유대감을 바탕으로 한 보석같은 연주 호흡과 에너지, 파워, 그루브감은 앞으로 1-20년은 족히 끄떡없을 것만 같는 안정감이 느껴진다. 그들은 근 40년 가까이 창단 멤버를 고수하며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CHEAP TRICK의 뒤를 잇는 '후대에 존경받는' 장수 파워팝 밴드가 되기 위한 서막을 [XX]를 통해 쓰고 있는 것이다. [XXX], [XL] 까지 유념해두면서....

RATING: 78/100

written by Byungkwa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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