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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THE TWILIGHT SINGERS: Dynamite Steps (2011)


90년대 미국식 얼터너티브 록음악을 교과서적으로 구사하며 칼리지 록 차트에 단골 손님 격으로 이름을 올렸던 THE AFGHAN WHIGS는 당시 이런저런 이유로 그들이 펼친 독특한 로큰롤의 세계가 적잖이 저평가된 바가 분명 있었다. 사실 누군가가 THE AFGHAN WHIGS의 음악적 성과이나 밴드 리더 Greg Dulli의 카리스마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를 해보라고 한다면 난 아마 속 시원하게 답변 못할 지도 모른다. '레전드' 라는 거창한 수식어구를 붙일 수 있는 90년대 밴드들 중 THE AFGHAN WHIGS 처럼 눈에 확 띌 만한 연주력이나 뚜렷한 캐릭터가 없는 밴드도 흔치 않지만, 이 밴드의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열정과 Greg Dulli의 어색한 카리스마가 감성적으로 혼연일치되어 PEARL JAM 못지않게 감수성과 파워가 겸비한 로큰롤이 탄생했고 당시 젊은이들은 이들의 '진정성있는 음악' 에 마음을 크게 움직였었다.

2001년 공식적인 해체 선언 후 리더 Greg Dulli는 자신의 사이드 밴드 THE TWILIGHT SINGERS의 활동에 올인하고 지금까지 별다른 해체의 기미 없이 꾸준한 앨범 발매와 라이브를 하며 THE AFGHAN WHIGS식 염세적 로큰롤 정신을 계속적으로 유지 중이다.

THE TWILIGHT SINGERS의 통산 6번째 앨범 [Dynamite Steps]는 리더 Greg Dulli에게는 상당히 의미가 있는 앨범이다. THE AFGHAN WHIGS 시절 90년대 칼리지 인디 록의 걸작 중 하나로 꼽는 [Congregation (1992)]을 발표한 이후 19년만에 친정 소속사 Sub Pop 레이블로 컴백하여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심기일전하여 내놓은 앨범이 바로 본작이기에 때문.  사실 이 앨범 전에 나왔던 THE TWILIGHT SINGERS의 앨범들 중 개인적으로 마음에 썩 들었던 앨범은 없었다. 뭔가 새로운 걸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THE AFGHAN WHIGS시절의 우울한 추억으로 돌아가고픈 열망 사이에서 항상 정체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5년만에 나온 신작 [Dynamite Steps]는 뭔가 좀 다르다. Sub Pop 레이블에서 제작한 앨범이기에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지만, 고뇌와 번민을 록음악에 실어 오랜만에 시원하게 털어놓는 모습들은 마치 센티멘탈한 심경을 다이너마이트처럼 터트려내던 예전 THE AFGHAN WHIGS 음악의 연장선 같이 느껴진다. 이는 피아노, 키보드 반주와 함께 한마디 한마디 감정에 충실하게 열창하다 로큰롤 배킹과 함께 폭발하는 Greg Dulli의 감수성이 빛을 발하는 첫 트랙 'last night in town' 과 마지막 트랙 'dynamite steps' 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물론 강력하게 잡아 흔드는 하드록 넘버 'waves' 역시 들을 만 하지만, 뭐니뭐니해도아름다운 감수성을 로큰롤 배킹, 앰비언트 피아노 선율과 함께 기-승-전-결 형식으로 폭발적으로 응축시켜냈던  THE AFGHAN WHIGS 특유의 스타일을 재현하는 듯한  'on the lucky',  'gunshot' 과 같은 곡들을 THE TWILIGHT SINGERS의 이번 새 앨범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 과거 THE AFGHAN WHIGS의 팬 중의 한 사람으로써 너무나도 반갑다.

분명 [Dynamite Steps]은 올해 최고의 앨범 100선에 뽑히거나 Greg Dulli가 발표한 역대 앨범 중 Top3 안에 들 정도로 뛰어난 완성도와 개성을 갖춘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보다는 좀 더 순수하고 열정적이고 솔직했던 90년대 음악을 아직도 추억하며 그때의 감성으로 돌아가고픈 이들에게는 꽤 만족스러울 만한 초이스가 아닌가 한다. 행여나 그 시절 밤 늦게 버스를 타고 THE AFGHAN WHIGS 의 음악을 들으며 쓸쓸하게 창밖으로 멍때렸던 사람들이 있다면 이 앨범을 필히 챙겨 듣도록...

RATING: 79/100

written by Byungkwan 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