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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MAZES: A Thousand Heys (2011)


지금은 미국에게 주도권을 완전히 내주고 개털 신세가 된 영국 록 뮤직 씬도 90년대에는 BUZZCOCKS, KINKS,  'C-86 무브먼트' 등의 영향을 받은 브릿팝 세력과 그 외 다양한 형태의 모던록 밴드들이 거대한 하프 인디 세력을 형성하며 새로운 형태의 기타팝 형식을 막강하게 구축했던 시절이 있었다. 메인스트림 군에 어중간하게 걸쳐져 있던 하프 인디 세력들 (OASIS, BLUR, SHED SEVEN, ELASTICA, SUEDE 등)과 소규모 레이블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냈던 순수 인디 세력들 (BEATNIK FILMSTARS, TIGER, NILON BOMBERS, EARL BRUTUS 등)이 어우려져 풍성한 로큰롤의 엘도라도가 형성되어 기타를 이용한 팝의 고급화 운동이 절정에 이르렀던 영국 록음악도 90년대 말을 끝으로 경기침체와 맞물려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영국 맨체스터 출신의 4인조 인디 록 밴드 MAZES의 데뷔 앨범 [A Thousand Heys]는 와일드한 기타 음색에 Twee Pop의 나른한 팝적 멜로디를 결합한 PAVEMENT, APPLES IN STEREO, GUIDED BY VOICES 등의 90년대 초 미국 인디 로우파일 스타일에 적잖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들의 궁극적인 영감이나 모티브는 7-80년대 BUZZCOCKS, GANG OF FOUR, JOSEF K, C-86 (THE PASTELS, WEDDING PRESENT)부터 90년대 맨체스터 싸운드, BOYRACER, BLUR, (초기) BLUETONES 까지 비틀즈식 로큰롤에 유려한 댄스 그루브와 팝센스를 결합시킨 영국 선배 기타 팝 밴드들의 역사적 후광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80년대 말 스코틀랜드 jaggle 팝 스타일을 계승한 듯 로우파이 싸운딩의 탁한 기운을 뚫고 퍼즈, 디스토션, 피드백과 뒤섞여 경박하게 일렁이는 기타 스트로크는 BOYRACER의 90년대 앨범 이후 처음 느끼는 UK DIY 싸운드의 이상적 즐거움을 제공하는 원천이다. 거기에 이언 브라운과 팀 버제스를 연상시키는 보컬리스트 잭 쿠퍼의 그루브감 + 팝 감수성 충만한 허스키 보이스는 MAZES의 고향이기도 한 맨체스터 싸운드를 재현하는 듯 한 느낌을 가져다 준다.

가장 간단한 형식의 록 음악을 기타를 이용하여 짧은 시간 안에 보여주는데 익숙했던 BOYRACER, GUIDED BY VOICES 스타일의 심플 인디 정신이 돋보이는 'summer hits or j plus j don't like', 'vampire jive' 같은 곡들도 인상적이지만, 이들이 '후닥닥' 심플 미학 이외에 플러스 알파적인 것도 수려하게 펼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wait anyway', 'death house', 'til i'm dead' 등의 트랙들도 들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A Thousand Heys]는 분명 이 시대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킬만한 요소는 갖추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MAZES에게 브리티쉬 인베이젼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하는 비장한 생각 따위는 아예 추호도 없었을 지 모른다. 그냥 한번 기타와 드럼을 가지고 지하실에서 옛날을 회상하며 한번 가볍게 놀아보자는 30대 영국인들의 단순한 발상에서 비롯된 결과물이 바로 이 앨범이 아닌지.

올해 비슷한 시기에 데뷔 앨범을 선보인 영국 출신 4인조 YUCK과 함께 분명 주목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UK DIY 밴드가 바로 이들이다.
 
RATING: 81/100

written by Byungkwan 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