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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THE RAVEONETTES: Raven in the Grave (2011)


덴마크 출신의 2인조 밴드 THE RAVEONETTES 앨범들은 항상 대조적인 비평이 오고 간다. 그 앨범 자체가 아주 파격적인 형태로 만들어져 찬반양론이 격돌하는 그런 형식의 극단적 대립이 아니라, 이들이 표방하는 음악적 바탕이 '과연 독창적으로 승화시킨 거냐 아니면 그냥 이미지만 주워 배낀 게 아니냐'에 관한 갑론을박 수준의 논쟁인데, 앨범마다 왔다갔다 하는 형식적 변화 이외에 필요 이상으로 전면으로 내세우는 '미국 대중 문화의 신화에 대한 동경' 까지 몇몇 미국 음악 언론들에게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수너 로즈 바그너(기타, 보컬)와 샤린 푸 (베이스, 보컬), 이 두 명의 멤버 모두 데뷔 앨범 발매 이후 줄곧 뉴욕에서 체류 중이다. 여담이지만, 몇 년 전 브룩클린의 하우스 파티에서 이들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두 명 모두 미국 (뉴욕) 생활에 대해 엄청난 만족을 표시하며 '평생 살고 싶다'고 소리치던 모습에 적잖게 당황한 적이 있다.  아무튼 음산한 C급 미국 느와르/호러 고전 영화 싸운드트랙을 듣는 듯 마이너조의 키취적 매력으로 충만했던 EP 앨범 [Whip It On (2002)]은 ('고급 버터를 빵에 발라먹는 스칸디나비아 인이 미국 garage 인디 문화를 따라한다' 며 조롱했던 미국 평론가들도 있었지만) MTV의 조명을 받으면서 그들로 하여금 성공적인 미국 (특히 뉴욕) 데뷔를 가능케 해주었고, 이후 [Chain Gang of Love (2003)], [Pretty in Black (2005)], [Lust Lust Lust (2007)]의 연이은 상업적/비평적 성공과 함께 미국내에서 가장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유럽 출신 인디 라이브 밴드 중 하나로 평가받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전의 직진 페이스에서 약간의 주춤함을 보였던 전작 [In and Out of Control (2009)] 발표 후 위기 의식이 반영된 결과일까. 새 앨범 [Raven in the Grave]은 전작들에 비해 훨씬 어둡고 몽환적인 영국식 스타일을 아주 잔뜩 머금은 새로운 분위기의 곡들로 채워져 있지만, 생경한 장르들의 물이 일정량 이상 튀여 들어가 버린 탓에 전체적으로는 상당히 어정쩡한 수질의 싸이키델릭 팝 형태가 되어버렸다.
[Whip It On] 시절의 음산하게 조이는 플로어 드럼과 기타 스트로크의 하모니를 다시 듣는 듯한 인트로가 인상적인 첫번째 트랙 'recharge & revolt' 초기 JESUS & MARY CHAIN 스타일의 싸이키델릭 펑크적 분위기와 글래머러스한 키보드 싸운드가 로-파이적 무드 안에서 한 데 어우러져 "이게 바로 THE RAVEONETTES 싸운드다!" 라고 가장 확실하게 대변해 줄 수 있는 (냉정히 말하자면 이 앨범에 수록된 9곡 중 가장 유일한) 곡이다.
그러나 클린톤 싱글노트 기타리프가 귀를 때리는 'forget that you're young' 과  'ignite' 는 마치 THE PRIMITIVES의 리메이크 곡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뜬금없는 80년대 후반 영국 기타팝 풍미의 트랙이며, Marianne Faithful의 60년대 팝송 분위기를 연출해보고자 듯한 'let me on out'과 'summer moon'는 샤린 푸의 나긋나긋한  보이스가 충분히 매력적인 감성코드로 다가오지만 전체적으로는 THE RAVEONETTES 특유의 강렬한 로큰롤 정신과 느와르 영화적 아우라가 실종되게끔 만드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이어지는 마지막 두 곡 'evil seeds' 'my times up'는 마치 버리는 카드나 다름없다는 듯 성의없는 악절의 무한반복으로 타이트한 THE RAVEONETTES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망쳐버리는, 차라리 재앙이라고 하는 게 맞을 법한 실망스러움을 안겨주는 트랙들이다.

'미국'에서 '영국'으로 음악 모티브를 궤도수정하여 야심차게 새 앨범을 발표한 THE RAVEONETTES는 정규 데뷔 앨범 [Chain Gang of Love] 이후 2년마다 꾸준하게 앨범을 발표하는 근면함을 계속 보여주고 있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실질적으로 뒷걸음질 한번 제대로 크게 쳤다. 일부 평론가들의 혹평에도 굴하지 않고 꽉 부여잡아 힘들게 끌고 온 자신들만의 음악적 신념이 이 앨범으로 별안간 이상하게 틀어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열렬한 팬이었던 한 사람으로써.

RATING: 64/100

written by Byungkwan 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