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NYTAIL의 두번째 정규 앨범 [Ice Cream Spiritual (2008)]은 많은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퀄리티를 자랑했던 작품이다. 미국 LSD 록과 일본 노이즈 록, 독일 크라우트 록, 영국 싸이키델릭 펑크를 짬뽕으로 섞어 무시무시한 난장의 대향연을 펼쳤던 전작의 여파는 PONYTAIL를 일약 2000년대 최고의 아트 록 밴드 반열에 올리는 데 전혀 문제가 될 게 없을 정도였다. 21세기식 'in-a-gadda-da-vida', 혹은 미국판 BOREDOMS를 꿈꾸었던 이 미국 매릴랜드 주 출신의 4인조 밴드는 중간에 해체설이 돌기도 했지만 3년간의 공백 끝에 드디어 대망의 3집 앨범 [Do Whatever You Want All The Time]을 발표하며 실질적 써퍼모어 징크스를 깨어 보고자 한다 (사실 1집 [Kamehameha (2006)]은 로컬 지역에 LP로만 발매된, 영세한 수준의 앨범이기에 전작 2집이 실질적인 그들의 전국구 데뷔 앨범으로 간주되고 있다).
[Do Whatever You Want All The Time]은 PONYTAIL은 특유의 기괴하면서도 깜찍한 노이즈 미학을 재미있고 아기자기하게 엮어내려고 애쓰고 있지만, 삘 꽂히는 대로 쏟아내는 데 전혀 거침이 없던 전작의 분위기에 비해 이번 앨범에서는 템포 조절과 실험적 시도에 관한 의식을 기본적인 수준 이상으로 많이 했다는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4번째 트랙 'beyondersville/flight of fance' 와 마지막 트랙 'music tunes' (의 인트로 부분) 처럼 THRILL JOCKEY 소속의 포스트록 밴드들의 앨범에서나 들을 수 있을 법한 다양한 음원의 지적인 실험욕구를 과감하게 펼쳐 보이고, 'tusk' 에서는 마치 ELECTRALANE의 익스페리멘탈 록처럼 보컬-악기 싸운드의 프레이즈를 분절시켜 기-승-전-결 구조를 해체하려는 시도를 하는데, 전작에서보다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일종의 압박감에서 이와 같은 시도를 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런 실험적 양식이나 방법론의 과감한 도입 덕분에 이번 앨범 [Do Whatever You Want All The Time]는 목 졸라 질식시켰다 놓았다를 쉴틈 없이 반복했던 전작 [Ice Cream Spiritual]에 비해 듣는 이들이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듣게끔 배려를 하는 듯 템포와 텐션감 조절이 훨씬 능수능란해져 있다.
그러나 일본 노이즈 록의 거대한 영향력을 한껏 등에 업고 BOREDOMS, MELT BANANA의 후예가 되고픈 리비도적 욕망으로 넘쳐났던 전작에 비해 이번 작품은 '덜' 미치고 '더' 진지한 NISENNENMONDAI, ELECTRALANE 의 온순한 모습으로 변했다고 한다면 너무 지나친 비약일까. 너무 완급 조절에 신경을 쓴 탓인지, 그나마 예전의 모습에 더 가까운 'easy peacy', 'flabbermouse', 'honey touches' 에서조차 괴팍하면서도 에너지 넘치는 그들 특유의 무드가 곡 중간중간에 턱 턱 끊어지며 그 감칠맛 나던 [Ice Cream Spiritual] 시절의 변태적 흥분감을 100% 되살리는 데 실패한다. 또한 외마디 미명 지르듯 곡 중간중간에 튀어나오는 샤우팅 보컬은, 전작에서는 안정적이고도 풍성한 악기 연주 파트 때문에 그다지 신경이 쓰이지 않았던 요소였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곡의 전개나 기타와 그외 악기 파트의 연주 과정에 툭툭 끼어드는 간격이 일정 비중을 넘어서 있어 곡의 흥미를 자아내게 하기는 거녕 오히려 귀에 은근히 거슬린다.
개인적으로 [Ice Cream Spiritual]는 2008년에 나온 모든 인디 계열 록 앨범 중 톱 10 안에 자신 있게 넣을 수 있을 정도로 굉장한 폭발력과 센스를 겸비한 명작이었다. 그들이 예전보다 코카인이나 마리화나를 덜 빨고 이번 앨범을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존의 PONYTAIL 팬들에게는 [Ice Cream Spiritual]의 100% 미친 광기를 원하지 [Do Whatever You Want All The Time]같은 고상한 장난끼는 별로 구미에 맞지 않을 것이다. 왜냐. 그런 종류과 음악 하는 애들은 주위에 널렸으니까...
RATING: 69/100
written by Byungkwan Cho
written by Byungkwa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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