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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DIRTY BEACHES: Badlands (2011)



현재 캐나다 몬트리올과 밴쿠버를 거점으로 음악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원맨 밴드 DIRTY BEACHES의 주인공인 대만 출신의 로커빌리 미니멀리스트 Alex Zhang Hungtai는 과거 대만 뉴웨이브 영화의 거장들처럼 '탈중국적' 인 면모와 더불어 여느 아시아 나라의 예술인들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게 '친서방적' 요소들을 특화시키는 능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친구다. 미국 여느 인디 밴드들 못지않은 '미국적'인 캐릭터들로 가득한 그의 록음악은 능청스러울 정도로 하드코어적인 비주류의 끝언저리를 계속 맴도는데, 이런 동양인답지 않은 능청스러움 때문인지 (아니면 중국에 대한 맹목적 경계 혹은 관용적 무시 탓인지) 영-미 음악계는 아직도 Alex Zhang Hungtai 를 캐나다 출신, 혹은 대만 태생 캐나다 국적 뮤지션으로 분류하면서 그의 순수한 아시아 배경에 대해 애써 외면하려 하지만 올해 30세인 대만 타이페이 태생의 이 예비 음악 거장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자신의 나라 대만에 대해 아직도 절대적인 애정을 과시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현재 대만 국적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ELVIS PRESLEY 와 SUICIDE는 DIRTY BEACHES의 음악을 설명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양대 영향력이다.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열렬한 엘비스의 팬이었으며 나 자신도 엘비스의 음악을 쭉 들으며 성장했다"라고 회고하기도 한 만큼, 엘비스에 관한 범상치 않은 애착심과 실험욕구는 Zhang Hungtai 에게는 이미 태생적이거나 숙명적이었던 것이다. 특히 기름기 줄줄 흐르는 싸이키델릭적인 퇴폐미가 무르익을 무렵의 후반기 엘비스 음악의 분위기나 뉘앙스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은 듯 리드미컬하면서도 몽환적으로 읖조리는 Zhang Hungtai의 보이스는 고전에 관한 염세적 해석의 천재 닉 케이브의 것과 상당히 일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로파이의 칙칙한 앰비언스를 비집고 도발적으로 찢어지듯 공명하거나 퍼지기를 반복하는 기타리프와 둔탁하면서도 압도적으로 전체적 음악 프레임을 잡아주는 베이스 리프간의 복고적 현악 앙상블은 70년대 프로토 펑크, 특히 SUICIDE 음악의 아웃사이더 기질적 익스페리멘탈 록 음색에 가장 근접해 있다. 하지만 [Badlands] 은 이들 프로토 펑크 밴드들보다 훨씬 차분하고 절제된 연주 조합의 탄탄함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Johnny Cash의 초기 싸이키델릭한 컨트리 포크 음악을 듣는 듯 이지적인 무드를 생성하며 음악으로의 최면 몰입을 효과적으로 유도케 한다.

이 앨범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드라마틱하면서도 서술적 사운드스케잎은 마치 이 앨범이 영화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용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폐쇄적-개인적으로 심리를 탐구하는 대만 영화감독 차이 밍량 부조리 영화의 나레이터처럼, 또다른 대만의 거장 감독 에드워드 양의 '고령가소년살인사건(枯嶺街少年殺人事件)' 에서 미국 고전 팝송을 몽환적으로 연주하는 70년대 동네 청소년 밴드의 멤버처럼... 혹은 어딘가 질주하고픈 충동적 젊음으로 가득찬 왕가위 영화 속 주인공처럼... 그리고 짐 자무쉬나 빈센트 갈로의 미국 인디 로드 무비들처럼...  Zhang Hungtai 는 이렇듯 자신의 가족들과 고향에 대한 끈끈한 애정과 추억, 그리고 소싯적 자신이 얻었던 잡다한 예술적 영감들을 영화적 컨셉트 안에 접목시켜 가장 독창적인 괴물 로커빌리 싸이키델릭 앨범을 창조해내는 데 완벽하게 성공한다.   

여러가지 음악 장르와 다양한 예술 텍스트들을 흠모하며 쌓아간 두터운 예술적 식견을 바탕으로 가장 파워풀하면서도 이지적인 음악 스타일로 추억 (혹은 망상)의 세계를 일인칭 시점으로 탐색해나가는 [Badlands]는 근래 나온 EP 앨범들 중 최고 레벨의 퀄리티를 보여준 로파이 인디 록 명반이다.

아직도 K-Pop의 신기루에 취해 주변 나라 무시하고 (적어도 음악에 관해선) 살찐 단세포 덩어리가 되어가는 대한민국은 지금 뭘 하고 있는가.

RATING: 87/100

written by BK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