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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THE DRUMS: Portamento (2011)


기타리스트 애덤 케슬러의 탈퇴 등등 써퍼모어 슬럼프에 빠질법한 상황 속에서도 그럴듯한 정규앨범을 만들어낸 THE DRUMS. 이번 새앨범 [Portamento]는, 데뷔앨범에서 보여줬던 이들의 무한한 '80년대 UK 모던록 사랑' 을 다시한번 과시할 것이라는 예상의 궤적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고 THE DRUMS다운 복고 사운드를 또다시 원숙하게 재현해낸다. 다만 싱글노트 클린톤으로 한줄한줄 긁적이듯 울려대는 기타 리프들의 톤은 과거보다 훨씬 더 약해진데 반해 질퍽한 키보드 리프들과 훨씬 더 대담해진 베이스 그루브 등이 애덤 케슬러의 부재로 인한 음악적 허전함을 능글맞게 대체하고 있다.

BLONDIE의 "Maria"에서 데보라 해리의 클라이맥스 가성 멜로디와 흡사한 조나단 피어스의 보컬이 인상적인 'Book Of Revelation", THE SMITHS의 영향력이 강력하게 느껴지는 "What You Were"와 "Money", JOY DIVISION 시절 피터 훅의 스트레이트한 베이스 훅이 다시 느껴지는 "I Don't Know How To Love",  넘실대는  건반 리프로 ULTRAVOX와 HUMAN LEAGUE 풍의 이질적 뉴웨이브 멜로디를 흉내낸 "Searching For Heaven" 등 [Portamento]에 담긴 12곡 모두 70년대 말~80년대 중반 시기의 영국 모던록 밴드 워너비 성향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THE DRUMS의 출신지는 미국 뉴욕 (브룩클린)이지만 밴드로써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데뷔 앨범 시절부터 줄곧 미국이 아닌 영국이었는데(영국에서 이들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이에 탄력을 받았는지 THE DRUMS가 이번 앨범에서 드러내는 친(親) 영국 사운드의 골밀도는 여지껏 보여준 작품들 중 가히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THE DRUMS은 THE VACCINES, WHITE LIES 같은 일련의 UK 네오 포스트펑크 밴드들보다 훨씬 현실적이면서도 밴드로써 구조적 문맥과 유기적 호흡이 중시된 멜로디를 뽑아내고자 하지만, 반면 IS TROPICAL, CULTS, WILD NOTHING, GIRLS, SMITH WESTERNS 등 동시대 복고지향 인디 기타록 밴드들과 비교한다면 이들보다 훨씬 대담하게(나쁘게 말하자면 '뻔뻔하게') 고전음악(THE SMITHS가 대표적)의 형식과 미학을 완전무결하게 답습하려는 태도를 취한다. 이번앨범은 데뷔 앨범 [The Drums]보다 훨씬 거칠고 덜 다듬어진 듯한 레코딩 질감이 인상적인데, 이것마저도 THE DRUMS가 숭상하는 80년대식 UK 음악 분위기를 따라가고자하는 자세에서 비롯된 결과물쯤으로 인식할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THE SMITHS 등의 80' UK 기타록음악 텍스트들을 뛰어넘고자 하는 의지가 애초에 없었던 THE DRUMS에게 [Portamento]에서 어떤 특출한 음악적 개성을 바란다는 것 자체가 조금은 무리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앞에도 잠시 언급했다시피 이들이 재창출해내는 80년대식 복고 기타팝 특유의 순수한 질감과 구성미는 여지껏 우후죽순처럼 쏟아져나온 후발 인디 기타팝 밴드들의 음악 중에서 꽤나 수준이 높은 축에 속하는데다 이들이 취하는 레트로 로맨티시즘 자체도 마치 MTV 클래식 프로그램에서 등장하는 80년대 원조 밴드가 타임머쉰 타고 돌아온양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특히 다양한 종자들이 엄청나게 쏟아져나오는 2000년대 음악씬의 한복판에 서있는 이들이 '복고의 재현' 이라는 음악적 모토만으로 우연히(?) '얻어걸린' 인기 가도를 지속해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스러운 대목이다.

무엇보다 데뷔 앨범보다 더 단순해진 기타연주가 주는 공허함이 생각 이상으로 크다는 점 또한 이번 앨범에서 간과할 수 없는 아쉬운 점으로 다가오는데, 가령 두번째 곡 "Days"에서 도발적으로 도드라지는 베이스라인과 대조되어 허약하게 갉작이듯 연하게 울리는 기타 리프는 오히려 멀찌감치에서 들릴듯 말듯 일렁거리는 뉴웨이풍의 배킹 키보드 리프보다 더 미약하게 들리면서 기타팝 레전드들의 풍모를 이상향으로 간주하는 THE DRUMS의 사운드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를 연출한다. 물론 쟈니 마르(THE SMITHS), PJ Court (THE PRIMITIVES), 버나드 섬너 (NEW ORDER) 등 UK 모던록의 교과서격 기타 스타일을 완벽하게 좇는다고 해서 무조건 훌륭한 음악으로 볼 순 없겠지만, 아무리 같은 '클린톤' 이라고 해도 주변의 사운드들을 리드해야할 기타리프가 베이스라인에 속절없이 밀리는 모습은 의도적이라고 하기엔 너무 허접하게 보여지는데 이 대목에서 전 멤버 애덤 케슬러의 부재로 인한 공백이 아주 뼈져리게 느껴진다고 봐야 하겠다.   

RATING: 71/100

written by BK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