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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GOTYE: Making Mirrors (2011)


벨기에 태생의 싱어송라이터 고티예(Gotye; 본명: Wouter "Wally" De Backer)는 지난 2007년 호주판 그래미상 시상식인 ARIA 뮤직 어워즈에서 최고 남자 가수상 수상 경력이 말해주듯 이미 그의 실질적 조국(벨기에에서 태어났지만 2살때 호주로 가족과 함께 이민을 왔다고 함) 호주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는 뮤지션이다.  이번 세번째 솔로 앨범 [Making Mirrors]에 수록되어 있기도 한 싱글 "Somebody That I Used to Know"이 자국 호주내에서는 트리플 플래티넘(그리고 이웃국가 뉴질랜드에서는 골드를 기록)을 달성하고 호주-뉴질랜드-벨기에(고티예의 모국)에서는 싱글 챠트 1위를 석권하기도 했지만 아직 이와 유사한 소식들이 그외 나라로부터도 들리지는 않고 있다. 호주는 영어권 국가라는 강력한 잇점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이긴 해도 지형적 위치 때문에 유럽이나 미국에 영향력을 퍼트리는 일이 그다지 손쉬운 것만은 아니겠지만 이유야 어찌됐든 아직 고티예에 관한 명성이나 음악적 재능이 전세계에 널리 알려지진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본론으로 막바로 들어가자면, 고티예의 세번째 솔로 앨범 [Making Mirrors]는 팝 아티스트으로써의 대중적, 상업적 애착과 더불어 뮤지션으로써의 창작에 관한 욕심이 제법 잘 어우러진 작품의 형태로 완성되어져 있다. 전현직 록밴드 드러머라는 그의 경력에서 우러나온 비상한 드럼 사운드 어프로치가 앨범 전면에 걸쳐 화려한 손놀림으로 치장되어 있는데, 시끌벅쩍하면서도 꼼꼼하게 아프리카 퍼커션 리듬을 연상시키는 트라이벌(tribal) 비트로 드럼과 퍼커션을 연주하는 고티예의 손맛이 이번 앨범에서 꽤 깔끔하게 감겨져 있다. 특히 둔탁한 타악기소리들을 압도하며 깨끗하게 쭉 뻗어나가는 하이피치 보컬(이는 분명 고티예의 필살기이기도 하지만 B.K.님은 '전형적인 STING 창법' 으로 표현하셨다)을 바탕으로 한 그의 인디수준을 넘어선 보컬 테크닉 역시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들로부터 어렵잖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고티예의 정체성은 조금 애매하다. 메인스트림 팝스타라고 하기에는 약간 이단아적인 취향을 데뷔 앨범때부터 꾸준히 느낄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가 완벽하게 인디적인 사고방식이나 음악활동을 하는 사람도 아닌 듯 하니까 말이다. 게다가 [Making Mirrors]에 대해 한마디로 묘사한다면 'BJORK식 인디 음악의 명상적이면서도 몽환적인 아름다움에 대해 한창 동경 중인 STING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고나 할까. 이렇게 중첩된 이미지를 여러모로 가지고 있는 고티예는 이번 새 앨범에서 적어도 상업적인 방향성을 띈 지난 2집 앨범 [Like Drawing Blood (2006)]의 직설적 모습보다 상업적인 요소와 음악적(혹은 순수예술적)인 요소를 골고루 갖추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며 실제로 이 어프로치는 "Somebody That I Used to Know"를 통해 어느정도 성공을 입증해냈다. 또한 요즘 유행에 발맞추는 악기 샘플들을 과감하게 사용하다가(일렉트로 스타일의 "Easy Way Out"이나 개러지 비트를 쬐금 흉내낸 "Don't worry we'll be watching you" 등) 별안간 복고 분위기가 압도적인 곡들도 삽입하는 등(70년대 말 흥겨운 소울 팝 분위기의 "I Feel Better", 80년대 영국 팝음악 분위기의 "In Your Light", 완전 쌍팔년도 레게 비트에 오토튠으로 그라임 느낌을 살짝 심어보는 "In Your Light" 등) 시대적인 영역을 다양하게 넘나들어 보기도 한다. 

다만 샘플링을 조금 지나치게 남발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왜냐하면 고티예는 이미 두개의 훌륭한 무기(왠만한 인디 싱어송라이터들은 상대되지 않는 보컬 능력, 그리고 전직 드러머로써의 탁월한 타악기 연주와 리듬 감각)를 갖추어 굳이 샘플링에 의존하지 않고도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거대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샘플링 따위에 너무 의존한다면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장기를 오히려 못써먹을 수 있는 위험에 맞딱뜨릴 수도 있을 것이다. 예컨데 고티예의 이 두 가지 매력을 가장 깔끔하면서도 직설적으로 피력해내는 "Eyes Wide Open"과 "Save Me", 이 두 곡을 들어보면 필자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대충 이해하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앨범은 전작의 살짝 따분하면서도 밋밋한 느낌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다양한 음악적 즐거움을 제공해 주는 훌륭한 앨범이라는 사실은 분명 변함없는 진리리라.

RATING: 72/100

written by Abbie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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