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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6 03:35


피치포크에서 주도적으로 세력화시켜낸 그 '칠웨이브' 집단(혹은 용어 그 자체)에 대한 미묘한 네거티브 감정은, 애꿎게도 칠웨이브의 음악적 매니페스토에 있어서 지침서나 다름없는 8-90년대 UK 네오싸이키델릭/드림팝을 '슈게이징' 이라는 정체불명의 단어로 묶기 시작했을 때 음악팬들이 반발하던 그 분위기와 얼추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곤 하는데(개인적으로도 칠웨이브와 슈게이징, 이 두 단어를 모두 좋아하지 않는 사람 중 한명이지만), 처음에는 피치포크에서 'hypnagogic pop' 라는 용어를 적극적으로 밀다가 반응이 없자  다시 'glo-fi'로 명명하다가 결국에는 유명 음악 파워 블로거 Carles에 의해 지어진 'chillwave' 라는 용어의 대세에 굴복하는 훈훈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hypnagogic pop'은 어의상, 'glo-fi'는 어감상 'chillwave'라는 단어보다 훨씬 더 맘에 들긴 한데, 하긴 피치포크의 번드르한 말장난 하나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 않는가. 아무튼 미디어들의 지원 속에 나름의 호사를 누려온 이 선택받은 집단 구성원들 중 다크호스로 꼽히는 NEON INDIAN가 대망의 두번째 정규앨범 [Era Extrana]를 이번달에 발표하고 인디음악 매니어들 앞에 다시 존재를 드러냈다.

이미 데뷔 앨범 [Psychic Chasms (2009)]로 인디 팬들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줬던 텍사스 출신의 이 일렉트로닉 그룹(쿼텟 형태이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멕시코 태생의 뮤지션 앨런 팔로모를 위한 원맨밴드 모니커라고 보는 것이 더 무방할 듯)은 이번 두번째 정규 앨범에서 데뷔 앨범보다 훨씬 더 차분하고 진지한 모습으로 신시사이저의 리프에 관한 아날로그 습작을 해나간다. 앨범 속 음원들은 지난해 겨울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조용한 도시 헬싱키의 한 오피스텔에서 앨런 팔로모 혼자에 의해 레코딩(하지만 프로듀싱은 올해 초 뉴욕으로 돌아와 마쳤음)되어 DIY 음악의 룰이 준수된 로-파이 사운드의 전형적 특성을 띄고 있다. 핀란드 체류 당시 이곳저곳 여행을 다녔다고 하는데 그 기간동안 오로라가 드리워진 황량하면서도 몽환적인 노르딕 대기의 기운을 흠뻑 전해받은 것일까. [Era Extrana]는 다양한 음색의 아날로그 신시사이저 리프들과 그외 잡다한 샘플/배경 사운드들이 팔로모의 놀라운 센스(솔직히 그의 능력에 대해 과소평가하고 있었다)에 의해 완벽하게 어레인지되어 이국적인 사운드스케잎을 띈 한편의 거대한 사이키델릭 신씨사이저팝 서사시를 선사한다.

"Attack", "Decay", "Release", 이렇게 3악장(?)으로 구성된 'Heart'  아날로그 인스트루멘탈곡들이 (비록 2분도 채 안되는 러닝타임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앨범의 트랙리스트에서 유난히 눈에 띄지만, 팔로모의 현란한 신시사이저 연주와 어레인지 기술로 제대로 된 진검승부를 하는 나머지 9개 트랙들이야말로 어느 한 곡 스킵하기 힘들 정도로 간편하면서도 강렬한 칠웨이브 특유의 중독성이 쫙 배어나있다. JESUS & MARY CHAIN과 M.B.V. (특히 엔딩 부분을 들어봐라)의 곡을 딱 절반씩만 섞어 앨런 팔로모식 아날로그 세팅하에 댄스삘을 첨가하여 재편집한 듯한 느낌을 주는 "The Blindside Kiss"에서는 마치 NEON INDIAN 자신들과 그외 칠웨이브 장르 음악이 슈게이징에 근본적인 뿌리를 두고 있음을 인증이라도 하듯 슈게이징 특유의 농밀한 에테르+싸이키델릭 튠을 군더더기 하나없이 깔끔하게 발산해내며, 익스페리멘탈 드론 인트로에 이어 아날로그 특유의 온화한 그루브가 동반된 멀티레이어 신디사이저 리프들이 자질구레한 샘플음들과 함께 찐한 멜로디 훅을 생산해내면서 듣는이의 가슴을 한방에 녹이는 "Hex Girlfriend", 프랑스 출신의 또다른 신쓰 장인 M83처럼 컨템포러리 신쓰 뮤직의 양식 위에 록적인 무드(록 패턴의 드럼 '연주' 비트를 과감히 적용시킴)를 덧대어 마치 저 앨범 재킷처럼 노르딕 밤하늘의 오렌지톤 석양(혹은 오로라) 빛을 훌륭하게 묘사해내는 듯한 "Halogen"(할로겐이 바로 오렌지톤 아니겠는가!),  일렉트로닉 명장 마이크 파라디나스(Mike Paradinas)의 손맛을 연상시키는 아기자기하면서도 펑키한 미디 컨트롤링이 앙증맞은 미니멀 비트, 카라멜톤 키보드 노이즈와 함께 유연하게 펼쳐지는 "Suns Irrupt"와 "Arcade Blues" 등 '칠웨이브' 라는 한정된 카테고리를 벗어난 앨런 팔로모의 특이한 어프로치들을 이번 새앨범에서 충분히 접할 수 있을 것이다.

[Era Extrana]는, 일관성과 응집력이 살짝 미약했던 TORO의 [Underneath the Pine], 예상외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형식미와 보수적인 어프로치를 고수했던 WASHED OUT의 [Within and Without] 등 올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칠웨이브 군()' 경쟁 앨범들보다 종합적인 퀄리티 면에서 약간의 우위를 점함과 동시에 앨런 팔로모를 단지 트랜드에 편승한 뮤지션이 아니라 자신만의 어프로치를 구사할 줄 아는 진정한 아티스트로써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켜준 의미심장한 작품이다. 신씨사이저 리프와 비디오게임 시대의 8-bit 음색이 매력적인 음원 쏘스라는 점은 누구나 공감하는 바이지만 자칫 잘못 사용하면 상당히 유치해질 수 있는 양면성 역시 지니고 있기 때문에 섯불리 손을 대기 수월치만은 않다. 하지만 신씨사이저 악기와 아날로그 음색에 대한 팔로모의 탁월한 이해도와 해석력(이는 확실히 WASHED OUT보다 NEON INDIAN이 우위에 있다)을 바탕으로 이 까다로운 음원들을 가장 예민한 트랜드 장르에 성공적으로 '대량' 접목시켰다는 점 자체만으로도 큰 점수를 주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여느 포스트슈게이징이나 칠웨이브 앨범 못지않게 쉽고 감칠맛 나는 키보드 훅과 멜로디 펀치들을 앨범 안 여기저기에서 마구 터트려 주었으니 비록 P4K 공인마크 된장남이긴 하지만 감히 박수를 안 쳐줄 수 있겠는가.

RATING: 81/100

written by
B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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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Vera 2011.09.26 08:20  Addr  Edit/Del  Reply

    전 toro y moi > neon indian > washed out 인데

    제가 좋아하는 리뷰 웹진 CoS에서는 neon indian > toro y moi > washed out

    여기와 보이레그스는 neon indian > washed out > toro y moi

    피치포크는 정 반대였던 걸로 기억나네뇨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