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S/ALT & INDIE

BOMBAY BICYCLE CLUB: A Different Kind Of Fix (2011)


영국의 인도 레스토랑 체인점 이름에서 밴드명을 따온 BOMBAY BICYCLE CLUB은 '인디 레이블' 라고 분류하기엔 약간 어정쩡한 위치를 점유하는 반(半)메이져급 Island Records 소속이지만 순수 영-미 인디록의 전통을 계승하고자 꾸준히 로-파이와 가라지의 방향성에 몸과 마음을 맡겨오고 있는 잉글랜드 북런던 출신의 인디록 쿼텟이다. B.B.C.은 자신들의 애매한 노선에 관한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로-파이의 갑갑한 사운드 질감, 불투명한 기타톤, 친아날로그/반(反)디지털성 엔지니어링 등을 기반으로 '누가 뭐라해도 우린 인디 밴드다'라고 못을 완전 박으려는 듯한 의지를 이번 세번째 정규앨범 [A Different Kind Of Fix]에서 그 어느때보다 적극적으로 피력해 보인다.

절반의 성공을 거뒀던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 스타일의 데뷔 앨범 [I Had the Blues But I Shook Them Loose (2009)]에 이어 이듬해 느닷없이 들고나온 포크 성향의 두번째 앨범 [Flaws (2010)]는 앨범 제목만큼이나 여러모로 '흠이 많은' 앨범이었지만, 펑크에서 포크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추구하고자 했던 그 의도보다 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던 점은, 이들이 애초에 '포크' 라는 음악에 대해 한번이라도 진정성을 가진 적이 있었는지 의심스러울만큼 약간은 어설프고 몸에 맞지 않은 센티멘탈리즘을 보여줬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번 [Different Kind Of Fix] 앨범은. 마치 FOSTER THE PEOPLE처럼 반(半)메이져급 스매쉬 히트송의 노림수로 인디록 특유의 가벼운 흥겨움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첫번째 싱글커트 트랙 "Shuffle" 에서 간파되듯 인디 포크의 허울에서 벗어나 스탠다드 모던록밴드 본연의 모습을 찾으려는 B.B.C.의 노력의 흔적들이 아주 광범위하게 나타나 있다. 물론 "Beggars" 나 "Fracture" 에서처럼 여전히 어쿠스틱/클린톤 일렉 기타에 의해 리드되는 포크 스타일에 대한 미련을 간간이 드러내기도 하지만 이러한 포크성 논조의 트랙들은 록스타일의 텍스쳐로 자연스럽게 전환되면서 포크록보다는 오히려 바로크 록(챔버 팝)의 감촉으로 모든 결과물들이 완성되고 있다. 또한 전형적 록 배킹 위에 우울모드의 앰비언트/리버브 보컬 레이어가 더해진 "Lights Out, Words Gone", "Take The Right One" 같은 곡에서는 THE ANTLERS의 새앨범 [Burst Apart]를 듣는 듯한 몽환적 슈게이징 록 감수성이 느껴지며, 클로징 트랙 "Still" 에서 포크성 논조로 센티멘탈리즘을 폭발시키는 잭 스테드먼의 팔세토 창법은 포크록 본연의 '한물간' 느낌보다는 오히려 제임스 블레이크나 톰 요크의 보컬처럼 힙(hip)한 타입으로 다가온다.

이미 데뷔앨범에서 EDITORS식 UK 포스트펑크 리바이벌 기운을 적나라하게 표출해봤던 B.B.C.은 불과 2년만에 이미 포스트펑크 리바이벌이라는 이 어설픈 허세 장르가 지닌 '함정'을 아주 잘 인식하고 있는 듯한데, 가령 포스트펑크 스타일로 한껏 그루브를 탈법도 한 오프닝 트랙 "How Can You Swallow So Much Sleep" 같은 경우만 보더라도 이들은 정돈된 싱코페이션 스네어 비트와 베이스라인, 그리고 클린 일렉 기타 톤으로 인디록 본연의 순수담백한 삘만을 살리려고 할 뿐 포스트펑크 특유의 공격적인 기타 리프와 리듬/템포에는 이미 초연해 있다. 이어지는 "Bad Timing"같은 트랙은 어떤가. 90년대 '황금세대' 인디록 시절의 오묘한 마이너 키를 깔끔하고 부드러운 기타웍으로 재현해내는 이 곡에서 짝퉁 포스트펑크의 거친 얼치기 기운 따위는 결코 감지해낼 수 없을 것이다.

'포스트펑크 ->포크 ' 라는 희대의 궤도변경을 감행했던 [Flaws]의 앨범에 대해 최고의 찬사를 보냈던 미디어들도 적잖았지만, 본 이베르(BON IVER)처럼 포크록 음악으로 풀(full) 무장하는 일이 록 기반의 오리지널리티를 갖고 음악씬에 등장했던 B.B.C.에게 그다지 녹록한 일이 아니었을 뿐더러 포크의 잣대에 음악 캐릭터를 맞추기 위해 밴드가 가진 모든 인스트루멘탈 시스템과 스킬을 스스로 사장시키기에는 록밴드로써 이들의 연주 재능이 조금은 아깝다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들기도 했었다. 다행히 이번 앨범에서는 이들이 잠시 사장시켰던 '록킹' 근성을 다시 찾아가려 애쓰고 있는 듯하여 반가운데, 이와 더불어 데뷔 앨범에서 평균 이상으로 떠들어대던 포스트펑크 조(調)의 허세 끼까지 이번 앨범을 통해 쫙 빼내버리고자 한 까닭에 B.B.C.가 가진 전체적 음악적 느낌은 오히려 한층 멋있는 수준에 올라와 있다. 로-파이+진지함+흥겨움+트랜드적 면모를 황금비율로 혼합하고자 한 [A Different Kind Of Fix]은, 비록 아직까지 '이것이 BOMBAY BICYCLE CLUB식 사운드다!' 라고 100% 확신을 내리지 못한 미완성 형태에 머물러 있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B.B.C.이 두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이번 세번째 시도 [Different Kind Of Fix]에 이르러 드디어 진정한 뮤지션으로써의 롱런을 위해 자신들이 나아가야 할 루트를 캐취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며 바로 이 때문에 이번 새앨범이 B.B.C.의 음악적 ID를 재정립하는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RATING: 71/100

written by Byungkwan Cho

'REVIEWS > ALT & IND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GIRLS: Father, Son, Holy Ghost (2011)  (5) 2011.09.17
ST. VINCENT: Strange Mercy (2011)  (3) 2011.09.08
CSS: La Liberacion (2011)  (1) 2011.08.25
SOFT METALS: Soft Metals (2011)  (0) 2011.08.04
PICTUREPLANE: Thee Physical (2011)  (1) 2011.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