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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GIRLS: Father, Son, Holy Ghost (2011)


이 싸이트를 찾는 분들이 남기신 코멘트들을 보면 은근히 피치포크(P4K)에 관해 언급을 자주 하시는 듯 한데, 개인적으로 점수 체크 정도는 하지만 그다지 좋아하는 웹싸이트가 아니기 때문에 행여나 이곳에서 먼저 나간 앨범 리뷰 점수가 나중에 피치포크의 점수와 일치된다고 해서 특별히 흐뭇해하거나 그런 건 별로 없다. 미국내 음악 매니어들이나 음악 평론가들 사이에서 피치포크에 대한 안티반감이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사실 애플(Apple Inc.)식 경영마인드로 음악평론계의 판도를 수년내에 바꿔버린 이 인터넷 거대권력에 견줄만한 크리틱 집단/매체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들어 그다지 존재하고 있지 않는 현 상황에서 피치포크의 주관적 호불호(P4K 스태프 작가 데이빗 베반과의 사적 만남을 통해 P4K의 입맛에 맞는 조건들을 개인적으로 정리해둔 것이 있는데 언제 날 한번 잡고 이에 대해 썰을 풀겠다. 기대하시라)에 따라 미국 인디 음악의 흥행판도에 끼치는 영향력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 전망된다.

2011년 한해 동안 P4K의 수혜자는 과연 누구였던가. THE PAINS OF BEING PURE AT HEART, WASHED OUT, CULTS, WEEKND 등등(VIVIAN GIRLS는 계속 과잉보호해주다 올해에 이르러서야 끝내 내쳤지만)... 사실 WASHED OUT은 P4K에서 확실하게 밀어줄만한 보증수표격 스타일(칠웨이브+브룩클린 힙스터용 일렉트로)을 가지고 있으며 P4K과의 유대관계(?) 역시 그동안 상당히 좋은 편이었기에 개인적으로 앨범을 듣지 않고도 P4K에서 후한 점수를 줄 것으로 대충 예상했었고, 이번에 소개할 GIRLS 역시 WASHED OUT의 음악과 함께 P4K 스태프들의 아이팟 즐겨듣기 플레이리스트에 입력되어 애청될만한 캐릭터를 빠방하게 지닌 음악을 하는 대표적인 밴드이기에(P4K의 베이스캠프인 뉴욕-브룩클린에서 GIRLS의 이번달 공연 티켓들은 하루만에 전부 매진!!!) 이번 신보 점수는 9점대를 상회할 것이라 예견하긴 했다(결국 9.3이라는 엄청난 점수를 지난주에 수여받음).

가사내용을 상당히 중요한 평가 바로미터로 여기는 P4K에게 '섹스', '마약' 등의 일탈 소재는 언제나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바이지만, 영화 "브라운 버니"에서 감독겸 주연 빈센트 갈로가 여주인공 끌로에 세비니에게 실제로 펠라치오를 시킨다던가 Liz Phair의 "Hot White Cum"처럼 원색적인 억양으로 섹스를 뽈-노화시키는 것 따위는 P4K은 역겨워하며 배척하는 반면(이 곡이 수록된 [Liz Phair (2003)]에 대해 0.0점으로 감정적 대응을 하는 센스를 보여줬다) 무미건조하면서도 철학적으로 섹스를 그리는 할 하틀리나 장 으스타슈의 영화를 흠모하고 LEMONHEADS의 "Drug Buddy" 처럼 미묘한 미국 로컬 힙스터식 플라토닉 남녀 우정 관계를 더 훌륭한 미학덕목으로 간주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 섹스, 마약, 고독, 인간관계 사이에서 우울질 모드로 소심하게 고뇌하는 GIRLS 스타일의 가사와 뮤직 튠은 P4K의 주관적 심금을 울리기에 아주 합당한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아, 그렇다고 GIRLS의 이번 신보 [Father, Son, Holy Ghost]가 나쁜 앨범이라고 운을 띄우려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포스트모더니즘 음악의 거창한 대의에 맞게 구성된 미니멀하면서도 꾸밈없는 전개구조나 가사-음악 문맥, 깔끔하면서도 절제된 톤을 유지하는 기타 리프에 의해 리드되는 배킹 연주들의 탄탄함 등은 분명 이 앨범의 음악적 가치를 충분히 높혀주고도 남음이다. 특히 록밴드 전형의 다이내믹함과 엘레지 성향의 가사풍에 적합한 소프트함을 두루 갖춘 두번째 수록곡 "Alex" 는 개인적으로 최고의 트랙으로 꼽고 싶은 곡으로써, 80년대 말 UK 모던록 밴드 SUNDAYS, FIELD MICE를 연상시키는 달콤하면서도 몽환적인 클린톤(특히 실로폰소리는 작지만 중독성 강하게 귓가를 때린다)과 80년대 C-86계열 스코틀랜드 쟁글 팝 밴드 음악에서 듣던 강렬하면서도 스피디한 디스토션 기타 코드웍이 교차적으로 등장하면서 다소 가라앉아있는 듯한 앨범의 전체적 느낌에 활력과 다채로움을 한껏 배가시켜낸다.  

또한 GIRLS는 싸이키델릭의 성지 샌프란시스코 출신답게 리딩악기로써의 디스토션 기타 사운드와 싸이키델릭 가라지 팝에 대한 애정을 이번 앨범에서 적극적으로 표시해보인다. 특히 오프닝 트랙 "Honey Bunny"는 샌프란시스코 출신의 60년대 선배 가라지 밴드 BEAU BRUMMELS와 버디 홀리의 음악을 짬뽕시킨 듯한 로파이 써프록+가라지팝을 선보이며 DEEP PURPLE의 명곡 "Highway Star"를 메타 버젼화한 "Die"에서는 동향 싸이키델릭 레전드 BLUE CHEER에게 싸이키델릭 기운을 전수받은 듯 여태껏 GIRLS가 보여준 음악들 중 가장 강렬하면서도 왜곡된 디스토션 기타 싸운드로 자신들의 출신 성분을 가장 노골적인 형태로 드러낸다. 특히 이 앨범의 첫번째 싱글커트 트랙 "Vomit" 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60년대 히피 시절 록음악에서 단골로 등장하곤 했던 해먼드 올갠의 구성진 리프와 사이키델릭 록 음악 특유의 기타 피드백 드론 사운드까지 범벅이 되면서 상당히 서사적이면서도 입체적인 형태의 고급 기타록 음악으로 거듭나는데, 이렇듯 '싸이키델릭' 이라는 요소는 한가지 형태로 정형화되기를 거부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GIRLS에게 샌프란시스코산이라는 자신들의 출신배경에서 우러나오는 음악적 아이덴티티를 구축함과 동시에 감상적인 기타음악들이 통상적으로 빠져들기 쉽상인 천편일률성과 매너리즘에서 벗어나게 만드는데 아주 효과적인, 보약과도 같은 존재가 되어준다.

이들의 다소곳하면서도 괴팍한 음악습성(싸이키델릭, 하드록, 서프 가라지 팝을 뜬금없이 여기저기에 뒤섞는 장난끼)은 앨범의 후반부에서도 여실하게 드러난다. 가령 클로징 트랙 "Jamie Marie" 는 엘비스 코스텔로, 랜디 뉴먼 같은 아이러니한 고전 록 발라드 싱어송라이터의 컬트적 느낌을 구슬픈 해먼드 올갠 배킹 연주에 실어 제임스 테일러같은 댄디한 풍모로 뽑아내면서 올디스팝의 구린 맛보다 트랜디하면서도 깔끔한 맛을 더 크게 살려낸 트랙이고, "Love Like a River" 같은 곡은 70년대 알앤비 스타일의 소울풀한 기타/오르간 리프에 마빈 게이나 MANHATTANS같은 보컬 템포/멜로디와 돈 캠벨, 멀 해거드 같은 클래식 컨트리 싱어들의 히피적 풍모를 적절히 믹스시켜 여느 인디 팝/포크 발라드 곡들과는 야릇하게 다른 풍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P4K에 의해 필요이상으로 비호받는 듯한 밴드 중 한팀으로써 GIRLS에 관해 조금 냉소적으로 쓰려고 했던 리뷰 글의 방향이 어느순간 찬양조로 갑자기 틀어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Father, Son, Holy Ghost]은 음원을 쓸데없이 낭비하지 않고 포스트모던록 밴드로써 어느 곳 하나 도드라짐 없이 타이트한 연주력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스튜디오 작업 역시 워낙 깔끔하게 어레인징/프로듀싱되어 이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소박한 센티멘탈리즘' 이 아주 만족스러운 퀄리티를 유지하며 담겨져 있는 수작이라는 점에는 아마 대부분의 리스너들이 동의하는 바일 것이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소심한 바른생활맨의 일탈에 대한 강박관념을 묘사하고자 하는 가사들이 너무 뻔한 미사여구로 이루어져 그다지 호응이 오지 않을 뿐더러 '히피+싸이키델릭+기타팝+사춘기취향+로큰롤+컨트리+다채로움' 이라는 GIRLS공식 또한 결국은 '=TEENAGE FANCLUB'의 아성에 완전 차별화를 이루며 뛰어넘었는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문부호로 남겨두어야 할 듯 하다. 하지만 많은 음악팬들의 '바이블' P4K는 TEENAGE FANCLUB의 대표작들보다 GIRLS의 이 앨범에 더 큰 점수를 주었고 반면 GIRLS보다 훨씬 더 진지하고  탄탄한 가사솜씨와 훌륭한 미니멀 기타 음악을 선보인 JOSH T. PEARSON(물론 이 사람은 GIRLS의 두 멤버 크리스토퍼 오웬스, 쳇 화이트보다 늙었고 외모조차도 힙스터적인 매력이 없는 사람이다... P4K에게는 쥐약!)의 새앨범에는 최저점수로 확실하게 엿을 먹였다. 뭐가 옳은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이 글도 쓰레기고 P4K도 쓰레기다. 요즘처럼 마음만 먹으면 공짜음원으로  하루에 앨범 백장씩 들을 수 있는 세상에 이런 평론글이나 점수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냥 음악 듣고 자기만 좋으면 그만...


RATING: 79/100

written by Byungkwa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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