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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THE DEATH SET: Michel Poiccard (2011)


1990년대 후반 영국 테크노계에서 Ninja Tune의 입지는 K-Pop의 YG 정도쯤은 되었을꺼다. 당시 일련의 일렉트로닉 뮤직 씬이 지적이고 사색적인 기류로 흘러가고 있을 때쯤 마이너 음악 취향의 일렉뮤직 변종들인 아몬 토빈, 디제이 크러쉬, 콜드 컷, 디제이 푸드, 펑키 포시니 등이 Ninja Tune와 함께 전성기를 맞이하였던 게 벌써 십수년 전의 일이다...

호주에서 결성되어 미국 동부 볼티모어로 영역을 옮겼고 현재 뉴욕 브룩클린에 거주-활동 중인 THE DEATH SET은 Ninja Tune이 새로운 간판으로 나름 열심히 밀고 있는 그룹이다. 음악은 별로 테크노적이지 않고 아예 펑크(punk)록에 더 가깝지만, 그 펑크록 베이스에 힙합, 랩, 브레이크비트, 펑크(funk), 뉴비트(nu-beat), 일렉트로팝 등의 엔돌핀 엑기스들을 적극적으로 뽑아내어 댄스플로어 용으로 변조시킨 펑크(punk)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대충 "Sabotage"에 필이 꽃혀 BEASTIE BOYS 워너비 라인에 서태지와 함께 서있는 떨거지 대열 중 한 무리쯤으로 편리하게 정의내릴 수도 있겠으나 THE DEATH SET의 음악 스타일은 진지하고 전투적인 BEASTIE BOYS보다는 CARTER USM의 악의없이 신명나는 싸이키델릭 머쉬룸 피자 파티 음악에 더 많이 닮아 있다.

잡탕으로 섞어놓은 알코올 믹스 음료처럼 달짝지근하면서 기분을 오묘하게 좋아지게 만드는 음악을 구사하며 데뷔 앨범 이후 꾸준한 라이브로 지속적인 인기를 받아오던 THE DEATH SET이 이번 앨범 녹음 전인 2009년 비극적인 일을 겪었다. 바로 밴드의 창단 맴버인 기타리스트 보 벨라스코(Beau Velasco)가 뉴욕의 스튜디오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 밴드 내에서 그의 비중을 감안할때 이는 엄청난 손실이었지만 1년여의 공백끝에 올해 초 기념비적인 완성도의 두번째 정규 앨범 [Michel Poiccard] 을 들고 당당하게 컴백하였다.

"I Wanna Take This Tape And Blow Up Ya Fuckin Stereo"

생전 보 벨라스코의 짤막한 경고 인트로 후 터져나오는 음악들은 그야말로 응축된 에너지가 폭발하듯 다양한 형태로 심장을 두드린다. 비스티 보이스 이상의 하드코어 록 정신으로 무장된 "Slap Slap Slap Pound Up Down Snap" 과 CARTER USM처럼  상쾌하게 가슴을 적시는 그루브감으로 충만한  "Can You Seen Straight" 이 앨범 초반부를 만족시키고, 7번째 트랙 "I Miss You Beau Velasco" 에서 슈게이져 음악에 대한 관심을 RADIO DEPT 스타일로 표현하여 동료의 죽음을 우울조로 잠시 추모한 뒤 바로 다음 트랙 "Michel Poiccard Prefers The Old" 에서 동향 선배인 호주 출신 천재 펑크 트리오 HARD-ON'S를 위한 신바람나는 헌정 잼을 펼쳐 보인다. 그외 가바(gabbar)와 하드코어 테크노 국물을 찔끔 떨어뜨린 "Too Much Fun For Regrets", PREFUSE 73의 장난기를 흉내낸 "Kittens Inspired By Kittens", 80년대 UK 모던록 스타일의 클린톤 기타리프 필살기로 무장한 "7PM Woke Up An Hour Ago" 등 다양한 공격 루트로 앨범 후반부도 완벽하게 장악한다.

아픔을 딛고 '마지막 한판, 멋지게 놀아보자' 는 비장한 정신으로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정돈된 어조로 흥겨운 분위기를 시종일관 유지하는 이 앨범은 얼터너티브 록 뿐만 아니라 댄스 음악, 일렉트로닉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수작 중의 수작이다.      

RATING: 84/100

written by Byungkwan 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