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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TORO Y MOI: Underneath the Pine (2011)


TORO Y MOI (본명은 Chazwick Bundick이라는...). 작년 발표된 데뷔 앨범 [Causers of This]로 '칠웨이브 (Chillwave)' 라는 21세기 또다른 변종 장르의 핵심으로 단번에 부상했던 그의 두번째 정규앨범 [Underneath the Pine]이 전세계 인디팝 팬들의 기대 속에 지난 달에 발매되었다.

빈티지 소울/팝을 열렬히 추억하는 그의 복고적 취향은 이번에도 오르간과 아날로그 신디싸이져 선율을 타고 여전히 앨범 전체에 깊숙하게 파고든다. 여기에 M83 스타일의 에터리얼/포스트 슈게이져 배킹 싸운드와 POSTAL SERVICE의 댄디하고 감수성어린 멜로디 라인을 적절히 섞어 자신만의 칠웨이브 스타일을 잘 살려냈다. DAFT PUNK 스타일의 도입부가 인상적인 "New Beat", 스웨덴 인디 싸운드적인 느낌의 "Got Blinded" 나 70년대 후반 디스코 풍의 "Still Sound", 분위기 따지는 된장남녀들이 듣고 좋아할만한 전형적인 라운지 재즈 넘버 "Go With You", 마마스 앤 파파스의 리메이크를 연상케하는 마지막 트랙 "Elise" 등 모든 수록곡들이 앨범 '박스' 안에 재미있고 달콤하고 예쁘게 정돈/포장되어 있다.

하지만 너무 폐쇄적인 '혼자만의 작업' 방식에서 기인한 밋밋한 감성나열의 흔적들은 트랙 여기저기서 줄줄 흘려져 있어 약간 지루한 감을 준다. 보컬은 자연스럽고 명료하지만 별다른 감정의 변화없이 시종일관 배킹 선율 위에서 똑같은 논조로 윙윙대기만 할 뿐 (은근히 보컬에 대한 집착이랄까 욕심은 많은 것 같으나) 보컬 특유의 특별한 임팩트를 주지 못한다. 또한, 앨범 전체적인 사운드스케잎은 70-80년대 복고풍의 센티멘탈리즘을 줄기차게 찬양하는 형상이지만 그 추억의 대상들을 찬양하는 방식이 필요 이상으로 잡탕이라 어느 순간 TORO Y MOI의 음악적 ID가 어떤 종류의 것이었는지 살짝 잊어먹게 만든다. 본작의 독창성이나 음악적 성숙도는 작년 비슷한 빈티지 팝 감각으로 음악적-상업적으로 홈런을 쳤던 ARIEL PINK의 [Before Today (2010)] 앨범과 비교할 때 퀄리티 면에서 아주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더이상 '고등학교 축제를 위해 4트랙 리코더로 자기 방에서 끄적이는 정도'의 음악에 계속 안주하기엔 그의 이름은 이미 지역구 인기 수준을 넘어섰으니... 특정 장르의 리더급 레벨의 뮤지션이라면 적어도 이런 밋밋한 빈티지 팝 트리뷰트 앨범 이상의 뭔가를 해줘야 한다.

누군가는 그의 음악에게서 70년대 프로그래시브 록 음악의 향기가 느껴진다고 하는데... 그건 심한 오바일 뿐. 사실 TORO Y MOI 자신도 그렇고 일련의 칠웨이브 음악 자체가 그런 심각한 실험성에는 관심이 없는지라...

허나 너무 냉철한 비판을 줄창 하기엔 앨범의 완성도는 높은 수준임을 다시 상기하고자 한다. 분명히 이 친구의 이 앨범을 좋아할 사람도 많으리라. 아이폰으로 들으면서 고개를 끄떡이며 서울의 아침 거리를 가볍게 걸어다닐 수 있게끔 만드는 곡들...?  하긴, 이렇게 'chill' 하는 데 도움이 되준다면 일단 칠웨이브 음악으로써 이 앨범이 추구하고자 하는 바의 절반은 성공한 셈인가.

이 음악을 빨리 아이폰에 입력시키고 함 테스트해보기를... 

RATING: 71/100

written by Byungkwan Cho